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어떻게 ‘다시’ 자본이 되는가
― ‘자본의 재생산’이란 자본의 생애가 무한정 반복되는 것
철학자 고병권과 함께하는 [북클럽『자본』] 시리즈의 열 번째 책 『자본의 재생산』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자본의 재생산’에 관해 다룬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 I권 제7편 제21장 “단순재생산”과 제22장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자본』 I권을 함께 읽으며 우리는 긴 여정을 걸어왔다. 『자본』 제1편에서는 자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준비를 했고(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부’에 대한 독특한 관념으로서 ‘가치’ 개념을 배웠다), 제2편에서는 자본을 이론적으로 정식화했다(가치를 증식시키는 가치, 잉여가치를 낳는 가치). 그리고 이렇게 정식화된 자본이 노동력이라는 독특한 상품 덕분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제3편과 제4편에서는 잉여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살폈고, 제5편에서는 노동력의 가치와 잉여가치의 상대적 크기를 변동시키는 다양한 경우를 검토했으며, 제6편에서는 노동력의 가치가 임금의 형태를 취할 때 생기는 문제가 무엇인지 보았다. 이렇게 해서 ‘자본의 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자본』 I권의 긴 여정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의 생산’에 대해 다시 이야기한다. 다만 이번에 마르크스가 주목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생산’이 아니라 ‘생산의 반복’이다. 즉 똑같은 일이 똑같은 순서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를 살핀다. 이전 제6편까지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자본은 어떻게 자신을 자본으로 생산하는가’를 보았다면, 이제 제7편에서는 이 물음에 ‘다시’라는 말이 추가된다. 자본은 어떻게 ‘다시’ 자본이 되는가, 자본은 어떻게 ‘다시’ 자신을 자본으로 생산하는가.
신간 『자본의 재생산』에서 저자 고병권은 마르크스가 제7편의 제목을 ‘자본의 증식과정’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과정’이라고 단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다루는 『자본』 제7편의 핵심 개념이 ‘축적’이라 말하고 있다. 이 ‘축적’ 개념은 그 내용 자체는 이전에 다룬 ‘증식’과 다르지 않다. 100억이 110억이 되고 110억이 121억이 되는 것, 자본은 여전히 그렇게 증식하고 축적한다. 그렇다면 ‘증식’과 ‘축적’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저자에 따르면, 축적은 ‘반복’과 관련된다. 즉, 증식이 ‘반복’될 때 축적이 일어난다. 축적은 반복의 결과, 한마디로 말해 자본의 재생산(확대재생산)의 결과다.
다시 말해 ‘재생산’이란 ‘생산의 반복’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보았던 자본의 가치증식과정이 동일한 순서로 다시 진행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의 재생산’인 것이다. 요컨대 『자본』 제6편까지의 내용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 그것이 이번 책 『자본의 재생산』이 다루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반복’을 통해 우리는 자본의 실체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