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의 쟁점에 관심을 가지며 편집자로 일해 온 고전연구가인 저자가 접해온 국사학, 국어학 등 연구 성과를 학제간 거시적으로 접목하여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서동요」에 낯익은 독자분에게 궁금증을 덜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고대문화사에 나타나는 원앙(원앙새)의 이미지를 훑어보고 향가 「서동요」의 어휘에서 흔히 ‘알’로 해석하는 ‘夗’이 원앙의 수컷 원앙 원(鴛)의 이체자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학계 김완진(1980)의 기존 해석을 보완하면서 「서동요」의 특색으로 드러난 청원구문 또는 원망법(願望法)의 일면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세부 분야의 전문 연구를 「서동요」로 집중하는 징검다리를 놓아 대국(大局)을 바라보며 「서동요」에 다가갔다.
동아시아 고대문화사의 원앙 편에서는 『시경 소아(詩經 小雅)』,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권29』 3세기 인물 「주선전(周宣傳)」 일화와 3세기 『고금주(古今注)』 해설, 신라 시대의 3세기 오리 모양 토기와 8세기 옥보고의 원앙곡, 일본 8세기 『만엽집(万葉集)』, 발해 시대 10세기 「정혜공주(貞惠公主) 묘지(墓誌)」·「정효공주(貞孝公主) 묘지(墓誌)」 등에 나오는 원앙의 이미지를 일별했다.
「서동요」의 원앙 편에서는 먼저 ‘卯’ 외에 ‘卵’이나 ‘夕卩 ’(이하 편의상 이체자 ‘夗’을 씀) 등 판독안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1929)부터 민찬(2004)까지 25명의 전문 연구자들을 대별해보고 필자는 ‘鴛’(원앙 원)의 이체자 ‘夗’ 판독안을 제시했다. 다음에 정설로 굳어지는 추세를 보인 ‘방(房)’의 해독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房’의 뜻으로 ‘부부의 침실; 부부의 동침(同寢)’이 원앙의 비유와 어울린다고 보았다. ‘抱遣去如’를 ‘안고 가다’로 읽는 독법에 문제 제기를 한 황선엽(2002)에서 제시한 ‘抱遣’(안견)을 따르고 ‘안견’의 현대어역은 문맥으로 봐 ‘안자’(안고자)를 택했다. 권인한(2005)의 i-breaking(i의 꺾임) ‘섬’[島] 음운사 모델에 따라 ‘-져(-자/-고자)’의 음운사를 제시하고 연규동(2012)의 「만주어의 원망법(願望法)」과 만주어 ‘-ki’(-자/-고자)를 참고로 다루었다. 신라 경주 고분군 등에서 출토된 고고유물로 밝혀진 고구려풍의 신라 유입 양상을 간추려 알아보고 언어 면도 그렇게 이해했다. ‘-遣(견)’(-자/-고자)에서 『석독(釋讀)구결사전』(2009)의 ‘ㅅ²’[-과](-고자), ‘-과댜/-과뎌’(-게 하고자)의 기원까지도 논했다.
목적격(대격) 중출(重出) ‘∼乙 ∼乙’에 대해서는 현대 국어에서 유형선(2002)의 말대로 주격 중출 구문과 목적격 중출 구문을 초점화라는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은 김귀화(1988/1994)의 이론을 적용했다. 끝으로 ‘선화공주님은’의 ‘∼은’에 대해서는 현대 국어에서 ‘∼은’을 ‘∼에 대해 말하자면’으로 풀어 쓸 수 있다는 최윤지(2016)의 견해로 접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