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국내에도 애호가들이 늘기 시작한 재즈
하지만 여전히 모든 대중들이 즐기는 음악은 아니다.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지식인들이 주로 좋아한다는 인식도 있지만,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줄 사람이 적다는 것은 결코 기쁜 일은 아니다.
재주연구가 이판근 선생은 재즈의 매력에 빠져 결국 인생 전부를 재즈에 바친 음악인이다.
그는 재즈의 보급과 대중화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연주가의 꿈을 접고 연구가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덕분에 지금껏 그가 길러낸 수천 명의 제자들이 대한민국 재즈의 기둥이 되었다.
이판근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재즈의 깊은 매력에 빠져보자.
<책속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데 뭐가 고생이에요? 단지 재즈를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힘들 뿐이지 내 인생은 줄곧 즐거웠습니다. 재즈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 고난이 아니에요. 난 1000만원을 써도 모자란 삶이 있고, 10만원으로도 충분하게 사는 삶도 있다고 생각해요. 1000만원을 쓰며 살아간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일까요? 10만원으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난 이렇게 생각해요. 교과서적인 발언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삶이 고생스러운 사람이 있다기 보단 마음먹기와 자세에 따라 삶이 고난과 역경이 될 수도, 행복과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재즈를 연주하기 위해선 말이죠, 하루 9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합니다. 재즈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안다. 이틀 하지 않으면 남이 안다. 삼일 하지 않으면 재즈를 관두어야 한다.
같은 곡의 악보를 주고 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아주 감동적인 연주를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아무런 느낌 없이 그저 밋밋하게 할 수도 있어요. 노래 역시 마찬가지예요. 노래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가창력이라는 단어로 비교가 되죠. 그런 만큼 감성은 정말 재산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성을 지닌 사람은 꼭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경우는 대중 음악이 팝으로도, 재즈로도 편곡될 수 있는 것을 관객들도 알기에 양쪽 모두 인정하고 박수를 쳐요. 유능한 가수는 재즈 매니아들이 모여 있으면 재즈로, 팝 애호가들이 모여 있으면 팝으로 노래하기도 하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에요. 재즈를 사랑하고 팝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팝을 상대적으로 비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아티스트와 엔터테이너를 이렇게 구분해요. 어떤 곡, 어떤 음악이든지 자신만의 예술 세계로 승화시킨다면 아티스트고 상대를 고려하면서 음악을 한다면 엔터테이너, 연예인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