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사후에 출간되었지만, 유작(遺作)이 아니다?!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 by Jane Austen)(1817)은 제인 오스틴의 사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녀의 유작(遺作)인 걸까요? 잘 아시다시피 제인 오스틴의 6대 장편소설(Jane Austen's six most-famous novels) 중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은 설득(Persuasion by Jane Austen)(1817)입니다. 그럼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 by Jane Austen)(1817)은 유작도 아닌데, 왜 이제야 출간된 것일까요?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B
“If adventures will not befall a young lady in her own village, she must seek them abroad.” “만약 모험이 자기 마을의 젊은 아가씨에게 닥치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것들을 해외에서 찾아야 합니다.”
제인이 1811년 센스 앤 센서빌러티(Sense and Sensibility)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전인 1803년 출판사에 판매할 당시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1817)의 원제는 수잔(Susan)이였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데뷔작이 센스 앤 센서빌러티(Sense and Sensibility)(1811)가 아니라 수잔(Susan)이 될 뻔한 셈이죠! 그러나, 출판사는 무명작가의 판권을 선뜻 구매하고, 심지어 광고까지 집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출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809년 수잔(Susan)이란 제목의 책이 출간되자 상황은 더더욱 꼬여버렸습니다...
결국 제인은 센스 앤 센서빌러티(Sense and Sensibility)(1811)에 이어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1813)까지 히트시킨 후, 1816년에야 판권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창고에 처박아둔 출판사에 대한 분노를 서문에 숨기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13년이라니, 이정도면 부처님도 화낼 만 하네요. 그러나, 1803년부터 1816년은 무려 13년이란 자못 긴 세월이였고, 이는 당대의 트렌드에 민감해야할 로맨스 작가에게 썩 좋지 않은 상황이였습니다. 제인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 설득(Persuasion by Jane Austen)(1817)을 집필하면서, 낡은 원고를 손질하였고 이 과정에서 여주인공 이름을 수잔에서 캐서린 몰랜드(Catherine Morland)으로 변경되었습니다.
“I assure you. I have no notion of treating men with such respect. That is the way to spoil them.” “제가 장담해요. 저는 남자들을 그런 존경심으로 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망치는 방법입니다.”
제인이 1817년 7월 18일 세상을 떠난 후 설득(Persuasion by Jane Austen)(1817)과 함께 사후 출간되었고, 유족들의 뜻에 의해 작품명은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이라 명명되었습니다. 집필 순서를 놓고 보면 가장 먼저 집필한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과 그녀의 유작인 설득(Persuasion by Jane Austen)(1817)이 작가의 사후에 동시에 출간된 사례는 문학사를 통 털어도 흔치 않은 희귀한 케이스가 분명합니다. 세상에 공개된 작품은 13년의 세월과 함께 수잔(Susan)에서 캐서린(Catherine)으로, 다시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무명작가의 데뷔작이 될 뻔한 운명’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여류 작가의 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
영국 글로스터(Gloucester)를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남부의 배경지는 20여 곳에 이릅니다. 작품명이자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지인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은 가상의 공간으로, 팬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Fictional locations)과 실존하는 장소(Actual locations)를 정리한 지도를 제작하였습니다. 작가는 세월과 함께, 작품과 함께 성장한다고 했던가요.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무구한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의 캐서린 몰랜드(Catherine Morland)과 약혼과 파혼, 9년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사랑에 성공하는 설득(Persuasion by Jane Austen)(1817)의 앤 엘리어트(Anne Elliot)는 작가 제인이 무명작가에서 스타작가로 변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해져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Oh! I am delighted with the book! I should like to spend my whole life in reading it.” “오! 저는 이 책이 정말 좋아요! 평생 읽고 싶어요.”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 by Jane Austen)(1817)은 1987년과 2007년, TV 드라마로 제작 및 방영되었습니다. 불과 두 편이라니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사랑받는 제인 오스틴의 6대 장편소설(Jane Austen's six most-famous novels) 중에서는 가장 적은 숫자입니다만 유튜브에는 정확하게 20년의 시차를 두고 방영된 두 드라마를 비교하는 영상이 여럿 있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정확히 20년이라니 2027년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BBC!
“The person, be it gentleman or lady, who has not pleasure in a good novel, must be intolerably stupid.” “좋은 소설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신사든 숙녀든 그 사람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어야 합니다.”
BBC 최고의 밀레니엄 작가(Millennium's Best Writer) 2위 : 영국 BBC는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각 분야의 최고를 선정하는 당신의 밀레니엄(Your Millennium)을 선정하였고, 최고의 밀레니엄 작가(Millennium's Best Writer) 부문에서 10인의 작가 중 2위이자 ‘유일한 여성작가’로 제인 오스틴이 선정되었습니다. 1위는 셰익스피어이며, 조지 오웰, 찰스 디킨스 등 영국 출산의 작가가 유독 많다는 한계는 있습니다만, 영국인에게 제인 오스틴에 이어 셰익스피어에 이어 2번째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작가라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No man is offended by another man's admiration of the woman he loves; it is the woman only who can make it a torment.”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다른 남자의 감탄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여자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여자 뿐입니다.”
평생 연애 이야기를 썼지만,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여성작가 : 제인 오스틴은 당대의 정치적인 이슈, 전쟁 등 국제적인 상황이나 대외적인 이슈에 관계없이 특정한 도시란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이 결혼, 연애, 사랑 등으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 – 즉 연애소설만을 집필하였습니다. 미국의 방대한 영토를 배경으로 소년의 모험을 즐겨 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런 소소한(?!) 사랑에 집착한 그녀의 작품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당대에 이미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으나, 여성이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익명으로 출간해 작품의 인기에 비해 큰 명성과 부를 쌓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여성문인, 여성작가의 작품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그녀에 대한 논문, 평론, 작품집 등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현대에는 ‘영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같은 영국 출신의 작가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은 1959년 발표한 세계 10대 소설(The World's Ten Greatest Novels by W. Somerset Maugham)에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포함시켰습니다. 함께 선정된 도서가 카라마조프 형제들(The Brothers Karamazoy),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일 정도이니, 최소한 서머셋 몸의 관점에서는 제인 오스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급의 작가인 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인 오스틴은 수많은 독자들을 웃기고, 울린 연애소설의 대가이지만 그녀 스스로는 평생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미혼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If I could not be persuaded into doing what I thought wrong, I will never be tricked into it.”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을 하도록 설득될 수 없다면, 저는 절대 속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