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나 난봉꾼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돈 후안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을 소개하고, 그를 통해 시대의 욕망과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책.
시대를 거듭나는 상징, 돈 후안 1976년 미셸 푸코가 “300년의 세월도 잠재우지 못한 돈 후안의 명성”이라고 말한 것은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아마도 ‘돈 후안’은 여성들에게만큼이나 작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인물일 텐데, 지금까지도 문학과 영화로 대변되는 예술의 분야에서 살아 숨쉬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가들이 그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선택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를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다.
우리에게 돈 주앙 또는 동 쥐앙 등으로도 알려진 ‘돈 후안’을 탄생시켰다고 여겨지는 스페인 작가 띠르소 데 몰리나(1584?~1648)는 가톨릭 사제인 가브리엘 떼예스의 필명이다. 그러나 그와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세비야의 농락자와 초대받은 석상』의 진위에 대한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그 첫 출판시기가 분명하지 않은데다가 여러 종류의 판본이 난립하고 있고, 또 누가 작가인가의 문제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또한 돈 후안이 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를 밝히려는 시도들도 있었다.
시대의 반영, 돈 후안 당대의 스페인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와 현실이 어긋나는 모순된 사회였다. 르네상스를 통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성적 자유는 수도원에까지 스며든 상태였다. 이 책의 저자는 띠르소가 돈 후안을 통해 육체적 욕망이 진지한 관심사가 된 르네상스 이후의 시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그의 죽음을 통해 그러한 관능성의 자유가 억압받는 당대 사회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돈 후안에 대한 다양한 해석 비평가 마에스뚜는 돈 후안의 신화적 본능이 문학적 반응이 아닌 대중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에 연유한다고 본다. 즉, 돈 후안은 작가가 아닌 대중들의 욕구에 의해 창조된 관능의 표상이라는 것이다.
돈 후안에 대한 비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의 성격의 기본은 관능이 아니라 ‘반항’이라는 것이다. 돈 후안에게 던져진 학자들의 다양한 주장은 이렇다. 그는 “자아의 철학, 순종의 낡은 규율에 대항해 일어선 독립적 도덕성을 대변한다”, “돈 후안은 신성한 법이든 인간의 법이든 그것이 법이기 때문에 모든 법을 파괴한다”. 또한 돈 후안을 니체에 비유하며, 반대로 니체를 그에 비유한 비평가들도 있었다.
돈 후안 심리학 돈 후안이라는 캐릭터는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반영하는 가장 주된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돈 후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하는 심리학의 여러 연구들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돈 후안 증후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나르시시스트 돈 후안 등의 심리가 소개된다.
돈 후안은 모든 남성들의 내적인 꿈을 상상적으로 이뤄냈을지 모른다. 남자들이 원하는 것이 모든 에덴과 모든 동굴들을 탐험하고 점령하기 위해 필요한 고갈되지 않는 힘, 그 승리의 에너지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닮고 싶지 않은 영웅이요, 더 높이 오를 수 없는 불행한 신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