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착한 사람들의 땅(The Land of the Good People), 모잠비크(Mozambique)로 떠나보겠습니다. ‘모잠비크’라는 국명은 15세기 포르투갈 항해사들이 모잠비크섬에 도달했을 때 그 지역을 다스리던 아랍계 통치자 ‘무사 알비크(Mussa Bin Biqu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모잠비크섬(Island of Mozambique, 1991)은 과거 스와힐리 무역항(The Swahili trading ports) 중 하나로 아랍과 인도, 유럽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과 역사가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포르투갈령 동아프리카(Portuguese East Africa), 모잠비크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공존의 국경을 넘는 뜨거운 연대, 에스타두스 준투스(Estamos Juntos: Passionate Solidarity Crossing Borders of Coexistence) : 모잠비크의 거리를 걷다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눌 때 가장 빈번하고도 따뜻한 어조로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에스타두스 준투스(Estamos Juntos)"입니다.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이 문장은 직역하면 '우리는 함께 있다' 혹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모잠비크의 지난한 역사적 맥락 안에서는 단순한 인사치레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 짧은 표현 속에는 부족 간의 반목과 참혹했던 내전의 상처를 봉합하고, 분열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려는 강력한 사회적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통의 공동체 철학인 우분투(Ubuntu)와도 맥을 같이하는 이 사상은, 인간 사이의 연대를 넘어 오늘날 인간과 자연, 나아가 국가 간의 생태적 연대로 그 의미가 폭넓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정신이 대자연의 화폭 위에 가장 감동적으로 구현된 사례가 바로 마푸투 국립공원(Maputo National Park)입니다. 모잠비크 남부에 넓게 펼쳐진 이 생태 보호 구역은, 해안가 코끼리 등 육상 야생동물을 보호하고자 1960년에 설립된 마푸투 특별 보존구역(Maputo Special Reserve)과 해양 생태계 보존을 목적으로 지정된 폰타두오루 부분 해양 보존구역(Ponta do Ouro Partial Marine Reserve)이 2021년 극적으로 통합되며 탄생했습니다. 1,700제곱킬로미터를 상회하는 이 광활한 공원은 사바나와 끝없는 해안 사구, 맹그로브(Mangrove) 숲, 그리고 다채로운 산호초가 수륙의 경계를 허물며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이 유산이 전하는 가장 경이로운 통찰은, 이곳이 모잠비크 영토 내에 갇힌 고립된 섬이 아니라 국경을 맞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시망갈리소 습지 공원(iSimangaliso Wetland Park)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모잠비크 내전 당시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수많은 야생동물이 안타깝게 희생되었으나, 종전 후 평화공원재단(Peace Parks Foundation)과의 헌신적인 협력을 통해 5,3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성공적으로 재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두 국가 사이의 평화적인 생태 통로가 복원되었고, 코끼리 무리가 국경이라는 인위적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명의 순환을 잇고 있습니다.
