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탄생 300주년을 기리는
국내 칸트 연구의 빛나는 성취
2024년 아시아인 최초 국제철학연맹(FISP) 회장
이화여대 철학과 김혜숙 명예교수의
『순수이성비판』의 가장 명쾌하고 우아한 해설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 흘러 들어가고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부터 흘러나온다!
◎ 도서 소개
물음을 통해 스스로와 마주하는 인간에게
250년 전 칸트가 남긴 위대한 질문들
칸트는 철학에 끼친 영향력과 유명세만큼이나 독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칸트 탄생 300주년을 맞아 칸트를 읽어보려 했지만 실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칸트 연구자이자 국제철학연맹(FISP) 아시아인 최초 회장인 이화여대 김혜숙 명예교수가 칸트 철학의 핵심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짚어주는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2024년 칸트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며 전 세계 칸트 학회 및 연구 집단이 참여한 비대면칸트회의(Virtual Kant Congress)의 2회차 연사로 참여한 저자의 이 책은 국내 칸트 연구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다.
이 책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47개의 문단을 발췌하여 그의 철학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40년 가까이 칸트 철학을 강의한 저자가 칸트 인식론의 핵심을 짚어주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니 칸트의 철학이 기존의 철학과 다른 점을, 그의 철학이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칸트가 던지고 싶었던 진정한 질문을 마주한다. 그 질문은 ‘진리란 무엇인가?’ 같은 기존의 질문이 아닌, ‘도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문제의 근본에 다가가는 질문이다.
칸트가 인간의 근본질문을 파헤친 끝에 도달한 물음은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인간의 존재양식이 물음이라면, 인간은 물음을 통해 스스로와 마주한다. 칸트는 이미 250년 전 영원히 풀리지 않을,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영원히 매달려야 할 거대한 질문을 남겨 놓은 셈이다.
칸트는 그의 노년에 프랑스혁명을 목도했다. 혁명 이후 유럽은 엄청난 변화를 엮었고 그 이후 철학 또한 다양한 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칸트의 물음과 고뇌는 시공간을 넘어 AI시대가 도래한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며, 어쩌면 더욱 절실하기까지 하다. 가상세계와 가짜뉴스의 홍수 안에서 진리와 진실의 문제가 더욱 첨예해진 지금,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 위대한 스승인 칸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일 때다.
◎ 본문 중에서
물음은 인간의 존재 양식이고, 물음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나와 마주 서게 된다.
【15쪽_들어가며_250년 전 칸트가 남긴 질문】
칸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형이상학적 지식이 조롱당하는 와중에 인간의 자유와 그 자유에 기초한 도덕마저도 가변적인 것으로 부정되고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엄밀학으로서의 철학을 구하고 도덕, 즉 자유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칸트는 자기 시대의 문제에 자기의 전 생애를 걸게 되었다.
【27쪽_PART 01_01 칸트와 형이상학】
칸트는 수학과 물리학으로부터 방법론적 혁명의 힌트를 얻었다. 철학, 정확히는 형이상학이 학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사이비 지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엄밀한 철학 방법론을 갖고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철학에서 선천적 종합명제를 구하는 일은 수학과 물리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성 자신이 사물에 ‘생각해 넣은 것’을 구하는 일이라고 본 것이다. 대상세계의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이 이성이 ‘생각해 넣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성의 기능, 작동 원리, 구성 요소, 한계 등에 관해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의 목표이다.
【70쪽_PART 01_07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2): 수학과 물리학을 모방한 철학의 혁명】
칸트는 ‘경험적 사고일반의 요청’과 같은 오성원칙들을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달리 대상경험을 할 방법이 없다는 논법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더 강한 객관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물자체 차원을 끌어들이거나, 신의 관점과 같은 것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 않다. 궁극의 실재나 절대적 객관성에 관해서는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대상인식은 인간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것을 겸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칸트의 선험적 관념론은 주장하고 있다.
【192쪽_PART 02_14 오성의 역학적 원칙들 (2): 경험적 사고 일반의 요청】
그래서 칸트는 우리의 대상인식이 따르는 형식들이나 원리들이 선천적인, 곧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근원을 갖고 있으며, 그들을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인식의 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불가피성, 즉 조건들의 필연성을 논변했다. 이를 통해 대상인식의 객관성을 정립하고자 한 것이다. A가 B를 설명하는 유일의 방법이라면 A는 객관적 타당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것이 칸트의 객관성 개념과 선험주의가 지니는 독특함이다. 선천적 종합판단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물음은 어떻게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특정한 명제들이 선천적으로 경험과 독립해서, 객관적 인식의 가능성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수립하는가의 물음이다.
【210쪽_PART 03_01 현상과 가상】
하나님의 현존을 가정하는 것은 칸트에게서는 도덕적으로 필연이다. 그러나 이 필연성은 주관적인 것으로서 하나의 ‘요구(Bedürfnis, need)’일 뿐 의무가 아니다. 이렇게 요구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은 하나님에 대한 앎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누구도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을 안다고 자랑할 수 없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찾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까지 칸트는 말한다.
【357쪽_PART 04_10 요청된 존재로서의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