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22권 다시 갈라진 세계: 삼일절 탄핵 찬·반 집회, 마은혁 임명 보류 (2.28.~3.5.)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본 총서 제22권은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삼일절과 주말, 대체 휴일이 이어지며 의회 내 회의는 2월 28일과 3월 5일에만 있었다. 2월 28일에는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있었으며, 그간의 조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었다. 3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는 선관위 사무총장 김용빈, 방송통신위원장 이진숙, MBC 기획본부장 박건식 등이 출석해 부정선거 음모론, 비상계엄 가짜뉴스, MBC 故요요안나 사태 등 현안에 관한 질의가 있었으며,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팀장 장경식은 2023년 방심위원장 류희림의 민원 사주 관련한 양심선언을 했다. 그 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기관 업무 보고가,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논의되었다.
2월 27일 마은혁 임명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음에도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을 진행하지 않자 야권은 크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야·정 국정협의회 참여를 거부했다. 28일 국민의힘 등은 이에 반발하는 동시에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채용 비리, 헌법재판소 편파성 등을 비판했으며, 나경원 등 76인은 탄핵 기각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월 1일 삼일절에는 광화문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크게 이어졌고, 여야 모두 각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서 공수처와 선관위, 헌법재판소를 쳐부수자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서천호 의원에 대한 징계안과 제명안이 4일 발의되기도 하는 등, 야권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비판하며 탄핵 인용과 최상목의 마은혁 임명, 알박기 인사 자제, 명태균 특검범 수용 등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국민을 극우로 몰지 말라고 비판하고, 선관위 부패와 야당 입법 독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일 국민의힘 부울경 기초의원 연수에서 조기 대선이 언급되고 조국혁신당이 완전국민경선제 추진을 선언하는 등, 탄핵 후 대선 정국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본서에서는 이들 회의록과 여야 정당 자료 및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비롯하여 각종 관련 의안을 모두 수록하였다. 다만 비상계엄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전체 분량이 600여 쪽에 달하기에, 국정조사 청문회 회의록에 담긴 내용을 정리한 본문은 제외하고 결론에 해당하는 ‘종합의견’ 부분만 편집해 수록했다.
이책 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