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원일. 한국 분단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설가 김원일의 중단편 선집이다. 각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수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네 편의 소설을 골라 엮었다. 비단 분단 문제뿐 아니라 6.25 이후의 피란민과 비전향 장기수의 삶, 한 많고 굴곡진 인생을 산 노인들의 이야기,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등 실로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번에 우연히 검색 중 발견해서 되서 읽어봤는데, 너무나 절절하고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사상과 이념이 낳은 우리시대의 각종 허무니없는 조작사건들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술하는 작품도 있어서 이번에 좀 더 자세하게 알게된 기회가 됐다.
작품중에는 자신의 이상을 쫒아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나중에까지 계속 남겨진 가족들이 고초를 당하고 힘들게 사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가 자신이 7살에 전쟁을 겪었고,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많은 애환이 있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 가족 중 월북하거나 공산당에 협조한 사람이 있으면 어른이고 어린이고간에 당시 어떠한 취급을 받았는지 너무나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환멸을 찾아서
- 제1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어느 날, 북한에서 떠내려온 의문의 비망록. 월북했다가 북한에서 두어차례 숙청당하고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박중렬’씨가 남에 두고온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담아 쓴 것. 주인공은 망설이다가 마침내 박중렬씨의 가족들을 찾아 길을 나선다.
손풍금
- 제2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북한이 고향이지만 전쟁통에 빨치산으로 쫓겨다니다 잡혀서 걸국 남쪽에 자리잡고 살게된 가족 4대의 이야기. 옛날 북한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할아버지는 까마득한 손자들의 모습이 탐탁지 않다. 그래도 모두모두 번성하여 자리를 잡고 살고있으니 이 어찌 다행이 아니리오. 손자가 할아버지를 위해 배웠다는 손풍금소리에 자신의 청춘시절이 꿈처럼 흘러간다.
나는 나를 안다
- 제10회 ‘이수문학상’ 수상작품집 <슬픈 시간의 기억> 중
가난과 비루한 삶을 어떻게든 헤쳐가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치열하게 분투한 이기적인 여인의 일생. 바보 남편과 속아서 결혼해서 희망도 재미도 없이 살다가 욕정을 해소하기 위해 일을 벌이고, 급기야 입막음을 위해서 고발을 하기도 하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녀만이 알고있는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임을 위한 진혼곡
- 제20회 만해문학상‘ 수상작품집 <푸른 혼> 중
1975년 4월 8일 인혁당재건위(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판결이 있었고, 다음날 새벽 여덟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원통한 죽음을 맞았다. 법에 의한 ‘사법살인’이었고, 타락한 권력이 저지른 추악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치살인’이었다.
2002년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인혁당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밝혔고, 2005년 12월 재심이 결정되었으며, 마침내 2007년 1월 23일 재심재판에서 여덟 명 모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2007년 8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형당한 여덟 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32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완전한 명예 회복이 법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사건 희생자의 아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사실적인 소설. 가장 마음아프고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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