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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상 상세페이지

소설 한국소설

미미상

ROMAN COLLECTION 015
소장종이책 정가11,000
전자책 정가30%7,700
판매가7,700

미미상작품 소개

<미미상> 혼불문학상, 현진건 문학상 수상 권정현 신작 소설
그녀가 갔다. 한 존재가 사라졌다.
추운 날 우리는 얼마나 자주 미미상 앞을 서성였던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이별 앞에 선 남자의 기이한 열정과 환상
사랑의 상실과 존재의 소멸을 받아들이려면 얼마큼의 시간을 견뎌야 할까?

2016년 단편소설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현진건문학상을, 2017년 장편소설 『칼과 혀』로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권정현 작가의 신작 소설.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실연 후에 보이는 기이한 열정과 환상을 다룬 작품이다. 화자가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 근처에서 우연히 해골을 발견하고 그것을 집으로 데려가 함께 지내다 처음 자리로 돌려놓기까지가 이야기의 큰 줄기이며, 그 과정에서 사랑과 죽음, 기억과 소멸에 관한 관념과 환상이 경계 없이 펼쳐진다. 때로 아찔할 만큼 냉철하고 때로는 시적인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 인간 존재에 대한 작가의 탐색과 사유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그 흡인력에 한번 빠져들면 쉽사리 책장을 놓지 못한다.
작가는 상원사에서 <십우도>를 보고 이를 소설로 풀어보리라 생각하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화자가 자신에게 닥친 이별이라는 사태를 통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흡사 구도의 과정처럼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화자는 해골과 함께하며 지난한 이별의 통과의례를 거친 후 비로소 존재의 소멸을 받아들이고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 ‘미미상(美味傷)’은 캄캄한 밤 골목에서 마치 조어등처럼 불빛을 반짝이며 손님을 끌어당기는 주점으로, 집착에서 놓여난 화자에게 열린 새로운 시공이자 구원처럼 다가오는 장소다.
나무옆의자의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사랑이 떠난 자리에 ‘그것’이 들어왔다
나는 이제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별이란 “더는 한 존재와 눈을 맞출 수 없다는 슬픔, 더는 그 존재와 이 골목에 대하여, 이 나라에 대하여, 함께 밥을 먹는 기쁨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는 불안, 영원히 침묵해야 한다는 암담함,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언어의 영혼이 상실되고 그동안 쌓아 올린 말의 탑들이 무너져 추락을 거듭할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와 헤어져서 슬픈 게 아니라 밥을 먹고 대화하고 산책하고 살을 맞댈 대상이 사라져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학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강사이자 소설가인 ‘나’는 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상심하여 헤어진 연인 ‘달’의 집 앞을 배회하다 골목 언저리에서 해골을 만난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발굴하여 집으로 데려가 씻기고 침대에 눕힌다. 그렇게 한 여자가 가고 다른 무엇이 그의 방을 채운다.
그의 방에서 그의 일부가 된 해골은 존재 자체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조금씩 제 영역을 넓혀간다. 어느 날 그는 금속 막대로 해골의 가슴뼈 하나를 퉁겨본다. 믿을 수 없이 맑은 소리가 난다. 사랑해! 하고 뼈가 말한다. 그는 해골에 골(GOL)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을 부여 받자 골은 갑자기 인격을 지닌 존재가 되어 그와 마주한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골을 사랑하게 되며, 골의 몸에 조금씩 살이 붙고 관절이 생기고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다시 달을 만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 다짐하며 골을 끌어안고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춘다.

골을 안고 골에 입을 맞추고 골과 대화를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가슴 한쪽에서 불안감이 자라났다. 그럴수록 나는 그것에 집착했다. 매일같이 골의 몸을 씻고 텅 빈 하관으로 물을 넘기고 흰 손목을 꽉 움켜쥐며 온기를 확인하기 위해 애썼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가슴으로 안겨오는 감촉을 느끼다가 놀라 눈을 번쩍 뜨기도 했다. (147쪽)

이러한 그의 집착은 자신의 몸짓에 아무 반응이 없는 골을 향한 횡포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열띤 마음과 달리 어떠한 말도 행위도 하지 못하는 골이 갑자기 보기 싫어져 골을 내팽개친다. 이제 골을 원래 자리로 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 그는 새벽에 골을 업고 달의 집 골목으로 향한다.

