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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판] 눈이 부시다 산다는 것이 상세페이지

[체험판] 눈이 부시다 산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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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출간 정보
  • 2010.02.20 전자책, 종이책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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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9천 자
  • 9.2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59597109
E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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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험판] 눈이 부시다 산다는 것이 (김연일)
  • 눈이 부시다 산다는 것이 (김연일)
[체험판] 눈이 부시다 산다는 것이

작품 정보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승화시킨 김연일 시인의 작품 세계
김태일(작가·풍자문학 편집인)

요즘 시인(詩人)들은 잉크에 물을 많이 탄다. 그래서 시인들은 말을 많이 하는 약장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무릇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라고 하였다.
조금 생경한 말이 될지 모르지만 시(詩)는 곧 세상을 노래하는 유행가 가사이다. 유행가 가사는 천파만파로 국경도 없이 날아다닌다. 그래서 시인의 말은 나름의 사상과 휴머니즘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김연일 시인의 작품에서는 인간의 정과 세상을 올곧게 보는 따뜻한 눈과 뜻하지 않은 칼날 같은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은 항상 산 너머 산이라고 했던가. 그의 작품 <살아내기>에서 현대인의 피곤함과 고뇌를 절절하게 느끼게 한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살아있는 자들의 독백이다.

<생략>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으로 넘기는 새와
목으로 넘어가는 물고기 몸부림에
강물도 잠시 쉬었다가 펄떡거리며 흐른다

삼킬 거리가 생길 것 같아
목줄기 뻐근해 오는 치열한 아침
누군가의 목으로 넘어갈 것 같은 두통의 아침

살으러 간다
- <살아내기> 중에서

이 작품은 ‘살으러 간다’에서 끝을 맺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도시인들의 생활이 너무도 처참하기만 한 대목이다. 목 줄기가 뻐근하지만 살기 위해 또다시 일터로 나서는 자들의 피곤함이 묻어난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뼈다귀 해장국에서도 시인의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생략>
물어뜯고 핥던 뼈다귀를
부정과 비리를 포식한 얼굴들이 도배한
조간신문 1면 위에 올려놓으면
그들도 재빨리 뼈다귀 속으로 숨는다
- <뼈다귀 해장국을 먹으며> 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론의 자유라고 본다. 시인은 아침마다 조간신문 1면이 항상 위정자들의 사연으로 도배된 기사를 읽었으리라. 그러면서 위정자들의 행동을 보고 불편한 심기를 뼈다귀로 격하시켰다. 속이 다 시원하다. 살이 붙은 뼈다귀는 국민이요, 살을 발라버린 뼈다귀는 위정자로서 신문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인이 선택한 언어의 자유로 인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생략>
봄날 논두렁에 앉아 모밥을 먹으면
어린 모들이 밥알을 보고 손을 흔든다

밥알은 밥그릇을 넘어
어린 모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린 모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다시 걸어보는 5월 햇살 아래
푸른 밥알의 기억
- <푸른 밥알의 추억> 중에서

앞 대목에서는 위정자를 꾸짖는 날이 시퍼런 비수를 그렸다면 이 작품에서는 농부들의 모내기를 노래했다. 모를 푸른 밥알로 표현한 시인의 순수한 마음은 읽는 이로 하여금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5월 햇살 아래 푸른 밥알의 기억…’
봄날 논두렁에 앉아 참을 맛있게 먹고 포만감에 젖어 휴식을 취하는 농부들의 풍요로운 얼굴이 보인다. 이제 시인의 푸른 밥알은 쌀로 옮겨간다. 쌀은 똥이 되기도 하고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쌀이 똥으로 일생을 마쳤을 때 이를 완성된 순간이라 말한다.

