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에 대한 ‘거짓과 진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
외계인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너무 먼 이웃, 외계인에 관한 본격적인 탐구서
2015년 7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우주망원경이 지구와 비슷한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성의 발견이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것은 지구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어 (우리와 비슷한) 생명체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가 드디어 성사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게 될 외계 생명체는 어떤 존재일까? 회색 얼굴에 커다란 눈을 한 익숙한 외계인일까, <ET>의 이티처럼 친근한 외계인일까?
외계인(더 정확히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ET>, <X 파일>, <스타 트렉>, <맨 인 블랙> 등등의 수많은 인기 영화와 TV 드라마, SF 소설, 만화로부터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로스웰 사건’이나 회색 외계인이 등장하는 베티와 바니 힐 부부의 비행접시 납치 경험담처럼 잊을 만하면 터지는 ‘UFO 소동’도 외계인에 대한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심지어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언론을 타고 전달된다. 이처럼 외계인에 대한 우리의 ‘앎’은 거의 대중 문화와 미디어로부터 얻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인 ‘앎’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입자물리학자인 돈 링컨은 H. G. 웰스와 그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외계인 이야기들을 짚어보면서 외계인에 관한 ‘거짓과 진실’을 가려준다. 나아가 우주에서 외계 문명을 탐색할 때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과학’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수중 생활을 하는 돌고래처럼 생긴 외계인은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금속을 제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주 비행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전반부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외계인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주로 다룬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이 대중적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대중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게 된 것은 TV와 영화, 신문 등의 미디어가 압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스타 워즈>, <스타 트렉>, <ET>, <X 파일>, <맨 인 블랙> 등 TV드라마와 영화가 대중의 인식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우리가 은연중에 떠올리는 외계인에 대한 이미지는 이 TV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캐릭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아 전달하는 신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판매 부수를 늘리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인 이 신문들은 사실 여부는 뒷전인 채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기 위해 서로 앞다투어 외계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국 외계인을 만났다는 사람들,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는 이들의 주장들 가운데 현재까지 ‘진실’로 확인된 건 하나도 없다.
책의 후반부는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두툼한 덧칠을 벗겨내 외계인에 대한 ‘과학적인 민낯’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을 토대로 과연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들을 찾기 위해 현재 어떤 과학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과학적인 사실에 토대를 두다보니 후반부는 전반부보다 훨씬 냉정하다. 우리가 TV나 영화에서 봐 온 모습의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 또한 지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생명체는 고사하고 균류(菌類) 정도의 생명체를 가진 행성을 만나기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엔리코 페르미의 엄청난 역설(‘확률적으로 외계인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데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에 답을 내려고 애써 왔다. 우주에 그토록 많은 행성이 있고 그들 중 다수에 생명이 존재할 높은 가능성이 있다면, 왜 우리는 외계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까? 물론 이 책도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 에서 보여주었던 낙관주의를 공유하고 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지적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신하면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여행에 나서 아메리칸 인디언과 조우했듯이 외계인과의 조우를 위해 인내를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인류는 우주에서 홀로 존재하는 외톨이가 아니며, 믿음을 갖고 꾸준히 탐험을 하다보면 우리와 비슷한, 혹은 더 높은 수준의 지적 생명체를 분명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코스모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쓴 외계인에 관한 본격적인 탐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