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23권 법 위에 선 괴물들: 윤석열 구속 취소 (3.6.~3.11.)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본 총서 제23권은 3월 6일부터 11일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6일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중앙선관위 위원 후보자 김대웅의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농어민 기본소득 관련 법안 공청회가 이뤄졌다. 7일부터 10일까지는 의회 내 회의가 없었으며, 11일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심위원장 류희림의 사퇴 촉구안이 가결되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외교부장관 조태열 등이 참석해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등에 관한 현안 질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건은 의회 밖에서 일어났다. 3월 7일 오후, 법원은 윤석열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의 지귀연 판사는 구속 기간을 ‘10일’이 아닌 ‘240시간’으로 계산하여,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판단했다. 또 윤 측이 제기한 공수처의 수사 적법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해당 결정에 항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8일 윤석열이 지지자들과 대통령경호처의 비호 가운데 석방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5당은 즉각 반발했다. 구속 기간을 시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고, 영장 집행을 포함한 공수처의 수사 역시 모두 법원의 판단하에 진행된 일이었다. 심우정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에 대한 위헌 판단은 내려진 적 없으며 비슷한 이전 사건에서 즉시 항고를 진행했었단 사실도 드러났다. 야권은 이례적인 처사를 거듭하며 내란죄로 구속된 피의자를 석방한 법원과 검찰, 이에 환호하며 탄핵 각하와 공수처 폐지 등을 주창하는 여당 및 극우 세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각자 거리 시위와 단식 투쟁에 나섰고, 헌재 판결에 주목하며 향후 행보를 가다듬던 의회와 시민사회 모두는 다시금 혼돈에 빠져들었다.
본서에는 기간 내 상임위 회의록과 윤석열 구속 취소를 둘러싼 여야의 각종 보도자료, 논평 등을 담았다. 또한 구속 취소에 관한 재판부 설명 자료를 비롯해 석방 후 윤석열의 메시지, 야권의 인권위 개선안, 방심위원장 사퇴안, 헌재 증거 제출 의무화 의안, 여권의 선관위 감사안과 검찰의 즉시 항고권 폐지, 공수처 폐지 의안 등도 수록하였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조금 더 평등해 보이는 이 시대, 이 책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