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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한국소설

마지막 산책

  • 관심 0
  • 백여울 저자
소장
전자책 정가
12,000원
판매가
12,000원
소장
출간 정보
  • 2026.09.01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4.2만 자
  • 5.2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4413016
UCI
-
마지막 산책

작품 정보

「떠난 아이가 남기고 간 마지막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드립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유골함과 함께 크림색 명함 한 장을 건네받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주머니에 구겨 넣고 잊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이어지면, 어느 새벽에 그 종이를 다시 펴 보게 된다. 거기 적힌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10-3번지. 내부순환로가 하늘을 절반쯤 가린 동네, 홍제천 산책로 곁의 붉은 벽돌 이층집이다.

낮에는 등이 떨어진 요리책과 찢어진 아이 그림을 고치는 작은 수선 공방. 그러나 해가 기울면 이 가게는 다른 일을 한다.

주인 한선우는 떠난 동물이 제 물건에 흘려 놓고 간 마지막 마음을 읽는다. 밥그릇에서, 횃대에서, 쳇바퀴에서, 낡은 목줄에서. 그리고 그것을 백 년이 지나도 등이 갈라지지 않는 책 한 권으로 묶어 남은 사람에게 건넨다. 다만 그 일에는 값이 있다. 두부의 밤을 읽은 날 그는 심장을 앓았고, 초록이의 침묵을 읽은 날에는 사흘 동안 귀가 울렸다.

그가 읽어내는 것은 완전한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의 기억에는 사람의 이름도, 글자도, 숫자도 없다. 건너오는 것은 냄새와 소리와 진동과 온도뿐이다. 그래서 그는 매번 손님 앞에서 같은 말을 먼저 한다. 제가 읽는 건 손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아이가 실제로 남긴 것입니다. 그 둘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은 저마다 하나의 질문을 안고 온다. 마지막 밤에 짖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여자. 이레 동안 입을 닫은 앵무새에게 미움받았을까 두려운 노인. 좁은 케이지가 미안해 잠을 못 자는 열한 살. 십사 년을 함께 살았는데 자신은 그 애에게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는 남자. 은퇴 삼 주 만에 떠난 군견의 핸들러. 그리고 번호로 태어나 이름 없이 죽을 뻔한 개 한 마리.

그러나 이 가게에도 열지 못하는 서랍이 하나 있다. 삼 년 동안 아무 말도 건네오지 않는 목줄 하나가 그 안에 있다. 남의 아이들 마지막은 다 읽으면서, 정작 제 아이의 마지막만은 읽지 못하는 남자. 그해 여름 그가 잃은 것은 개 한 마리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 물가로 찾아온다. 죽은 반려동물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린다는 회사의 대표가 된 옛 후배, 그리고 이름을 숨긴 채 카운터 뒤에 서서 매일 아침 커피포트를 켜는 알바생.

기술은 사라진 것을 재생한다. 이 가게는 부치지 못한 것을 배달한다. 무엇이 남는 일이고 무엇이 남기는 일인지, 이야기는 열두 마리의 마지막을 지나며 조용히 묻는다.

따뜻하게 울고 싶을 때 읽는 책.
홍은동 10-3번지, 기억을 제본하는 곳.

작가 소개

오랜 시간 콘텐츠 기획자이자 에디터로서 수많은 문장과 사유를 정제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세상에 놓아주는 일을 해왔다. 타인의 글을 다듬고 책이라는 단단한 형태로 완성해 내는 묵직한 노동 속에서도, 스스로 글을 쓰는 작업만은 오래도록 사적인 영역에 남겨두었다. 소란한 일상의 소음에서 한 발 비켜서서 물길과 골목을 무작정 걷는 산책자이자,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고 다정한 존재들의 흔적을 채집하는 기록자이다.

필명 ‘백여울’은 여울물처럼 투명하게 흐르되 잔잔한 파동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거창한 담론이나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세월의 때가 묻은 물건과 지나쳐버리기 쉬운 동네의 풍경, 그리고 말없이 곁을 지키다 떠나간 생명들이 남긴 온기를 조용히 포착하는 데 마음을 쏟는다.

길 위에서 마주친 숱한 만남과 이별의 기억, 그리고 상실을 겪은 이들이 마음에 안고 살아가는 아린 문장들을 그러모아 첫 번째 소설 『마지막 산책』을 썼다. 남겨진 유품에 박힌 미세한 냄새와 소리, 체온의 파편을 읽어내는 제본가의 이야기를 통해, 떠나보낸 존재를 향한 가장 진실하고 다정한 애도의 방식을 들려주고자 했다.

속도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요란하지 않은 속도로 걷기를 고집한다. 섣부른 언어로 타인의 슬픔을 쉽게 규정하거나 위로하려 들기보다, 그저 그 상실의 자리에 함께 머물며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 글을 쓰고자 한다. 엮어낸 문장들이 누군가의 마음 한구석에 닿아 백 년을 견디는 단단한 실처럼 오랫동안 따뜻하게 고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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