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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춘화는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태어나 연변에서 성장한 조선족 작가다. 연변대학교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족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다 한국으로 건너와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우물가의 아이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장편소설로, 2000년대 초 연변조선족자치구 용정을 배경으로 조선족 아이들의 성장과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민족, 고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변에 사는 조선족들이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범죄자나 가난한 이주노동자의 모습으로 소비되곤 했으니, 정작 그들이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조선족 사회의 이야기를 조선족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다는 것이 내게는 조금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주인공 홍희의 할아버지는 조선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학자다. 홍희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며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한편 친구 경매의 엄마는 한국에 돈을 벌러 가 있고, 한족 친구 왕두는 조선족의 성지로 여겨지는 룡두레 우물가에서 빠오즈를 판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 우물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겪으며 자신들의 뿌리와 현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간다. 중국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들이 기억하고 지키려는 역사와 문화의 한편에는 분명 우리와 공유하는 것이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땅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더욱 목말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 세대는 아이들에게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학교에서 민족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청에 탄원서를 내기도 한다. 그들에게 민족의 기억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뿌리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중국 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의 노래와 연예인을 좋아하며 한국 문화를 친숙하게 느끼는 젊은이들도 있다. 엄마가 한국에 가서 일해 번 돈으로 연변의 가족들이 생활하기도 하고,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은 더 큰 도시와 다른 나라로 떠나 좀처럼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한국으로 건너가도 그곳에서는 다시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구별된다. 그래서 ‘조선족은 한국인인가 중국인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너무 단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에는 중국의 현대사와 조선의 역사와 문화, 오늘날의 한국 대중문화와 국경을 넘나드는 가족의 생계까지 한데 얽혀 있다. 어느 하나만 떼어놓고서는 그들의 삶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작품 속 할아버지는 만주 땅에서 여러 민족이 뒤섞여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학은 장기판보다 훨씬 넓고 깊다고 말한다. 사람의 삶은 장기판처럼 반듯하게 칸을 나눌 수 없다. 문학은 한국인, 중국인,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구분하기 전에 그 이름 사이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뿌리를 잊지 않고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뿌리가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선을 긋고 울타리를 높이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뿌리는 깊게 내리되 가지는 서로 얽혀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어울렁너울렁 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물가에서 빠오즈를 팔던 한족 아이 왕두처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그어진 경계선을 조금씩 넘나들며 서로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 조선족의 성지에서 왜 한족 음식을 파느냐는 질문에 왕두는 조선족 김치를 좋아하고 빠오즈도 맛있다며, 둘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김치와 빠오즈가 굳이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채로도 얼마든지 한 식탁에 놓일 수 있고,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수도 있다.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잊지 않되,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어쩌면 복잡한 민족과 역사의 문제 앞에서 《우물가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답은 의외로 이렇게 단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_____ “그래, 학생이 장기 잘 두는 건 좋은 거지. 자랑스럽고. 근데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 이 아저씨는 문학이 장기판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고 생각해.” 우물가의 아이들 | 전춘화, 강소연 저 #우물가의아이들 #전춘화 #너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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