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발명가 중 하나인 탤벗
사진의 시초는 1839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가 발명한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게르와 함께 사진술을 실험하고 있던 니세포르 니에프스(Nicéphore Niépce)가 1822년 교황 비오 7세의 초상화 인쇄를 성공한 것을 시초로 보기도 한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은 니에프스가 1827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2층 창문에서 본 풍경(le point de vue du Gras)>이다.
사진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사회적 반향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탤벗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신혼여행을 위해 이탈리아에 간 탤벗은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해 호수의 풍경을 그리려다 실패한 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이용해 종이 위에 영원히 고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183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탤벗은 왕립학회에 꾸준히 논문을 투고하는 과학자였다. 수학, 광학, 화학 분야에서 여러 연구를 했으며 이집트 고고학, 언어학, 어원학, 신화학 등에 조예가 깊었다. 이런 학문적 경향성은 그가 사진을 발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자연의 연필>은 사진에 대한 탤벗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텍스트 중의 하나이자, 사진과 사진을 설명하는 글이 어우러진 최초의 사진집이기도 하다.
탤벗의 사진술 완성을 증명하는 <자연의 연필>
<자연의 연필>은 1844년 다섯 장의 사진을 실은 첫 번째 책자를 출판한 이후 2년 동안 여섯 호의 책자를 출판했지만, 여섯 번째 책자를 마지막으로 출판을 중단했다. 사진을 인쇄하는 기술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의 연필>은 설명문을 활자로 인쇄한 종이 위에 인화한 사진을 직접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로 인해 책값은 상당히 비싼 편이었으며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자연의 연필>은 여섯 개의 책자를 합본한 것이다.
1839년 다게레오타이프가 먼저 세상에 공표된 것에 충격을 받은 탤벗은 자신의 사진술이 다게레오타이프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사진술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1841년 탤벗은 마침내 자신의 사진술이 완성되었음을 확인하고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칼로스(καλός)’를 사용해 ‘캘러타이프(Calotype)’라는 이름을 붙였다. 2년여의 시험을 통해 1843년 기술의 안정성을 확신하게 되자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사진집을 제작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비록 대상의 세밀한 묘사라는 측면에서는 다게레오타이프가 우수했지만, 캘러타이프는 같은 영상의 복제와 재생산이라는 장점을 가졌다. <자연의 연필>은 사진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시험이 진행되던 사진 발명의 초창기에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진을 촬영해 제목을 붙이고 작가의 설명을 곁들여 출판한 최초의 책이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연의 연필>에는 사진을 발명하고 개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기술적·사회적·학술적·미학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탤벗의 탐구 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서문과 사진 발명의 간략한 역사를 서술한 글과 함께 탤봇이 촬영한 사진 24장이 실려 있다.
사진은 자연의 손으로 새겨진 것
탤벗은 사진을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 즉 빛이 그린 그림이라고 불렀다. 또 사진은 인간의 손이 아닌 “자연의 손으로 새겨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탤벗은 책의 서문에서 사진을 만드는 것은 태양, 빛, 자연이라고 주장했다. 카메라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태양의 빛을 기록할 뿐이고 사진은 그러한 기록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판 6의 설명문에서는 태양, 빛, 자연의 작용이 있기 전에 대상을 발견하는 사진가의 눈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탤벗은 <자연의 연필>에 수록한 사진이 “예술가의 연필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빛의 작용으로만 새겨진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사진은 예술가의 선택을 통해 대상을 재현한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사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자연의 연필>을 출판한 목적에 대해 탤벗은 “새로운 예술이 영국 인재들의 도움으로 성숙해지는 시기가 오기 전에 그것의 초창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측대로 사진 예술은 20세기에 성숙기를 맞이했으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의 연필’로 그려졌던 사진은 ‘인간의 눈’을 통해 본 것이 되었고 이제는 ‘숫자의 배열’로 구현되는 영상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사진에 도입된 후에 “사진은 죽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것은 사진이 이제 더는 자연의 연필로 그리는 영상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자연의 연필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오직 연산을 통해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영상을 만들어 낸다. 자연의 연필이 더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디지털 사진의 시대에 사진 발명가 중 한 명이 처음으로 사진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밝힌 <자연의 연필>이라는 오래된 책은 우리에게 사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