쌀통에 붓다가 흘린 쌀알들
88번 이상의 손길에 대한 예의로
흘린 쌀알들을 쌀통에 주워 담는다

쌀은 밥이 되어 입에 들고 똥이 되어야
자기 생명의 찬란한 끝이며
다른 생명의 아름다운 시작이다

서울역 지하도 찬 가슴 위에 쌀알들이 흩어져 있다
밥이 되어 보지 못하고 똥이 되어보지 못한 쌀알들이
쌀통에 담겨보지도 못하고 버려져 방치되고 있다

쌀을 주워 담을 손길 없고
주워 담을 쌀통이 없는 예의 없는 세상
쌀을 키워낸 손길에 대해 예의를 버린 세상에
아픈 쌀알들이 찬바람 속에서
구겨진 신문지 한 장 덮은 채 구르고 있다
춥다
- <노숙> 전문

쌀알은 서울역 노숙자들로 자리매김을 한다. 뼈다귀를 쌌던 신문지는 노숙자들을 위해 구겨져 추위를 막아주는 천막이 된다. 작품의 끝맺음에서 ‘춥다’라는 혹독한 한마디가 노숙자들의 애잔한 삶의 전부를 대변하고 있다.
절망의 끝에서 몸부림치는 노숙자의 삶, 시인은 또다시 그 끝에서 바람이 분다고 외치고 있다.

끝에 서면 절망의 끝이 보일 것 같아
끝내고 싶은 일상 그 삶의 벼랑에서
눈 끝에 매달려 다니던 땅 끝

끝에 섰다고 끝이 아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두려움도 아니며
날마다 발 헛디디어 상처투성이 된 자의
절망 또한 아니다
- <땅 끝에선 시작의 바람이 분다> 중에서

‘끝에 섰다고 끝이 아니다…’
시인은 절망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는 상처투성이가 된 인간들을 인도하듯 땅 끝에서 바람이 불게 하여 희망을 주고 있다.
또한 그 희망은 해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겨울 해인사 해탈문 돌계단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단추 하나 주웠지

악다구니 같은 세상바람 휙휙 들이치는
겨울 해탈문에서
옥죄고 살아온 욕심 하나 풀어 놓은
작은 해탈을 만난 것이지
<중략>
큰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하셨다
큰 스님 사리탑 앞에서 과식한 욕심 토로하자
내 안에 자리를 틀고 살아온
세상 진리 같던 거짓 명제들이
찬 바닥으로 쏟아져 나와 각혈하며 쓰러져 누웠다

나도 단추 한 알로 떨어져 나가고 싶었다
- <해탈문에서>

사람은 누구나 부족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해탈문으로 들어서면서 정화시킨다. 시인은 해탈문을 들어설 때 단추 하나를 주워들었고, 해탈문을 나설 때는 자신의 욕심을 전부 버리며 단추 한 알로 떨어져 나가고 싶었으리라. 이렇듯 단추 한 알로 인간의 욕심을 모두 잠재우는 시인의 안목이 바로 혜안(慧眼)이다.

산수무늬 벽돌 속으로 걸어 들어가
仙界를 향해 가는 그의 옆에 조각으로 박히고 싶다

선계의 경계에 신고 다니던
무겁고 때 묻은 신발 벗어 놓고
맨발의 몸으로 배경으로 서 있던 산으로 들면
통째로 영육 빨아들이는 산
<중략>
뒤돌아보면 나를 인도하고
모두 사라져 버린 무상의 길

그 길에서
벽돌 속 조각으로 새겨지고 싶은
하여, 내 원초의 고향 같은 선계에
깃들고 싶은
스미고 싶은
- <산수무늬 벽돌에 조각으로 박히고 싶다> 중에서

시인은 산수무늬 벽돌 속으로 들어가 조각으로 박히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시인은 영원함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모한 인간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을 하지만 실상은 이 대자연에서 인간 역시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이 주인이라 착각하지만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벽돌 속 조각으로 새겨지고 싶은, 그래서 선계에 들어가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으로 인해 우리 앞에 문득 태산이 다가온다.
그러나 그 태산은 선계로 들어가는 해탈의 문이 되어 시를 읽는 이들의 가슴을 해맑게 해주리라.

작가

김연일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61년
경력
다담심리상담소 운영자
원주 민예총 회원
데뷔
1999년 문학세계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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