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21권 헌법재판소의 시간: 제7차 국회 본회의와 극우 기자회견, 마은혁 임명 선고 판결 (2.26.~2.27.)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본 총서 제21권은 탄핵 심판 최종 변론 다음날인 2월 26일과 27일의 내용을 다룬다.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명태균 특검법 등이 가결되고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 등이 논의되었으며, 외교통일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는 외교부, 통일부 및 교육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의 업무 보고와 현안 질의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서는 관련 법안이 논의되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전날 있었던 윤석열 측의 변론 내용과 최종 진술에 대해 격하게 반응하며 탄핵 인용을 촉구했고, 당일 추가 공개된 김건희의 공천 개입 관련 녹취와 다음 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명태균 특검법의 통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전날과 달리 윤 측 발언이나 탄핵 기각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윤상현 의원이 손현보, 전한길 등 주요 극우 스피커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이들은 반국가 세력과 ‘계몽령’, 헌법재판소 편향성을 주장하며 “법관 개인의 정치적 기호에 따른 판결을 강행한다면, 헌재는 (…)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고, “국가가 살고, 국민이 살고, 헌법재판관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 각하를 해야 된다”고 소리 질렀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제7차 국회 본회의가 열렸고, 명태균 특검법, 에너지3법, 방통위 의사정종수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이 여당의 반대에도 모두 통과되었다. 그 외 보건복지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도 현행 법안이 논의되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행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위헌이라는 판결, 그리고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야권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마은혁을 즉각 임명할 것을 촉구했지만, 최상목 권한대행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임명을 보류했고 여당도 이에 동조했다.
본서에는 현안 관련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들 기간 내 회의록과 여야 정당 자료 및 의안 등을 수록했다. 또 윤상현이 주선한 탄핵 반대 기자회견문, 마은혁 임명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문 역시 함께 수록하였다. 아울러 헌법, 계엄법, 헌법재판소법 원문도 부록으로 추가하였다.
이 책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