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덴보리의 환영」은 스웨덴의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 신비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스베덴보리의 영적 체험에 관한 일화다. 스베덴보리는 런던의 한 여인숙에서 신비한 체험을 한 이후 영성 신학자로 전향하여 사후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한 저서들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예지력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식역하 지각의 측면에서 되짚어본다.
급격한 기술발전과 심령주의의 절정이 공존한 시기, 19세기다. 축음기, 무선전신, 증기선, 자동차 등등 신기술의 황금기였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가히 폭발적이었던 강신술의 절정기였다. 신기술과 강신술이 중첩되는 아이러니의 시대. 1882년 심령현상의 과학적인 연구 목적으로 창립된 심령연구학회, 1884년 현대적 심령주의의 탄생에 기폭제가 된 폭스 자매의 출현은 이 아이러니한 공존의 결정적인 장면일지 모른다.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은 특정시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망자의 영혼이 산자와 교감한다는 믿음, 현실과 다른 영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 것이었고,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은 더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교령회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금은 죽고 없는 그들의 소중한 망자와 소통을 꿈꾸었다. 때론 충격적이고 대부분 인상적인 영매들이 망자와의 소통을 주선했고 이 과정에서 경이로운 일들이 목도되었다. 대중의 미신과 경신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썩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때 유령 사냥꾼들이 등장한다. 19세기 신기술로 무장하고 심령 감별사로 나선 이들 중에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 의해 영매들의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났다. 유령은 없고 유령 사냥꾼들만 있다는 자조 속에서도 영계의 증명에 한발 더 다가서는 사례들도 나왔다.
『역사적 유령과 유령 사냥꾼』은 유럽 전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유령 사례들을 소개하고, 사례마다 정신 병리학적으로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분석을 곁들인 저서다. 총 11장으로 각장마다 9개의 유령 사례와 분석에 이어 따로 2개의 장을 할애하여 유령 사냥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 헨리 애딩턴 브루스는 유령에 대해 냉소적일 정도로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분석에 사용한 이론들이 시기적으로 정신 병리학의 초기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서 다소 단순하고 피상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유령 사례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유령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하되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독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1745년 이 기념비적인 해의 4월 중순, 부산한 런던의 중심 도로를 바삐 지나던 두 남자가 잠시 멈춰서더니 눈길로 한 남자를 좇아갔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으나 한번 쳐다봤을 뿐 그냥 스쳐지나간 남자였다. 두 남자 중에서 한 명의 얼굴엔 분함이 다른 한명의 얼굴엔 즐거워하는 미소가 드러났다.
“친구, 신경 쓰지 말게.” 한 남자가 말했다. “저게 바로 스베덴보리거든. 그를 더 잘 알게 되면 자네도 깨닫게 될 거야. 발은 땅을 디디고 있는데 한순간 마음은 구름 속에 가 있지. 자신이 만들어 낸 놀라운 문제의 해답을 궁리하면서 말이지. 정말 멋진 남자야.”
“그렇긴 해도 저 사람은 너무 완벽한 속물 같아.” 상대방이 반박했다. “너무 세련되게 입고 말과 행동이 자로 잰 듯이 너무 정중하단 말이야.”
“속물이자 진정한 세계인이지.” 상대가 곧바로 응수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또 그렇게 호의적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은 극소수야. 런던, 파리, 베를린, 드레스덴, 암스테르담, 코펜하겐을 스톡홀름의 고향집처럼 드나드니까. 왕과 여왕, 귀부인과 용감하고 멋진 남자, 정치가와 군인,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그와 교류하면서 즐거워하지. 그는 상대방들이 익숙한 장소와 사회 어디서든 만남을 갖고, 그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하고도 흥미로운 화젯거리를 선사한다고. 그런데도 그는 무엇보다 몽상가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