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쓰기는 그림 그리기입니다. 언어라는 물감과 감성이라는 붓으로 그린 저의 그림은 유치할 수 있습니다. 저의 글은 유치할 수 있으므로 저는 무치(無恥)해도 좋을 것입니다.”(작가의 말)
이연주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봄날은 꽃비 되어』. 남기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가슴을 파고드는, 삶의 풍경을 꾸밈없이 그린 작품 54편이 실렸다. 작가의 말 그대로 ‘유치’의 눈망울로 그려낸 글은 순수하다. ‘어린 것’의 마음으로 ‘봄날의 꽃비’로 비유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맑고도 깊다.
1부, 노란 복수초에서는 나와 나의 사색을 담은 작품, 17편을 묶었다. 가을의 석양 아래 선 ‘나’, ‘혹독한 겨울이 오더라도’ ‘눈 속의 노란 복수초’처럼 값진 인생의 꽃을 피우리라 다짐한다, 새롭게 날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담담하고 진실한 글 덕분에 행복한 마음이 전염되는 것 같다.
꽃샘의 봄바람 속에 지나간 세월 속, 나의 인생에도 산수유꽃이 노랗게 물들고 벚꽃이 망울망울 피어났다. 복수초같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강인한 인내심으로, 내 인생의 꽃은 가을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삶은, 내가 많은 수고를 하였을 때 웃을 일이 많아진다고 했던가? <「노란 복수초」>
2부, 길 위의 문학과 3부, 여행의 추억은 여행기이다. 우리 조국 우리 역사 우리 문학의 터전을 탐방한 국내 여행 편에서는 청마문학관 백두산 백령도 부여(백제) 울릉도 봉화 띠디미마을 남해 천관산 등 설렘이 있는 여행의 한때를 생생하게 그렸다. 터키 미국 하노이 탈린, 노르웨이 러시아 등 해외 여행기는 생생하고 꼼꼼한 문화 탐방기이다. 어디에서나 조국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작가의 마음이 뜨겁다.
3부는 사람과 생명의 이야기이다. 편 편에서 작가는 ‘나’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심지어 제비 가족, 나무, 억새와 갈대에 이르기까지 생명 있는 모든 대상에게 온 애정을 담아 “다 잘될 거야.”라며 한결같이 사랑과 용기의 메시지를 건넨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더니, 아기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잘도 버티어 주었다. 고춧잎이 생기를 되찾듯 아이는 산소 호흡기를 달지 않아도 숨을 쉬었다. 방긋방긋 웃기까지 하였다. ‘아가야 고맙다, 살아주어서. 어미도 살았다.’ 텃밭에는 고추 몇 개가 튼실하게 달렸다. 아들의 고추같이 사랑스럽다. <「고추 모종」>
“이연주 수필가의 글은 삶을 버무려 맛있는 비빔밥으로 만들어 작은 행복감으로 승화시키는 수필의 힘이 있다. 생의 가을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장호병 수필가)
누구의 탓이기보다는 나에게도 있는 원인을 깨달을 때, 어느새 떡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나는 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수필을 통해서 나는 타자와의 삶을 공유하고, 나를 다시금 성찰하게 되었다, <「나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