또한 2,500킬로미터에 이르는 모잠비크 해안선 중에서도 이곳은 멸종 위기종인 장수거북(Leatherback turtle)과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turtle)의 핵심 산란지 역할을 수행하며, 자이언트 킹피쉬(Giant kingfish)의 세계 최대 서식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자연의 눈부신 복원력 앞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분쟁이나 인위적인 국경선도 무의미하다는 진리를, 마푸투 국립공원은 전 인류에게 묵묵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 대지의 심장 소리가 자아내는 인류의 선율, 팀비라(Timbila: The Melody of Humanity Woven by the Earth's Heartbeat) : 아프리카 대륙은 흔히 인류의 요람이자 리듬의 본향으로 일컬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모잠비크 남부 이냠바느(Inhambane) 주에 촌락을 이루고 살아가는 초피(Chopi)족 사람들에게 음악은 오락적 유희를 넘어 삶의 치열한 서사이자 대지와의 영적 교감입니다. 이들의 영혼을 대변하고 공동체를 결속하는 핵심 기제가 바로 '팀비라(Timbila)'입니다. 팀비라는 초피족 장인들이 정성스레 깎아 만든 전통 목금(Xylophone, 木琴)을 지칭하는 동시에, 이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역동적인 군무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예술적 개념입니다. 이 탁월한 미학적, 사회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초피족의 팀비라 전통은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온전한 팀비라 한 대를 빚어내기 위해서는 숲의 생명력을 향한 장인의 지극한 정성이 요구됩니다. 공명 효과가 뛰어난 음웬제(Mwenje)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음판을 제작하고, 그 아래에는 호리병박(Calabash)으로 만든 크고 작은 울림통을 밀랍으로 단단히 덧댑니다. 특히 울림통 안쪽에 은쿠소(Nkuso) 열매에서 짜낸 기름을 섬세하게 발라 특유의 윙윙거리는 콧소리와 미세한 파동을 유도하는데, 이 매혹적인 음색은 마치 붉은 아프리카 흙바닥 아래에서 쿵쾅거리는 대지의 심장 소리를 연상케 합니다. 소형 소프라노부터 대형 베이스까지 서로 다른 음역을 지닌 5대에서 최대 30여 대의 팀비라가 합주를 시작하면, 양손이 각기 다른 박자를 쪼개는 복잡하고도 경이로운 폴리리듬(Polyrhythm)이 12/8박자의 그루브 위에서 정교하게 맞물리며 청중에게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팀비라는 단순히 듣기 좋은 기악 선율에 머물지 않습니다. 연주 중간에 반드시 등장하는 느린 장단의 서정적 가창 '음제노(M'zeno)'에는 촌철살인의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묵직하게 실려 있습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거침없이 풍자하고 마을 내의 크고 작은 대소사를 비판적 시각으로 읊어냄으로써, 팀비라 오케스트라는 지역 사회의 언론이자 공론장을 형성하는 아고라(Agora)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최근 산림 훼손으로 인한 재료의 고갈, 청년층의 이농 현상으로 전승의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피족 장인들은 여전히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연주법을 가르치며 숲의 노래가 모잠비크의 하늘 아래 영원히 울려 퍼지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만남과 투쟁이 빚어낸 영혼의 연대기, 무사 빈 비크(Mussa Bin Bique: A Chronicle of Souls Forged by Encounter and Struggle) : 현대 모잠비크의 기원과 그 명칭의 뿌리를 짚어보기 위해 우리는 본토에서 벗어나 인도양의 모잠비크 섬(Island of Mozambique)으로 향해야 합니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당당히 등재된 이 자그마한 산호섬은 전체 길이가 3킬로미터 남짓에 불과하지만, 국가의 역사를 넘어 인도양 교역의 수백 개 서사를 응축하고 있는 거대한 타임캡슐입니다. 이 섬의 옛 지명이자 오늘날 국가명의 어원이 된 인물은 15세기경 이곳을 통치했던 아랍계 상인이자 족장 '무사 빈 비크(Mussa Bin Bique)'입니다. 오만(Oman) 지역 출신으로 추정되는 그는, 아프리카 내륙에서 채굴된 황금과 상아를 아라비아 및 인도의 다채로운 비단, 향신료와 교환하며 이 섬을 스와힐리 무역망의 가장 눈부신 거점으로 번영시켰습니다.
그러나 1498년, 새로운 바닷길을 찾아 험난한 항해를 이어가던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Vasco da Gama, 1460~1524) 함대가 이 섬에 당도하면서 역사의 물줄기는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포르투갈은 무력을 앞세워 무사 빈 비크의 세력을 축출한 뒤, 이 섬을 인도양 해상 무역 독점을 위한 해군 전초기지이자 아프리카 식민 경영의 첫 번째 수도로 요새화했습니다. 오늘날 섬의 북부에는 포르투갈인들이 거대한 산호석으로 축조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상세바스티앙 요새(Fortaleza de São Sebastião)와 화려한 유럽풍 궁전들이 늘어선 석조 도시(Stone Town)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반면 섬의 남부에는 원주민들이 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엮어 만든 빈민가, 마쿠티 도시(Macuti Town)가 형성되어 뼈아픈 대비를 이룹니다. 한 뼘 남짓한 섬 안에 웅크리고 있는 이 이질적인 두 세계는, 식민주의의 화려한 빛과 그 폭력적인 그림자 속에서 연명해야 했던 아프리카인들의 질곡 어린 삶을 극명하게 투영하는 공간적 은유입니다.
