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26권 개와 늑대의 시간: 한덕수 탄핵 기각과 이재명 항소심 무죄 판결 (3.24.~3.31.)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본 총서 제26권은 최악의 화마와 함께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던 3월 24일부터 3월 31일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3월 24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하여 외교부장관 조태열 등의 긴급 현안 질의가 있었고, 25일 12·29 제주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여객기 참사 피해자,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이 각각 논의되었다. 다음날인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기일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논의되었으며, 이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과 함께 31일 국회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되어 여당의 반대 속에서도 이틀 뒤 본회의에 상정된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국무총리 한덕수의 탄핵 기각을 선고하고, 그 결과 한덕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다. 여당은 이를 환영하며 윤석열 탄핵 기각 또는 각하와 이틀 뒤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의 원심 유지를 주장했지만, 26일 서울고등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야권은 당연한 판결이라며 안심하면서도, 4월 18일 두 헌법재판관의 임기 만료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권한대행의 마은혁 임명과 헌법재판소의 기일 지정을 촉구하는 등 대응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 주 금요일인 28일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자 국회는 물론 사회 전체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에 야권은 한덕수·최상목를 포함한 현 내각 전체의 총탄핵을 시사하는가 하면, 후임이 없는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의 자동 임명, 헌재 결정 불이행 시 처벌 조항 신설, 그리고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를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여럿을 발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다. 물론 여당은 편향적이고 자격 미달인 마은혁을 임명하려는 건 야권의 사법부 장악을 위한 음모요, 헌법재판소를 겁박하고 행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시도야말로 내란이라고 소리쳤다. 그밖에도 여야는 영남 산불 피해 수습과 정부의 추경 편성, 심우정 자녀 채용 비리 의혹, 최상목의 미국채 보유, 윤석열 수감 당시 특혜, 민노총·전농 파업 등에 있어서도 갈등했고, 극도의 혼란과 불안 속에서 날짜는 운명의 4월로 넘어가게 된다.
본서에서는 해당 기간의 회의록 및 여야 정당 자료, 한덕수와 이재명 관련 법원의 선고문과 판결문, 십여 개에 이르는 각종 관련 의안을 모두 수록하였다. 부디 이 책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