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15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탄핵 심판 이상민, 김용빈 등 증언과 여야 대표 연설, 대정부 질문 (2.7.-2.12.)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본 총서의 제15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공작과 내란 프레임을 제기한 다음 날인 2월 7일부터 12일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10일과 11일에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12일에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의 비교섭단체 연설이 있었다. 11일 422회 제1차 국방위원회에서는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현안 보고와 질의가 있었고, 12일 제1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긴급 상정되었으며, 동일 제4차 국회 본회의부터 대정부 질문 일정이 시작되어 정치, 외교, 통일, 안보 분야 질의가 이루어졌다. 의회 바깥에서는 10일 윤석열의 방어권 보장 안건 상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극우 세력이 단시간 점거하는 일이 있었고, 11일 있었던 탄핵 심판 7차 변론에 이상민, 신원식, 백종욱, 김용빈이 출석해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적법성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해제안 가결 후 윤 대통령의 동선, 부정선거론 등에 관해 증언했다. 이날 윤석열은 자신이 대화하려 해도 야당에서는 탄핵만 하고 연설을 듣고도 박수 한 번 안 쳐줬다며, 정권의 파괴가 야당의 목표였다고 강변했다. 또 ‘계엄=내란’ 프레임 때문에 국무위원들이 검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윤 측 변호인단과 함께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재고해 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앞선 평의 결과를 유지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와 함께 이뤄진 추가 증인과 변론기일 요청은 이후 받아들여 20일 제10차 변론이 진행되었다.
본서는 이들 회의록 및 탄핵 심판 당시 피청구인 윤석열의 발언 전문과 함께 기간 내 여야 정당 자료 역시 수록했다. 이재명과 야권이 사실상 계엄의 원인이자 조기 대선만을 바라는 실질적인 내란 세력이며, 헌법재판소는 편파적이고, 홍장원과 곽종근의 증언은 민주당에 회유당한 것이란 주장을 펼치는 국민의힘과 윤 측의 보도자료, 이들을 내란 동조 세력이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탄핵 심판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교섭단체 연설을 전후로 국민소환제 추진 등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명태균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내란 수사와 조기 대선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 야권의 논평 및 이에 따라 발의된 국민소환제와 명태균 특검법 의안 역시 수록하였다.
이 책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