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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상세페이지
소장
전자책 정가
9,000원
판매가
9,000원
출간 정보
  • 2026.02.20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8.3만 자
  • 0.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57275267
UCI
-
베라

작품 정보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난 오늘 저 절벽에서 몸을 던져 모든 걸 끝장내고 말았을 겁니다.”
친구처럼 가깝던 아버지를 여의고 망연자실한 루시 앞에 우연히 나타난 위임스. 아내와 사별한 충격에 빠져 있던 위임스는 루시에게 강렬한 유대감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구애하여 그녀와 결혼한다. 그렇게 새로운 위임스 부인이 된 루시는 죽은 첫 번째 아내 '베라'의 흔적이 여전히 곳곳에 남은 윌로우스 저택에 들어서고, 아마도 베라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어두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베라』(1921)는 영국 소설가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의 열한 번째 소설이다. 운명 같은 사랑인 줄 알았던 두 남녀의 관계가 차츰 심리적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 묘사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 이전까지 아르님은 경쾌하고 낭만적인 작품들로 널리 사랑받은 작가였다. 반면 『베라』는 어두운 결말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출판 직후 대중은 당황스러워했으나 문단은 극찬을 보냈다. 작가이자 평론가 존 미들턴 머리는 "제인 오스틴이 『폭풍의 언덕』을 쓴 것과도 같다." 했고, 작가 레베카 웨스트는 신랄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에 주목하며 아르님이 한 인간에게 살인자에 준하는 위험한 면과 우스꽝스러운 면이 공존할 수 있음을 집요하게 묘사함으로서 "문학의 진부한 틀에서 과감히 벗어났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르님이 『베라』를 쓴 것은 프랭크 러셀 백작과 했던 두 번째 결혼이 파경을 맞은 이후였다. 악몽 같았던 그때의 경험이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 작중 위임스처럼 러셀 백작은 매력적인 호인과 독선적인 폭군을 오갔으며 그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모순이 많은 인물이었다. 아르님은 이러한 모순성에 내재한 공격성과 정서적 미성숙함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문학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현실적인 악인의 초상을 생생히 그려냈다. 악당으로서 위임스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인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공포스럽다기에는 지나치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루시를 옭아맨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지켜보는 이를 섬뜩하게 한다.

그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 역시 매우 현실적이며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루시는 비합리적인 상황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문을 던질 줄 아는 지성적인 여성이나 세상 경험이 적은 탓에 나르시시스트의 마수에 속수무책으로 걸려든다. 루시의 고모인 엔트휘슬 양은 위임스의 본질이 “권력을 쥔 소년”과 다를 바 없음을 쉽게 간파하고도 부부 간의 일을 마치 끼어들 수 없는 성역처럼 여기는 사회적 통념 앞에 좌절한다. 윌로우스 저택의 하녀는 왕처럼 군림하려 드는 위임스의 억지스럽고 강압적인 지시에 복종하는 시늉만 하며 따로 실속을 챙긴다. 위임스를 진심으로 대하는 친밀한 관계일수록 그의 지배에 진정으로 속박당하는 처지가 되는 아이러니를 짚어낸 것에서도 아르님의 탁월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베라』를 소개할 때 자주 함께 언급되는 소설이 있다. 바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스릴러 소설 『레베카』다. 작중 시점에서 망자인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였다는 독특한 설정과 플롯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1938년 작인 『레베카』가 아르님의 작품에서 영향받았으리라는 추측이 일반적이며, 두 작품에서 제목의 인물이 맡는 역할은 전혀 다르다. 『베라』에서 ‘베라’의 역할은 다소 모호해 보이지만, 아르님은 친절하게 매우 분명한 힌트를 하나 남겨 놓았다. 바로 ’베라(vera)’의 어원적 의미가 ‘진실’, ‘신념’이라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Elizabeth von Arnim, 1866-1941)

영국 소설가. 호주의 부유하고 교양 있는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했다. 영국 왕립음악대학을 다니며 오르간 연주자의 진로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1891년 독일 귀족과 결혼 후 독일에 정착하여, 1898년 첫 소설 『엘리자베스와 독일식 정원』을 발표했다. 출간 즉시 큰 성공을 거둔 이 자전적 소설 이후, 아르님은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으로 『상속녀』(1901), 『목사의 아내』(1914)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1910년 남편과 사별한 후에는 스위스로 이주해 방대한 장서가 있는 저택 '샬레 솔레이유'에 살며 E. M. 포스터, 휴 월폴, 허버트 조지 웰스 등 당대의 여러 지식인과 교류했다. 특히 친척이며 친구였던 캐서린 맨스필드와는 22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조언을 주고받는 등 매우 가깝게 지냈다. 1916년 버트런드 러셀의 형인 프랭크 러셀 백작과 두 번째 결혼을 하나 얼마 못 가 파경을 맞았고, 이후 이때의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베라』(1921)를 발표했다. 『4월의 유혹』(1922), 『스케핑턴 씨』(1940) 등 대다수의 작품이 대중과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고, 일부는 연극화, 영화화되기도 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1947년 세상을 떠났다.

역자
윤여리: 대학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UX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바른번역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이승원: 대학에서 생명과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 글밥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빠르게 달려야 하는 세상에서 바삐 살다가도 잠시 멈춰 서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그런 동시에 읽기 재미있는 책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자이자 번역가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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