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와 정당 자료로 살펴보는 12·3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제27권 겨울의 끝: 윤석열 파면 선고 (4.1.~4.4.)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제27권은 본 총서의 마지막 권으로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가 이루어진 4월 1일부터 4월 4일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첨예한 대립과 혼란, 성토가 뒤섞인 3월 말이 지나고 4월 1일, 드디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4월 4일로 통지한다. 여야를 비롯하여 기다림에 지쳤던 시민사회 각계각층 모두가 환영의 뜻을 밝혔고, 이어지는 3일간 윤석열의 복귀를 바라는 이들과 파면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의회와 광장을 메웠다. 그 기간에도 국회는 외교통일위원회, 제주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을 열어 관련 현안을 처리했고, 2일 본회의에서는 보건의료법 개정안과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 등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 탄핵 심판 선고 전날인 3일 본회의에서는 영남 산불 피해 수습, 이
재명 백현동 사건, 윤석열 탄핵 심판 관련 사안과 김건희 등 측근 비리, 한덕수·최상목·심우정 등 현안에 관한 긴급 현안 질의가 열리기도 했다.
각자의 기대와 불안, 희망을 담은 시간이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윤석열 탄핵 심판의 판결 선고가 내려진다. 헌재는 윤석열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전체에 혼란을 초래했으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았다. 동시에 이는 헌법 수호를 위해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그를 파면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하여 재판관 전원 일치로,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부터 123일 만에, 윤석열에게 대통령직의 파면 선고가 내려진다.
본서에는 해당 기간 내 이들 국회 회의록과 여야 입장을 담은 논평과 보도자료를 비롯해,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문과 결정문 원문도 수록하였다. 특히 마지막 권인 만큼 기간 내 각 정당이 내놓은 공식 자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담고자 했고, 국회의장과 야권의 제77주년 제주 4·3사건 추념사, 헌법재판소법과 대통령 권한대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현안 관련 의안, 그리고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 '비상계엄을 해제한 국민께 드리는 감사문' 의안 원문 역시 수록하였다.
길었던 겨울이 겨우 끝나는 듯하지만, 지난해 윤석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잔불을 정리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길은 아직도 지난할 따름이다. 바라건대 그 과정이 온전하기를, 나아가 이 책이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