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언제나 그 시대의 감정과 사유를 담아내며, 사회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인간이 자연, 사회, 타자 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해 왔는지를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드러내는 방식 또한 예술이다. 지금 우리는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공동체 해체와 같은 복합적이고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전환의 국면에서 예술은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되비추며, 그 존재 방식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
『생태와 예술통합』은 바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예술이 생태적 상상력과 공동체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실천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탐색한다. 예술이 지닌 힘을 통해 우리는 자연을 새롭게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며,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통합적 접근의 출발점이자, 교육과 창작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천적 안내서이다.
『생태와 예술통합』은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2021년부터 수행해 온 <1+3 예술통합교육의 교과과정 및 교수학습법> 연구의 일환으로 개발된 네 번째 교재이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예술과 학문, 기술, 생태, 공동체 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체 연구는 6년에 걸친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연구(2021~2023)에서는 문학·미술·음악·영화 네 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하나의 중심 장르에 나머지 세 장르를 통합하는 교과과정을 설계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오감과 운동감각, 기억, 소통 등 인간의 다양한 감각 경험을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였으며, 그 결과는 『감각과 예술통합』(2023 개정증보판)과 『지각과 예술통합』(2024)이라는 두 권의 교재로 출간되었다.
2단계 연구(2024~2026)는 예술 내부의 통합을 넘어 기술, 공동체, 생태 등 예술 외부 영역과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기술미학, 예술사회학, 생태학 등 다양한 이론적 기반과 성과를 예술교육의 문맥 속에 통합하며, 융합적 사고를 기초로 한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 단계의 첫 번째 성과물인 『과학과 예술통합』 (2025년 3월)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생태와 예술통합』(2025년 8월)은 그 연장선상에서 두 번째 교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부(部)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적 상상력이 현대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체 간의 상호연결성을 인식하는 예술적 전환을 조명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매체환경과 예술 창작의 상관성, 예술통합교육의 이론적 기반을 개괄하여 예술통합의 총체적 양상을 조명한다. 제2부 ‘생태와 예술통합’은 급변하는 생태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다채로운 예술의 변화와 확장을 조망한다.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 각 예술 장르가 자연과 맺는 관계를 되짚으며, 인간 중심의 관점을 넘어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제3부 ‘공동체와 예술통합’은 예술이 공동체와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타자성과 연대, 공감의 감수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확장해 왔는지를 다룬다. 예술이 사회적 윤리와 동체의 기억을 어떻게 형상화했는지를 분석하며, 예술의 공공성 확대 가능성을 함께 모색한다.
『생태와 예술통합』은 예술 전공자뿐만 아니라 예술통합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을 한 열린 교재이다.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이미 장르 간 경계를 넘고, 학문 간 구분마저 물며 보다 유연하고 통합적인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창작뿐 아니라 감상의 영역에서도 합적 사고와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인 이 시대에, 이 책은 예술을 새롭게 인식하고 석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창의적 상상력과 표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생태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공동체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개인의 경험을 창작의 언어로 풀어내는 구체적인 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문학·미술·음악·영화를 연결한 그림책 만들기와 작사 실습 등 실천 중심의 활동을 통해 습자는 예술을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도구로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예술통합적 접근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적 사고력과 창의적 표현 능력을 함양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예술을 매개로 생태와 공동체를 연결하고 확장해 나가는 교육적 상상력의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2025년 8월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