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권과 여권은 하나다!”
20세기 대륙을 뜨겁게 달군 여성 각성 선언문
중국 여성해방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명저
◎ 도서 소개
“여성을 깨우는 일이 곧 국가를 세우는 일이다”
중국 최초 페미니즘 선언의 기록, 『여계종: 여성을 깨우는 종소리』
중국문학 석학 김은희 교수의 편역으로 만나다
『여계종: 여성을 깨우는 종소리』는 20세기 초 동아시아 근대 전환기에 여성 해방 및 여성 인권 신장 담론을 담은 ‘중국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서’다. 특히 근대 중국(청말) 당시의 여권 문제와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룬 전문서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원제(여계종女界鐘))의 ‘종’은 여성 세계를 깨우는 경종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실제로 책에는 여성 교육과 권리, 결혼, 정치 참여 등 일곱 가지 영역에 걸쳐 사회적 현실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재고와 깨우침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을 쓴 김천핵(金天翮)은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사회·교육운동가이자 지식인으로, “민권과 여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며 여성의 각성과 교육이 곧 국가 존립의 기초임을 주창하였다. 그의 문제의식과 사상을 응집해 펴낸 『여계종』은 1903년에 출간된 이후, 중국을 포함한 세계의 학계에서 내놓은 다수의 연구 및 학술자료에서 현대 중국 여성해방운동사의 시초이자 여권 신장을 시대적·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혁명적 사상서로,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 최초로 번역·출간되는 중국 최초 페미니즘 선언의 기록, 『여계종: 여성을 깨우는 종소리』. 중국문학 석학 김은희 교수가 정본에 기초해 완역하고, 깊이 있는 해제와 중국 현지에서 직접 촬영한 도서 관련 사진 자료를 더하여 펴냈다. ‘여성을 배제한 사회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이 책의 선언은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다가온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
《여성, 인종, 계급》(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아르테)
《자본의 성별》(셀린 베시에르 지음, 아르테)
◎ 본문 중에서
청말 여성해방운동 혹은 여성 담론에 있어서의 『여계종』의 지위나 의미를 고찰하는 데에 중점을 두 고 있으며, 『여계종』에서 제기한 ‘국민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남성 지식 인들의 이상화된 여성 상상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이들 연구는 『여계 종』을 20세기 초의 여성해방사조의 맥락에서 ‘만청 여권주의(女權主義) 의 대표작’ 혹은 ‘중국에서 최초로 여권 이론을 다룬 전문서’로 자리매 김하고 있다.
【역자 서문】
중국 여권의 쇠함은 오 늘날 절정에 이르렀다. 비록 그럴지라도 진실로 권리를 상실한 이는 오 직 우리 2억의 여자들뿐이며, 저 남자들은 대체로 참정과 선거, 대의, 청원, 언론, 출판에 있어서 자유권이 모두 완전무결하다. 그렇다면 우 리 나라는 오늘날 일본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날 이 권리의 성과는 누구의 것인지 묻고 싶다. 전자의 견해에 따르면 권리는 회복 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반면, 후자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 온 나라의 백성 가운데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가 노예의 지경에 떨어져 동 병상련의 처지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오직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후관 임 여사의 서문】
널리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해내는 것이 우리의 큰 소원이요, 누구든지 평등하게 대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천직이다. 국민의 권리(民權)와 여성의 권리(女權)는 마치 꽃받침과 씨방이 바짝 붙어 생기는 것과 같이 밀접하여 억누를 수 없다. 나의 이 말은 단지 2억 동포 자매를 위해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4억 평범한 인민을 위해서도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보자. 나라(國)란 하늘과 땅 사이에 반드시 더불어 세우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 더불어 세우는 것을 국민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여자는 국민의 어머니이다.
【제1절 | 서론】
여자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 이는 유럽의 심리학자와 철학자들 십여 명이 토론하고 연구하여 얻어낸 문제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신장될 수 있는가는 타고난 재능과 그것의 구조에 달려 있지만, 교육이 실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은 타고난 재능과 구조가 이미 이루어놓은 것마저 망가뜨리고서 타고난 재능 탓으로 돌리는데, 이는 논리에 닿지 않는 말이다. 오늘날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품성이 혹 다를 수 있지만, 능력의 정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제4절 | 여자의 능력】
권리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때로 즐거움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무릅쓴다. 국가 간의 국권뿐만이 아니라, 개인 간의 사법(私法)은 더욱 중요하다. 재산과 혼인으로부터 주거와 의복,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권리가 이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권리란 제2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률이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나 스스로 보호하고, 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나 스스로 설명한다. 만약 나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침범하려 한다면 반드시 내 온몸을 던져 싸워야 한다.
【제6절 | 여자의 권리】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람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다. 국가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람의 바람에 의해 형성된다. 마음은 올바른 깨달음을 추구하는 커다란 마음이요, 바람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넓은 바람이다. 그러므로 평등과 공화는 18세기 이전에는 괴물로 간주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신성불가침의 것이 되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하늘이 만든 것이 아니다. 나는 여자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제7절 | 여자의 정치참여】
『여계종』은 비록 남성중심주의적 사고를 드러내는 면이 없지 않지만, 여성교육과 전족 반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기존의 여성 담론의 시야와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심화하였으며, 이후 신해혁명과 5·4 신문화운동을 거치는 동안 여성 담론을 이끄는 실질적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천두슈(陳獨秀)와 후스(胡適), 루쉰(魯迅), 선얜빙(沈雁冰), 우위(吳虞) 등의 글을 꼼꼼히 읽어보면 그 의론의 의제와 사상 수준은 개별 문제에 있어서 신해혁명 이전에 비해 확장되고 심화된 것 외에 그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여계종』을 뛰어넘지 못했다”라는 슝웨즈(熊月之) 교수의 평가는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