우리 모두 몸속에 해골 하나씩을 숨기고 있다

해골은 화자의 집착과 미망이 만들어낸 환영일까. 이제껏 그를 떠나간 여자들의 귀환일까. 역설적으로 해골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존재다. 까마득한 세월을 견뎌 화자에게 발견된 해골에게는 기억이 없다. 살아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슬픔과 기쁨을 맛보았든 해골의 과거는 오래전에 해골과 분리되었다. 수많은 질문과 기호를 숨기고 있는 해골은 보는 이에게 일차적으로 죽음과 체념을 상기시킨다. 우리 모두가 몸속에 해골 하나씩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모두 똑같이 퀭한 죽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화자에게 해골은 떠난 자들이 남겨놓은 그리움, 그들이 남기고 간 흉터를 지워내는 구실을 한다. 그러다 해골이 자신과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그것을 처음 있던 자리로 돌려놓기로 결심한다.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것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골과 함께 마지막으로 달의 집 창을 바라보며 그동안 무엇이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는지를 자문한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난 두 달 동안 나를 들끓게 했던 미혹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것은 순식간에 내 삶을 전복시켰다. 나는 자신의 운명을 믿지 않았고 시간을 믿지 않았으며 공간에 대하여 공포심을 느꼈다. 매일 밤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술을 마시고 해골을 두드렸다. (……) 그런데 그녀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계속 뒷걸음질을 쳐온 것일까. (167쪽)

그는 골을 묻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 존재가 한 존재를 떠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순환이고 중첩이며, 삶이란 요란하지도 않고 영원히 슬프지도 않은 것이라는 자각이 뒤따른다.

나는 달이라는 한 여인을 알고 있다. 어쩌면 달이라는 이름은 사랑에 빠진 모든 심장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때 그것을 완벽하게 소유했고 여전히 무수한 공간 속에 그런 기억이 중첩되어 있다. 시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멈추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추억은 갱신되어야 한다. (169쪽)

미미상: 추운 날 캄캄한 골목에서 불을 밝히고 우리를 기다리는 곳

화자는 한 존재와 철저히 단절되었다는 절망감을 잊기 위해 자주 골목을 거닐며 옛 시절을 회상하는데, 어느 날 늘 눈길만 주고 지나쳤던 미미상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술집에 들어간다. 해골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 그립기도 했기에. 아름다울 미(美), 맛 미(味), 상처 상(傷)으로 이루어진 이름. 30대 중반의 여자가 운영하는 그곳에 홀로 앉아 그는 생각한다. 그녀도 결국은 몸속에 비슷하게 생긴 해골 하나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미미상이 존재하는 한 마치 뼈대처럼 그녀가 거기에 있으며, 이 골목을 오가는 누군가는 그런 것에 의미를 두고 위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달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골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후 그는 먼발치에서 마치 자신을 기다리듯 환한 불을 밝히고 있는 미미상을 바라본다. 골과 달 사이를 오가며 한없이 추락하거나 난폭하게 요동치던 마음을 단단하게 바로 세우리라 마음먹은 터. 그는 다른 시공의 문을 열 듯 그곳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불빛에 드러난 내 그림자를 질질 끌고 한 발 두 발 계단으로 내려갈 때 텅 텅, 발걸음 소리가 리듬을 타며 골목 바깥으로 새어 나갔다.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갔을 때 거기 전에 본 적 있는 어깨와 입꼬리와 허리와 미소와 말씨를 지닌 주인 여자가, 마치 내가 올 것을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아무도 없는 가게 안쪽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눈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밖은 여전히 춥죠?” (170쪽)


저자 소개

권정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2009),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2017), 장편소설 『칼과 혀』(2017), 『검은 모자를 쓴 여인』(근간), 장편동화 『톨스토이 할아버지네 헌책방』(2012) 등이 있다. 2016년 현진건문학상, 2017년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미미상美味傷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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