“생명이란 무엇인가?”
이 의문은 오랜 동안 인류의 큰 관심사였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질문은 철학과 종교 그리고 예술의 영역이었다. 그 미지의 영역에 파동역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1944년 과학자로서는 최초로 생명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항해를 시작하였다. 이 항해에서 제시한 그의 여러 가지 생각은 이후 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과학이 생명을 연구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50년 후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그간의 과학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그 생명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슈뢰딩거의 뛰어난 질문에 새롭게 답한 책
적자생존을 뛰어넘어 공생명을 말하다
이 책은 생명에 대한 에르빈 슈뢰딩거의 과학적 접근 이후, 보다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의 저술로서, 다윈 이후 절대 이론이었던 적자생존론을 뛰어넘어 공생명을 기반으로 한 생명론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이 영원한 질문에 대해 과학과 철학·역사·시가 결합된 폭넓은 접근을 선보이며, 생명의 역사, 생명의 본질, 생명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생물학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슈뢰딩거의 뛰어난 질문에 새롭게 답한 책”이라 격찬했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세균으로 알려진 마이코플라스마와 가장 큰 유기체(생명권 자체) 사이를 넘나들며, 생명에 관한 선입관을 깨뜨리며, 생명 안에서 우리 자신의 역할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보도록 이끈다.
다윈의 적자생존론을 뛰어넘는 린 마굴리스의 공생명론
다윈이 말한 진화론의 핵심은 경쟁을 통하여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이다. 하지만 린 마굴리스는 이러한 적자생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시베리아 벌판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었던 물새나 사슴은 어떤 개체일까? 이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다른 개체보다 더 강한 체력과 면역력으로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개체의 힘이 아니라 무리가 얼마나 잘 협력하는가에 따른 결과였다. 러시아의 동물학자인 케슬러 교수는 “더 많은 개체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 더 많이 도울 수 있고, 지능적으로 더욱 더 발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종들이 살아남을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 고 이야기했다. 유전자 보존의 문제는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종이 살아남는가 살아남지 못하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또 칠레의 철학자 움베르또 마뚜라나는 “생명은 주어진 환경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다시 변화된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는 구조접속 관계를 맺는 존재” 라고 이야기한다. 린 마굴리스는 생명이란 끝없이 확장하며 그 확장의 영역은 항상 새롭고 고달픈 곳이기 때문에 종들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생명의 지평을 확장했다고 말한다. 그는 일관적으로 ‘생명은 공생명’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역사의 주도권은 여전히 박테리아에게 있다
지구상의 가장 진화한 생명체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경쟁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듯이 보이는 인류가 가장 진화된 생명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생명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하여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세균으로부터 시작한 생명의 여정을 뒤돌아본다.
태초의 생명인 박테리아는 끝없이 번식하며 주변 환경을 변화시켰다. 오랜 시간에 걸친 환경의 변화는 스스로에게 위협이 되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박테리아는 매번 문제를 해결해나가 생명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그리고 박테리아끼리의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과정을 거치며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나갔다. 동물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식물에 있는 엽록체의 유전자는 각 개체의 유전자와 다르다. 그것은 초기에 거대박테리아에게 잡아먹힌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박테라아의 흔적이다. 이들 박테리아들은 포식자의 몸속에서 살아남아 포식자와 함께 또 다른 생명체로 진화한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세포 내 공생설에 생물학계는 초기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세포 내 공생설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테리아는 끝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생물 진화의 바탕을 만들고 또 오늘날에도 각 생명체들과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의 생명체들은 개별 생명체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 특히 박테리아와 공생명체이다. 지구의 생명은 다른 종과 공생하는 관계를 맺으며 지금과 같이 무수히 많은 종으로 진화하였다. 그렇기에 진화의 선두주자는 따로 없다. 모두가 같은 진화의 여정을 걷고 있는 동반자들이다.
생명은 끝없이 번식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간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은 힘겨운 일이기에 생명들은 협력한다. 메마른 바위에 사는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가 협력한 결과이다. 균류와 조류는 단일종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협력함으로써 이루어내고 있다.
환경의 변화와 생명의 위기 속에 새로운 길 모색하기
오늘날 인류의 산업화로 인하여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또 수많은 생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환경의 변화로 생명이 위기를 겪은 것은 지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생명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환경의 문제 더 나아가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저자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생명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