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싸움을 못 하니 카피라이터 때려치우고 방송작가로 가라”던 남편의 이 한마디가 지은이 오진이를 40여 년간 문화예술현장에 머물게 했다.
사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이거 안 되니 저거나 해야겠다’가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지은이 오진이는 그걸 해냈다. 방송작가로서 첫걸음을 디딘 후 문화예술에 대한 꿈이 더욱 영글었다. “문화가 꿈”이었던 그녀는 국립극장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에서 정년퇴직까지 했고, 퇴직 후엔 금천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문화 가꿈이”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포용성과 다양성이 화두가 된 세상에서 문화와 예술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일상에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특히 그것을 행정이나 경영으로 실현하려 할 때 더욱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문화행정이나 예술경영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창작자와 그것을 향유하려는 대중 사이를 섬세하게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마다 고유한 문화로 살아가는 다양성과 서로가 다름을 존중하는 포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동시대 가치라고 여겨 ○○ vs ○○ 방식의 글쓰기를 즐겨 사용했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균형과 유연성을 갖추고자 했다. 해서 문화행정가는 창작자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 후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반 토막짜리 문화행정가가 된다. 생산된 창작물, 즉 예술과 대중이 적재적소에서 만나는 예술적 경험의 기회를 만들 때 그의 임무가 완수되는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 오진이의 이런 40년 고민이 녹아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가 꿈’이던 그녀가 ‘문화 가꿈’을 어떻게 실현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문화행정, 예술경영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 보시라. 또는 문화행정, 예술경영 관련자가 아니어도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자(문화가 꿈) 고군분투(문화 가꿈)하는 이들이라면 공감 가는 이야기다.
모두 5장인데, 1장 나, 나이 듦에 대하여, 2장 예술생태계, 변화에 대하여, 3장 예술경영, 연대와 협력에 대하여, 4장 사람, 사랑, 문화에 대하여, 5장 사회, 도시에 대하여로 구성돼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주중엔 금천구에서 일하고, 고양시에서 살고 있으며, 주말에는 대전시 유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놀고 있다. 자기다운 문화로 살아가는 게 꿈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자신의 문화를 가꾸고 있다. 그렇게 ‘문화가 꿈, 문화 가꿈’ 슬로건이 탄생했다. 사람, 공간, 도시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드는 예술, 그것을 즐기는 문화,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세상이 좋아지게 만드는 일을 기획하고 연결하기를 잘한다. 현재 금천문화재단 대표이사(2021~). 서울문화재단 공채 1기 사원 번호 001번 창립 멤버로 입사(2004)한 후 네트워크팀장, 서울문화팀장, 창의예술센터장, 경영기획본부장, 시민문화본부장을 두루 거쳐 전문위원으로 정년퇴임 1호를 기록했다(2020). 2001~2003년 국립극장 홍보팀장을 역임했으며, 1987~2000년에는 MBC 라디오 방송작가(음악살롱, FM은 내 친구, 내일로 가는 밤 등)로 활동했고, 1986년 KBS 드라마 신인 작가 등단 후 드라마게임, 가요 드라마 등 10여 편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