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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상세페이지

구룡산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500원
판매가
500원
출간 정보
  • 2020.10.15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9만 자
  • 8.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3234722
ECN
-
구룡산

작품 정보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온 동네가 뒤집어졌다.
그것은 새벽녘 범이 내려와 참봉댁 송아지를 물고 갔다는 것이다.
참봉은 펄펄 뛰며
"어허 어허 이런 변이 어디 있나. 다른 집 다 두고 하필 내 것을 장치다니."
소문은 뒤이어 났다. 당산의 헛세 음식은 없어졌으나 하되 곳곳이 부스레기를 흘린 것을 보아 동네의 잡구신이 침범한 것에 틀림없다는 말이었다.
참봉은 듣고 더욱 노발대발하야 가라사
"이놈 득쇠야 정말가? 응? 이놈 너 빨리 가 그것 지키라 할 때는 어련히 요랑하고 시킨 것이라고……. 이 후리개 아들놈아."
목침(木枕)이 날고 방망이가 뛴다. 하다가 분이 가라앉질 안 해 사뭇 쑤알거리며 골목을 나온다.
"어니 놈고 썩 나서라. 거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개망나니들아. 당대 고축년에 굶어 죽은 구신이 아닌 다음에야 동네를 위한 정성을 팔아먹으려 들다니……."
골목은 한참이나 뒤숭숭했다. 하나 참봉 서슬에 내오, 하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참봉이 이렇게 기개를 올리는 그 반면에는 숨은 곡절이 있다. 그것은 산제를 지내면 으레 고기 떡 적을 당산 우에 얹어 두어야 산짐승이 해를 힙히지 않는다는데 기준 되어 자기 집 송아지를 잃은 것은 곧 이런 때문이라고 단정을 내린 것이다.
한편 껏다리는 총을 메고 실직한 장정들을 뽑아 수나 터진 듯이 아침 밤을 먹자마자 산으로 더터 올라갔던 것이다.
온 동네가 벌집 쑤신 것같이 뒤숭숭한 중에도 전팔이 집에서는 다른 걱정에 싸여 있다.
안 가려는 노근이를 욱잡어 헛세 음식 거두러 갔던 할머니는 새벽부터 배를 아듬고 좁은 방 안을 궁굴으며 신음한다.
"글씨 무서운 음식 먹지 마시라 안 합디요."
며누리는 상이 새파랗게 질려 널치가 된 어머니를 아듬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일즉 보지 못한 황당한 저주와 히스테릭한 분노가 있었다.
"글씨 이 어구가 발괭이가 미련바지가……."
할머니는 며누리 아들의 팔과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뻐절리는 배를 쥐어틀며 무섭게 꺼진 눈을 생그렇게 떠 마다마디 끊어 말을 한다.
"고기 한 모타리 떡 부스레기 그게 먹고 싶어서 …… 아유아유…… 가지 말 것을, 가지 말 것을……."
마침내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소리가 떨리었다.
며누리는 사뭇 배를 주무르고 꼿꼿이 얹혀 등을 두드리고 이내 어깨를 만진다. 그러다가도 밖을 나가더니 '갯구 물리는 영감'을 다리고 왔다.
갯구를 물려 봐도 아무렇지도 안 했으며 마침내 혼몽한 중에서 발버둥치고 수숫대 같은 몸을 응지른다.
"근아이 근아이."
"근이 둘은 밖에 갔습니다."
"우리 아들 있나 애기도 있나……. 나는 인제 그만이다 잘 살어라이. 싸우지 말고 근이 잘 기루고 살어라이 ─."
"어무이 어무이!"
며누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사뭇 멎지 않고 흐른다. 그는 거풀과 뼈만 남은 시어머니 손을 쥐고 자지러지며 양어깨를 추슬렀다.

...책 속에서...

작가 소개

1914년 경남 사천군 곤양에서 태어나, 1943년 스물아홉 나이에 지병인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곤양공립보통학교와 해인사 강원을 거쳐 해인사립강습소 교사, 동아일보 진주지국 기자로 일했다. 열여덟 살 때인 1932년 처음으로 시 '이별한 님'이 '불교'에 발표된 뒤, 스물두 살 때인 1936년 '매일신보' 현상 공모에 소설 '구룡산'이 당선되었고, 1940년과 1941년 '문장'에 시 '야산로', 소설 '어산금'이 잇달아 추천되어 문재를 떨쳤다. 길지 않은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시와 소설, 동화, 수필 갈래에 걸쳐 모두 329편이나 되는 작품을 남겼다. 이들 가운데 시가 299편으로 압도적인데, 여섯 편을 뺀 나머지는 모두 미발표 육필 시집 여섯 권에 남아 전한다. 경남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삼아 열정적으로 민족 현실을 안고 뒹굴었던 청년 허민의 문학은 나라잃은시대 후기, 윤동주의 내성적 비전과는 다른 현실적 비전을 앞세우며 우리 근대 민족문학의 마지막 자리를 힘차게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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