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

그녀의 세계 일주에 대해 스토리를 줄줄 얘기하는 것보단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계 일주를 했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녀가 세계 일주를 했을 때 나이는 불과 25살이었다. 나의 25살은 그 얼마나 어리고 수동적이었던가. 첫 직장에서 상처받고 무기력하게 있다가 사촌 언니의 부탁으로 잠시 계약직으로 일하며 그저 하루를 살아갈 때, 넬리 블라이는 그 당당한 모습과 용기로 80일 보다 빨리 세계 일주를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영국으로 배를 타기 며칠 전, 정말 적은 옷으로만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넬리 블라이는 양재사에게 튼튼한 드레스를 당일 저녁까지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일반적인 반응이라면 너무 늦었으니 불가능하다는 말이 바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넬리 블라이는 _ 진심으로 원한다면 할 수 있어요. _ 문제는, 당신이 그걸 원하느냐는 거죠. 그러면 이 말에 자극받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라거나 우리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결과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넬리 블라이는 나에게 _ 책을 통해서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그 앞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넬리 블라이는 25세가 되던 1888년에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고민하다가 대담한 아이디어를 낸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보다 더 짧은 기간에 세계 일주를 끝내는 것. 다만 회사에서는 여자를 보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출발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총 시간은 72일이 걸렸고, 넬리 블라이는 또 한 번 미국에서 셀레브리티가 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을 담았다.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구간에서는 혼자 여행했다고 한다. 가히 그 용기와 실천력, 본인에 대한 믿음은 누구나 본받고 싶어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부분에서는 역시 그 시절 서양인은 저렇게 생각했구나 싶다. 중국은 아주 더러운 나라로 묘사하지만, 일본에 관한 내용은 찬양 그 자체였다. 일본인은 진보적이고, 일본 여자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고, 일본인은 사려 깊고 등.. 그리고 뭐랄까.. 그냥 아주 호화로운 여행기라고 느껴졌다. 지금으로 따지면 크루즈선을 타고 세계 일주 하면서 중간중간 몇몇 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에서는 아예 가마꾼들이 지는 가마를 타고 다니고. 선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얘기, 재밌게 놀이한 얘기 등, 요즘에 티비 보면 맨날 나오는 연예인들 여행 다니는 프로그램을 티비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그걸 재밌어하며 보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런 프로그램에 흥미를 못 느껴서인지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과 비교해보면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다만 이 시절이 여성은 집에서 요리나 하면 된다 라는 칼럼이 신문 논평에 실리는 시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런 도전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일 것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진심으로 원한다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믿고, 정말로 실천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넬리 블라이가 72일간의 세계일주를 구상한건 정말 짜증나는 월요일 아침, ‘아~차라리 지구 반대편에 가버렸으면!’ 이란 생각이 모티브가 되어서이다. 넬리 블라이의 필력은 1부에 해당하는 ‘세상을 바꾼 10일’ 보다도 이 편에서 더 돋보이는 것 같다.행동파 여성 넬리 블라이의 에너지 넘치는 세계 여행기!

80일 간의 세계일주도 무리라고 했던 시대에, 그 기록을 이겨보겠다고 도전한 넬리 블라이! 확실히 용감한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네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하니 여자는 도저히 기록을 단축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손가방 하나 들고 세상의 편견이 아닌 배멀미와 싸우며 도전하는 세계일주는 신선했습니다. 요즘은 비행기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지구 반대편을 그 시대에는 정말 힘들게 이동해야 했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녀의 세계일주를 응원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신선했습니다. 10일 동안 정신병원에 잠입하여 참혹한 현실을 퍼트린 사람이라 강단있고 어른스러울 것이다, 라는 저의 편견을 깨는 세계일주 여행기였지만(의외로 그녀는 까탈스럽고 승부욕이 심하게 강해서 짜증도 부렸으며 문화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당시 서구열강의 사람들 눈에 보이는 동양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72일이 짧은 시간이고, 넬리 블라이의 엄청난 승부욕 탓에 동양에 있는 멋진 볼거리들을 놓쳐버린 것은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 시절 혼자 여행을 떠난 그녀의 용기에 감탄하고, 또한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그녀도 해냈는데, 저도 용기를 내면 세상의 편견을 부수는데 발판이 될 수 있겠죠!

쓰여진 시대의 관점과 내가 읽는 시대의 관점은 분명 다르겠지만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이 편견으로 느껴질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네요(종교시설에서 신발 벗으라는데 절대 안 벗는다던가). 솔직히 책의 내용에서 큰 공감이나 감동은 안오지민 분명 그녀의 삶은 도전으로 가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