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를 보는 새로운 렌즈:
4·19에 참여한 도시빈민, 유신시대의 대중문화, 민중화운동 시기 스포츠와 먹거리 변천사까지, 큰 역사적 흐름 속에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담았다.
한국전쟁,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유신체제의 압제와 민주화운동 등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정치적 격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현대사의 특징이다.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만 머물면 한국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개인과 집단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서술했다.
일례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사 최대의 사건에서 가장 큰 고통의 겪었던 여성들의 삶 혹은 당대 사람들의 욕망을 그리거나(1950년대: 이하나 「전쟁미망인 그리고 자유부인」 「미국화와 욕망하는 사회」), 징병제와 짝해 벌어진 의무교육제도에 주목하는(1950년대: 「팽창하는 학교와 학생」) 등 전쟁의 배경·원인·경과 대신 당대의 생활상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는 1960년대 4·19혁명, 1970년대의 유신,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이라는 큰 이슈를 대할 때도 변함없이 적용된다. 즉 학생들만 부각되던 4·19혁명에서 도시빈민의 참여를 눈여겨보고(1960년대: 오제연 「4·19혁명 전후 도시빈민」), 경제개발 과정의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분위기를 전한다(1960년대: 이상록 「고도성장기 서민의 체감경제」, 1980년대: 임동근 「500만 호에서 5개 신도시까지」).
생활문화사의 영역에서 놓치지 쉬운 거대서사는 책의 시작 부분인 「크게 본 OOOO년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으로 펼쳐진 주제들을 한국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32명의 각 분야 전문연구자가 3년간 공들여 만든 역사책:
각 분야 신진연구자·소장학자부터 학계 최고의 권위자까지 참여해 생생하고 깊이 있는 역사를 재현한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한반도에 거주한 다양한 사람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순응, 일탈, 저항 등을 거듭하며 국민, 노동자, 여성, 학생 등 다양한 주체로서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김경일 교수가 산업화시대 여공들의 삶을 들여다보고(1970년대: 「산업전사에서 민주투사까지, 도시로 간 여공의 삶」), 김진호 목사가 기독교인의 전후 체험을 서술하며(1950년대: 「이웃을 향한 열린 문과 닫힌 문, 그리스도인의 전후 체험」), 허은 교수가 유신시대 학교생활을 재현하는(1970년대: 「유신시대 학교와 학생의 일상사」) 식이다. 그 외에도 문예사·영화사 전공자가 당대인들의 대중문화 향유를 그리고(1960년대: 임유경 「지식인과 잡지 문화」, 이순진 「영화, 독보적인 대중문화」), 파독광부 1.5세대이자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인 이유재 교수가 북한 유학생의 삶을 증언하고(1950년대: 「북한 사람들의 지구화 경험」), 1980년대 프로야구의 인기를 일간스포츠의 최민규 기자와 정준영 교수가 생생하게 들려주는(1980년대: 「프로야구에 열광하다」) 등 연구자의 체험과 연구성과를 글 속에 녹여냈다.
이 책의 시각자료를 구성하는 데도 저자들의 역할이 컸다. 당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미지를 선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과정에서 입수한 진귀한 사진들을 함께 제공해 이미지만으로도 당대를 상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다시 찾은 반쪽의 역사:
1950년대 북한의 전쟁고아 유학생부터 보천보전자악단의 북한 내 영향력까지 동시대 북한의 생활문화사를 함께 살핀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3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분단과 함께 잃어버린 반쪽의 이야기를 복원한다는 의미에 더해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북한의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게 했다.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 출신들의 독일 유학생활, 1960~70년대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들의 삶(1960년대: 정은이 「북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의 삶」), 보천보전자악단의 북한 내 영향력(1980년대: 전영선 「보천보전자악단과 북한의 신세대」), 북한 여성들의 삶의 변화(1970년대: 박영자 「강반석과 김정숙을 본받아」) 등 흥미로운 주제로 북한 생활문화사를 선보인다.
특히 당대 한국과 북한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크다. 새마을운동과 비슷하게 전개된 북한의 ‘천리마 운동’(1960년대: 이세영 「천리마운동과 사회주의 근로인민의 탄생」), 88 서울올림픽에 대응해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1980년대: 이세영 「사회주의 완전승리의 전시장이 된 평양의 명암」) 등 체제경쟁의 시기에 남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정세를 한눈에:
전후 경제 부흥을 추구하던 때부터 거품경제로 몰락하기까지의 일본, 자력갱생을 추구하던 때부터 경제 근대화의 걸음마를 떼는 시기까지의 중국의 모습을 동시에 확인한다.
각 권이 시대를 개관한 「크게 본 ◯◯◯◯년대」로 열었다면, 끝 부분에는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때 동아시아는?」으로 닫는 형식으로 구성해, 미시적으로 다룬 생활문화사들을 거시적이며 비교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한국과 북한의 생활문화의 변천을 확인한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중국과 일본의 상황이 당대에 이미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군사 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과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