▷ 사슬에 묶인 이름들을 기억하는 법(How to Remember the Names Bound in Chains) : 독립의 환희와 주권 회복의 감격 이면에는 결코 망각해선 안 될 인류 역사의 참혹한 비극이 굳은살처럼 박혀 있습니다. 무사 빈 비크 시대에 만개했던 화려한 교역의 역사가 대항해시대 이후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결탁하여 빚어낸 최악의 산물, 바로 노예제도입니다. 유네스코는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인 앙골라, 카보베르데, 그리고 모잠비크 3국이 공동으로 발굴해 신청한 '1854년 12월 14일 포르투갈 칙령에 의해 결정된 앙골라, 카보베르데, 모잠비크의 노예 인구 조사 기록(Census of slaves in Angola, Cape Verde and Mozambique determined by Portuguese decree of 14/12/1854)'의 역사적 엄중함을 인정하여 이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이 비극적인 기록물은 1856년부터 노예제가 공식 폐지된 1875년 사이, 포르투갈 식민 당국이 작성한 79권의 낡은 노예 등록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잠비크를 비롯한 식민 영토에서 혹사당하던 노예 신분의 사람들과 갓 해방된 이들의 이름, 성별, 출생지, 연령, 직업, 신체적 특징 등을 집요하리만치 꼼꼼하게 기록한 이 장부들은, 역설적이게도 1869년 포르투갈 제국 내 노예제 공식 폐지를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행정적 증거 자료가 되었습니다.
▶ 깊은 울림의 지혜를 마음에 품다(Embracing the Wisdom of Deep Resonance) : 인도양의 투명한 바람결을 따라 모잠비크의 거친 대지와 아름다운 섬들에 아로새겨진 유산들을 순례한 이 긴 여정은, 결국 우리 인류가 어떻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공존을 모색하고 예술로 상처를 꿰매며 피 흘려 자유를 쟁취해 왔는가를 뼈저리게 확인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마푸투 국립공원의 광활한 사바나가 뿜어내는 생태적 회복력은 '에스타두스 준투스'라는 절대적 연대의 정신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국가의 경계를 넘어 얼마나 위대한 기적을 탄생시키는가를 생생하게 입증했습니다.
또한 윙윙거리는 콧소리로 숲의 정령을 불러내는 초피족의 '팀비라' 선율은 권력의 오만을 꿰뚫는 날카로운 해학과 삶을 긍정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귓가에 아로새겼습니다. 그리고 아랍 상인 무사 빈 비크의 이름에서 발원한 교역의 역사와 압제에 맞선 숭고한 해방 서사는, 노예제의 참혹한 상흔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굳센 결기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든 역사의 궤적은 결코 아프리카 남동부의 어느 한 국가가 간직한 낭만적인 옛이야기로 박제될 수 없습니다. 질병에 신음하는 백성을 위해 붓을 쥐었던 조선의 『동의보감』과 외적의 말발굽 앞에 최후의 보루가 되었던 남한산성, 그리고 억눌린 자들의 피눈물을 달래주던 판소리의 가락 속에 깊이 스며 있는 연대와 항전, 신명의 정신은 대륙과 대양의 경계를 가뿐히 뛰어넘어 아프리카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와 동일한 박자로 박동하고 있습니다.
Mkono mmoja haupigi makofi.
One hand does not clap.
한 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