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발간하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많은 작품을 직접 보기를 원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 여행을 갔을 때에도 가장 먼저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간다. 현재 서구의 미술관은 약 80%가 인물화와 초상화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전통문화는 자연중심보다 인간중심의 사회로서 인간의 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였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과 건축 속에도 인간의 여러 형상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서구 화가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많은 작품을 캔버스에 남겼다.
유화의 시작은 15세기에 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 (Jan van Eyck 1393-1441)에 의하여 실험적으로 발명되어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다. 특히 인물과 초상에서 그 오묘한 피부의 색채를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 바로 유화 물감인데 7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원래의 색채는 그대로 보존되어 인물이 마치 살아 있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수백 년 동안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리는 주제 즉 모티브(Motif) 중에는 바로 독서(讀書)하는 모습이 그 중 하나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책을 읽는 모습이야말로 그림 중에 가장 고귀한 그림이 되었다. 그림은 바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데 따라서 책을 읽는 모습은 가장 생각을 절실하게 불러일으키는 매체가 된 것이다.
종래의 독서는 종이책과 불과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화가의 이러한 독서하는 작품을 통하여 독서에 크게 관심을 가지며 진흥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독서와 독서의 그림은 문명을 진흥시키는 좋은 동력이 되고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종이책이라는 매체는 전자책으로 차츰 바꾸어 가고 있다. 두 가지 책에는 서로 다른 장점이 있지만 전자책은 다채로운 원색과 동영상 및 하이퍼링크로 이어지는 연계된 항목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보는 것과 같이 과거 700년 전부터 독서와 관련된 작품이 모두 작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하여 배경장면에 나타난 시대적인 풍경도 생생히 보게 된다. 약 135년 전에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하였으니 그 이전은 촛불과 등잔을 통하여 야간에는 책을 읽었다. 어두운 배경 속에 남녀노소가 독서를 하는 진솔한 광경은 우리의 마음을 경건하게 한다. 실내는 물론이고 야외에 나가서도 책을 든 모습은 마치 인간의 생활에서 생명의 원천인 샘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 해설을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대하듯이 순간적으로 다가서는 감흥을 그대로 전달받기 위해서이다.
즉 회화(Painting)는 ‘완전한 예술’이라고 말한 학자가 있다. 버클리 대학의 미술교수였던 허셀 치프(Herschel B. Chipp 1913-1992)이었다. 그는 〔현대예술의 이론 (Theories of Modern Art-A Source Book by Artists and Critics)〕에서 “회화는 모든 것을 집합시키면서 완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림(Painting)이라는 예술작품을 관람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머릿속에 집합시켜 버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화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되고 있으며 이런 것은 모든 감각들을 그림 속에 농축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동시에 실제로 뛰어난 그림을 보게 되는 경우 단 한 번의 관람으로 인간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가장 심오한 감상 속으로 빠지게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독서광(讀書狂)인 빌 게이츠
독서 습관에 대한 부모의 끊임없는 권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한 것 같다. 오늘날 세계적인 부호이며 존경받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빌 게이츠(William Henry Gates III 혹은 Bill Gates 1955~)는 부모의 소위 <독서기택지호 讀書豈擇地乎>가 독서광으로 만들었다.
그는 강연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 모델은 바로 부모님이라고 서슴없이 말하였다. 빌 게이츠가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은 바로 <지식의 보고>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의 아버지인 윌리엄 게이츠 변호사는 정보의 보고인 책을 더욱 가깝게 여기게 했다. 자라나면서 부모는 항상 아들이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격려하였다. 또한 책에 관한 것부터 시작하여 정치 등 모든 주제에 대해서 토론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가 독서광 즉 책벌레가 된 것은 최근에 발간된 빌게이츠의 아버지 책인 『게이츠가 게이츠에게 : Showing Up For Life』에서 잘 밝혀지고 있다. 빌 게이츠 집은 2녀 1남인데 아들 트레이(아버지와 이름이 같아서 집에서는 빌 게이츠를 트레이라 불렀다)는 독서광(讀書狂)이었고 식탁에서도 항상 책, 신문, 잡지를 읽으며 식사했다. 트레이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분야는 과학 소설(사이언스 픽션)이었다. 그는 독서에 빠지면 삼매경(三昧境)을 헤매듯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TV 보는 것을 엄격히 통제했다. 그 대신 읽고 싶다는 책이 있으면 책은 얼마든지 사줬다고 한다.
아무튼 빌 게이츠의 부모가 자녀에게 쥐어 준 훌륭한 무기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능력과 경쟁 사회에서 필요한 의지와 끈기, 또한 비즈니스 마인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항목은 책(冊)을 통한 정보(情報)를 습득하는 습관이었다. 라고 하니 평범한 진리의 실천이야 말로 더한층 고귀하게 보인다.
퇴계 이황 선생의 독서기택지호(讀書豈擇地乎)
조선의 성리학자인 이황 퇴계 선생은 그의 나이 51세(명종 6년)에 아들 준이 보낸 서신에 답하면서 아들에게 가훈으로 항상 가르친 말이 있다. 독서기택지호 재향재경 유재입지여하이(讀書豈擇地乎 在鄕在京 惟在立志如何耳) 즉 “책을 읽는데 있어 어찌 장소를 가릴 것인가? 시골에 있던 서울에 있던 오직 뜻을 세움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글은 독서에 힘쓰기를 권한 퇴계집의 서신에 나온 글이다. 심지어 이황의 많은 저서, 작품 및 서한 등은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이 약탈해 갔는데 이는 일본의 유학과 성리학을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등 여러 이름난 제자를 기른 스승이었다. 현재 1000원권의 지폐에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와 같이 동서양에서도 독서에 대한 좋은 사례와 교훈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사회가 되고 나서는 종이책을 가까이 하는 일이 차츰 멀어지고 있다고 언론에서 지적을 하면서 걱정까지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이 종이책 대신에 전자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아직 다양한 콘텐츠의 확충과 값싼 전자책 리더기기의 개발 등에서 부족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러한 불편은 해소될 것이다. 우리 선조가 책을 발간하기 위한 목판인쇄와 금속활자 인쇄에서 세계 최고로 오래된 자랑스런 역사를 이루고 있고 또 오늘날 IT분야에서 강국이므로 장차 독서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쇄신은 낙관하여도 좋을 것이다.
독자들께서 PC나 태블릿 및 스마트 폰 등의 전자책 매체를 통하여 ‘독서하는 그림’이라도 자주 보게 된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독서와 친하게 될지 모른다고 여겨진다. 이번의 책은 작품의 해설을 하지 않았고 준비된 원고가 많아서 한권에 발간하지 못했다. 보다 많은 명화(名畫)를 제공하기 위하여 작업하고 있고 곧 2권을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