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해보자는 취지에서 2년여 대장정으로 기획된 [북클럽『자본』] 시리즈가 이제 절반 능선을 넘어 고지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그 일곱 번째 책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를 선보인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평이한 리뷰를 넘어 ‘철학자 고병권’만의 대담하고 도발적인 분석을 담아내고 있는 이 시리즈의 7권(신간)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는 마르크스의 『자본』 제4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의 제10~12장을 다룬다.
시리즈의 지난 6권(『공포의 집』, 2019년 6월 발간)에서 저자는 마르크스의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개념을 소개했으며, 그 끄트머리에서 ‘자본이 맞닥뜨린 한계’를 언급했었다. 그때까지 자본가는 가치를 늘리기 위해 잉여노동을 확보해야 했고 그래서 ‘노동일’을 늘리는 방식을 썼는데, 이 방식은 물리학적?생물학적?정치적 한계가 뒤따랐다. 즉 ‘노동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도 24시간을 넘길 수 없다. 그렇다고 자본가가 노동자의 수를 마구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는 인구학적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가’와 ‘자본주의’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을 계속해서 일하게 하고 잉여노동을 짜내는 데 자본주의만큼 천재적인 체제는 없다. 자본은 자기 앞에 닥친 이 같은 ‘한계들’ 속에서도 기어이 출구를 찾아낸다. ‘노동일’이나 ‘노동인구’를 늘리는 것 말고도 놀라운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그 방법이란 바로 ‘상대적 잉여가치’를 늘려 ‘착취의 기술’ 자체를 고도화하며 ‘진보’시키는 것이다. 저자 고병권은 이 시리즈에서 종종 마르크스의 책 『자본』이 마치 ‘탐정소설’ 같다고 말하곤 했다.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처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그런 궁지에서도 자신들의 목표와 욕심을 결국 채워나갔는지 그 천재적인 기술을 드러낸다. 고병권의 신간 『거인으로 일하고 난쟁이로 지불받다』 1장에서는 ‘절대적 잉여가치’로 배를 불리던 자본가가 그 한계에 부닥치자 이번에는 ‘상대적 잉여가치’라는 기묘한 방법으로 ‘잉여가치율’을 높이는 자본가의 본질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