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반도체 패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시대 인류에게 반도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전부’이다. 반도체가 없다면 견고해 보이는 현대 문명은 그 토대를 잃고 무너질 것이다. 현재를 반도체 문명이라고 불러도 지나친 바 없다. 반도체를 단순히 첨단기술의 일부나 산업의 한 분야로 간주하고 접근한다면, 국가와 기업, 개인의 삶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반도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30년 가까운 세월을 칩 비즈니스 현장에서 분투했고 지금은 반도체 기술과 비즈니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투신한 임준서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망원경과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이 모두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는 『칩 퓨처(CHIP FUTURE): 반도체의 미래가 모든 것의 미래다!』에서 반도체 비즈니스와 기술을 읽는 3가지 렌즈를 제시한다. 혁신과 생태계, 지정학이 그것이다.
반도체 패권을 읽는 3가지 렌즈
혁신, 생태계, 지정학
첫째, 반도체 혁신은 철저히 시장 중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혁신의 속도를 시장과 동기화해야 한다. 기업 내부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면 시장의 니즈를 놓칠 수 있다. 단기 실적주의도 위험하다. 패키징, 양자 컴퓨팅, 우주, 에너지의 미래 등을 그리며 혁신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 시스템의 유기적 통합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아키텍트 양성이 요구된다.
둘째, 반도체를 생태계 중심으로 읽는 종합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핵심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는 IDM, 파운드리, 펩리스, 소부장, OSAT(후공정) 모두 마찬가지다. 또한, 개방된 체계와 모델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적 전략을 고집했던 인텔이 몰락하고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일어선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반도체가 현대 지정학의 판도를 바꾸어놓았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 핵무기처럼 반도체는 최고의 전략자산이자 안보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패권 전쟁의 맥락을 짚어보며 미래의 전략적 국경을 어떻게 확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대해 동맹국들을 통제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고며 리쇼어링 전략을 펼치는 미국, 반도체 기술 대외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을 향해 몸부림치는 중국, 반도체 기술을 방패로 삼아 중국의 침공을 견제하는 대만 등 반도체 지정학을 면밀하게 살피며 한국의 블루존을 찾아야 한다. 특히, 대만 상황을 불안하게 여기고 추가 생산 기지를 찾는 세계적 흐름에 잘 올라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는 반도체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반도체 혁신과 생태계, 지정학의 판도가 바뀌며 미래 전망이 안갯속처럼 불투명하다. 우리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전략은 무엇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에게 필요한 혁신과 전략은 무엇인가? 『칩 퓨처(CHIP FUTURE): 반도체의 미래가 모든 것의 미래다!』는 그 해답을 상세히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8가지의 핵심 조언은 반도체 패권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매우 긴요하다.
① 반도체 전략 탱크로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라.
② 시스템 아키텍처로 기술 혁신의 설계자가 되라.
③ 패키징, 양자 컴퓨팅, 우주, 에너지의 전략적 국경을 확장하라.
④ 품질과 완성도에서 절대 경쟁력의 기반을 다져라.
⑤ 개방 생태계로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라.
⑥ 블루존에서 기술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라.
⑦ 대만 위기를 전략적 기회로 전환하라.
⑧ 인지적 다양성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끌어라.
◎ 본문 중에서
미국의 칩 제조 점유율이 1990년 37%, 2020년 12%, 2022년 10%로 지속 하향해온 추세를 「CHIPS Act」를 통해 바꾸어 2032년 14%까지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상정하고 있다.35 특히 10nm 이하 칩은 현재 대만과 한국이 각각 70%와 30%를 생산하고 있는데 2032년까지 미국이 0%에서 28%까지 확대하여 해당 부문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만의 제조 점유율은 현재 69%에서 2032년 47%로 감소할 것이다. 여기서 주시할 점이 있다. 10nm 이하 노드에서 한국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현재 31%에서 2032년 9% 이하로 떨어진다는 비관적 예측이 있다.
【2장 반도체, 지정학의 중심 - 64쪽】
핀펫 기술은 5nm 공정까지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지만, 3nm 이하 공정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GAAGate-All-Around이다. GAA는 게이트의 모든 면에서 채널을 완전히 둘러싸는 구조로, 전류 흐름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는 핀펫 대비 전력 효율성을 30% 이상 개선하고, 고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2022년 3nm 공정에 GAA 기술을 최초 적용했고 TSMC는 2025년 말 2nm 공정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GAA 기술은 스마트폰과 AI 칩의 성능과 저전력을 확보하는 데 혁신적 접근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3장 기술 혁신의 로드맵 - 121~122쪽】
파운드리 시장은 2023년 1,281억 달러에서, 2024년 약 1,400억 달러, 2032년까지 2,600억 달러 규모로 연간 7.2%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게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예측이다. 2024년 기준, TSMC는 시장 점유율 약 65%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가 15%, UMC와 SMIC가 6% 내외, 글로벌파운드리가 5%대의 점유율로 추정된다. 향후 인텔 파운드리의 비즈니스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 시장의 중요한 변수이다. TSMC는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901억 달러이다. 이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성장성 높은 고객과 함께한 결과이다.
【4장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 - 164~165쪽】
엔비디아 H100 GPU는 HBM2e 메모리를 통해 초당 1TB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여, GPT-4와 같은 초대형 모델의 훈련과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데이터 고갈 문제와 새로운 아키텍처의 등장으로 인해 AI 모델의 스케일링은 반도체 기술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GPU의 HBM 메모리 대역폭 확대, NPU 칩 고성능화, GPU 연산 기능을 일부 메모리 쪽으로 통합하는 PIM 기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 등이 주요 기술 혁신 분야로 부상했다.
【5장 AI와 반도체의 공진화 - 206쪽】
망막의 특정 신경절 세포는 빠른 움직임과 빛의 급격한 변화에 민감하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이벤트 기반의 비전센서 EVS(Event Based Vision Sensor)이다. 전통적인 프레임 기반 카메라와 달리, EVS 센서는 변화가 있는 부분만을 감지한다. 이를 스파이킹(Spiking) AI 모델과 연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실시간 인식, 동작 감지 등에서 특히 빠른 응답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이나 로봇 분야에서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생물학적 시각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중심와의 선택적 정보 처리 방식은 AI의 어텐션 메커니즘에 적용할 수 있다. AI 모델에 맞는 ‘어텐션 맵(Attention Map)’을 생성하여 입력 데이터에서 중요한 특징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AI 모델은 인간의 시각처럼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주의 집중’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다.
【6장 기술 융합의 미래: 비선형적 혁신과 지속 가능성 - 236~237쪽】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본 지출 비중은 2014년 6%에서 2019년 11%, 2024년에는 16%로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만 4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GPU 칩과 고성능 네트워킹에 투입되었고, 이 자원은 12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다. 이러한 전략이 지속해서 수치적 성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개방형 전략으로 변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가치는 2014년 3,000억 달러에서 2024년 3조 달러로 10배 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력을 통해 AI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리스크도 동반되고 있다. 오픈AI의 애저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폐쇄적 생태계 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술의 상호 운용성을 제한하고 AI 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7장 위기와 혁신의 리더십 - 262~263쪽】
브루킹스 연구소는 단순한 대만해협 봉쇄만으로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Taiwan+1’ 전략(대만 외 추가 생산기지 확보 전략)을 통해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한국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TSMC의 주요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시점이다. 특히 애플, 퀄컴, AMD와 같은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주요 대안으로 고려하도록 만드는 일이 긴요하다.
【8장 반도체 패권의 미래 전략과 통찰 - 2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