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열이 느껴진다. 마치 불타는 뱀이 몸속을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을 동반하는 열이다.
‘뭐지……. 감기 걸렸나.’
슬슬 자야 할 시각이 되었을 때 일어난 몸의 변화에 루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온 차가 심한 환절기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요즘의 기온 변화에는 견디지 못한 걸까.
여름용의 시원한 시트에 누워도 피부 안쪽은 열이 고여 전신의 털이 오싹오싹 곤두섰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으스스함을 느끼는 한편 몸속은 불이 난 것처럼 뜨겁다. 그리고 그 열은 하반신에 모이기 시작했다. 명백하게 이상했다.
“하, ……하아…….”
어느새 호흡이 흐트러지고 심장 소리가 커지며 관자놀이를 압박했다. 숨이 가빠 가슴에 손을 올리자 속옷 너머에 있는 양쪽 돌기가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 찌릿하고 가벼운 전기가 흘렀다. 그 자극은 연동된 듯 하복부의 작은 봉오리를 흔들었다. 루리는 달콤하고 빠른 성적 자극에 무심코 작게 헐떡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치 멋대로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루리의 몸은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 욕망이 폭주하듯 전신에 은은한 전기가 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속 깊은 곳이 욱신거린다. 꽃잎 틈새가 찔꺽거리며 수축을 반복해 꿀이 새어 나오는 감각.
억누르지도 못하고 진정될 기색도 없이 성급하게 개화하듯 증폭되는 욕구에 루리는 손쓸 방도가 없었다.
‘이거 설마…….’
짐작 가는 이유는 하나. 몇 시간 전에 마신 유즈루의 특제 드링크다. 인간이니까 효과가 없다며 실망했었는데, 시간 차로 이제야 반응이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발정제라고 했으니까……. 발산하면 되는 건가? 내버려 두면 점점 가라앉을까…….’
이대로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는 건 아닐지, 그런 불안에 가슴이 짓눌릴 것 같았다. 루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가까스로 방에서 나와 유즈루의 침실 문을 노크했다.
지금까진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필요할 때 말고는 그의 방을 찾아간 적이 없었다. 밤이라는 의미심장한 시간대엔 더욱.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다면, 주저할 수는 없다.
“……루리 씨?”
잠시 후 나온 유즈루는 자고 있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루리에게 뜻밖이라는 시선을 보내다가 바로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벽에 기대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는 루리 옆으로 오더니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그래?”
“아……. 하, 하아……. 내, 내 몸이, 뭔가, 이상해서……. 앗.”
유즈루가 루리의 이마에 손등을 대자 그 순간 감미로운 전류가 전신을 휘감았다. 루리의 몸이 흠칫 떨렸다.
무심코 새어 나간 달착지근한 목소리가 부끄러워서 입을 악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유즈루는 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손을 거뒀다.
“효과 있었구나.”
“좋아하지 마.”
루리가 촉촉한 눈으로 노려보자 유즈루는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대답했다.
“그, 그래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냐니,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실험하지 않았으니까……. 좋은 기회일지도.”
* * *
치한 짓을 저지르던 회사의 높으신 분을 잡는 바람에 해고당한 루리.
모든 것을 잃고 막막해하던 그때, 배가 고파서 쓰러진 미청년과 만난다.
미야노모리 유즈루라고 이름을 밝힌 그는 대형 제약 회사 사장의 아들로, 일선에서 약을 연구하는 천재 과학자였다. 하지만 연구에 몰두한 나머지 생활력이 없어 고생 중이었는데.
마침 뒤치다꺼리를 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그의 제안에 직장도, 집도 없던 루리는 입주 가정부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루리는 유즈루가 개발 중인 ‘발정 유도제’를 실수로 마시고 그와 선을 넘어 버리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