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 노동당의 태동에서부터 집권에 이르기까지 정책 혁신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의 집권전략과 새로운 국정관리》(원제 New Labour: Politics after Thatcherism)가 <도서출판 창>에서 2001년 3월 5일 출간되었다.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한 구비조건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는 리더십과 정책을 지적할 수 있다. 이점에서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신 노동당(New Labour)은 우리들에게 유용한 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1979년 이후 계속된 총선 실패라는 암울한 상황하에서, 당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1997년 압도적인 승리로 집권에 성공한 토니 블레어의 리더십은 정치인이나 관료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로 자리한지 이미 오래이다. 미래를 향한 비전제시와 약속달성을 위해 그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단순히 영국이라는 한 나라의 정권교체를 초월해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정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토니 블레어가 집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비한 정책대안들은 제3의 길(the third way)과 신국정관리(new governance)라는 상징적 어구들이 시사하듯이 각국의 경쟁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블레어의 정책대안들은 세계화와 정보화로 대표되는 구조전환의 시대를 맞이하여 좌(사회민주주의)와 우(신자유주의)를 초월한다는 제3의 길의 명제에 부응했을 뿐만 아니라 신국정관리의 지향점인 경쟁(시장)과 협력(네트워크)을 구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토니 블레어의 집권과정과 정책내용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포괄적 설명에 따른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집권준비 과정을 충실하게 기술했을 뿐만 아니라 신경제, 복지와 사회정책, 정부와 헌법이라는 세가지 핵심 정책분야들에 대한 분석에 주력하였다.
이 책의 번역판 출간작업은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읽으신 독자들이 경험하기 쉬운 일종의 공허감을 메꾸겠다는 의도하에 기획되었다.
따라서 이 책의 출간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국내의 ‘제3의 길’ 논쟁에 촉매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금은 신중도노선을 표방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를 풍미한 미국의 클린턴은 물론 유럽 신좌파 정부들의 집권성과에 대한 자국민의 선택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블레어 정부의 정책혁신 사례들에 대한 이해는 한국형 제3의 길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의 공과를 평가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유용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IMF 체제하에서 우리는 자주 영국의 위기 극복에 대한 사례를 들어왔다. 1970년대 중반 '복지국가의 위기(welfare state crisis)'로 벼랑에 섰던 영국이 대처리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제3의 길을 통해 다시금 세계사의 중심무대로 도약한 일은 우리가 학습해야 할 발전경로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김대중 정부 집권 전반기를 대처리즘을 원용한 위기극복의 시기로 규정할 수 있다면 집권 후반기에는 제3의 길을 표방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는 집권초기 「국민의 정부 경제청사진(DJnomics)」을 통해 단시일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성과를 산출한 바 있으며, 2000년 중반 이후 「생산적 복지(DJwelfarism)」와 「노사정 협의(DJtripartism)」로의 방향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물론 대처리즘 이후 유럽 각국의 상황전개를 종합할 때 우리는 ‘제 3의 길’이라는 화려한 이면 속에 감추어진 위험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들어 제3의 길을 표방한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일련의 국정실패로 새로운 시련에 직면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대중 정부도 금융불안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도기적 불안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신좌파 정책기조와 한국의 신중도노선은 앞으로 계속 21세기를 주도하는 새로운 국정관리패턴으로 확고한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해 본다. 나아가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책은 21세기 남북통일시대의 개막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좌와 우의 공존이라는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