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내셔널 베스트셀러
★2023 총독 논픽션 문학상
“매클리어는 재귀적이고 종종 암시적인 산문을 통해 친족과 기억의 연약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교하게 구성된 서사와 정원에 관한 은유는 자아, 문화, 소속감이 얼마나 투과적인지보여준다. 회고록과 철학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매혹적인 책이다.”
- 2023년 총독 문학상 동료 평가 위원회
“놀라운 발견이다. 매클리어는 DNA 검사의 충격적인 폭로를 바탕으로 시간, 공간, 종에 걸쳐 우리가 공유하는 친족, 자아, 기억, 뿌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더 넓은 차원의 탐구로 전환한다. 식물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뿌리를 찾아내는 매우 파격적인 ‘뿌리 찾기’ 회고록이다.”
- 나오미 클라인(『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도플갱어』 저자)
DNA 조사를 통해 다가가는 가족의 비밀과 뒤엉킨 사랑
다인종 가족의 경계를 넘는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유전계보학은 DNA 기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상의 계보를 추적하는 학문으로, 최근에는 의료 전문가를 통하지 않는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 DTC) 유전자검사가 새로운 산업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23andMe나 앤세스트리닷컴 같은 기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온라인이나 약국에서 검사 키트를 구입한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혈통 분석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DTC 유전자 검사는 면봉으로 입속을 긁거나 침을 뱉는 행위만으로 아주 간단히 ‘혈통’을 추적하고 ‘뿌리 찾기’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손쉬운 유전자검사는 뜻밖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친부모, 혹은 존재를 몰랐던 이복형제가 등장함으로써 개인이나 가족 전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재미에서 시작한 일이 자신의 정체성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으며, 때로는 지극한 사랑과 애도에서 시작한 일이 오래 묵혀두었던 가족의 비밀을 끄집어낼 수도 있다. 『바깥의 사랑들』은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작하는 논픽션이다.
소설가이자 어린이책 작가인 쿄 맥클리어는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잦은 이사와 부모의 불화, 인종적 혼란 속에서 성장한다. 이제 중년에 이르러 작가로서 사회적 성취를 이루고 유대인 남편, 두 아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던 어느 날, 뜻밖의 진실을 맞닥뜨린다. 평생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작가가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이용한 것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애도하기 위해 아버지의 모계 혈통을 탐색하다가 찾은 손쉬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칸반도에서 유래한 유대인 부계 혈통이라니, 작가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유전적 내력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자신이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이때부터 생부의 흔적을 찾고, 평생 몰랐던 이복 형제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자신의 유전적 계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단지 혈연관계만으로 낯선 이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계보를 추적하는 일은 작가를 예민하고 복잡한 성찰로 이끌고, 작가는 멀고먼 시공간 속에 있는 생물학적 조상들과 자신의 연결에 대해 생각한다.
평생 몰랐던 계보와 조상을 탐색하는 일뿐이었다면 도리어 간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작가가 찾아낸 생물학적 아버지가 실은 어머니의 불륜 상대였던 것. 문제는 어머니가 질병과 노화로 인해 기억력과 인지능력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진실을 털어놓는 듯하다가 금세 부인하고, 거짓말과 시치미 떼기를 거듭한다. 더군다나 영어로 사고하고 글을 쓰는 딸과 달리 일본인 어머니에게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결혼 이주민 여성으로서 영어에 서툴고 걸핏하면 무시당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관공서와 보험사, 병원 등을 상대하며 자란 딸은 평생 그래 왔지만 다시 한번 의사소통의 불능을 절감한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또다른 언어인 가드닝을 통해 느리고 힘겹게 어머니의 이야기에 다가가는 수밖에. 평생 글을 읽고 쓰면서 이야기 만드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온 딸은 이야기의 힘을 믿지 않는 어머니와 대화하기 위해 보드라운 땅에 손을 꽂아 넣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