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소개
파브르, 멘델, 찰스 다윈도 생물을 ‘암기’했을까?
곤충학자 파브르가 『파브르 곤충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곤충들의 이름 암기를 잘해서가 아니다. 유전학의 창시자 멘델이 완두콩을 재배하는 도중 유전 법칙을 발견한 것도 그의 암기력과는 거리가 멀다. 진화론이 탄생해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건 다윈의 암기력이 비상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교과서로 생물을 공부하는 학생들 앞에서만은 예외가 된다. 청소년들에게 생물은 대표적인 암기과목이다.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은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외우기만 하면 되니까’ 생물을 수학능력시험의 선택과목으로 삼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세포벽과 세포막, 리보솜과 리소좀의 차이도 모른 채 무턱대고 외우다 보면 아뿔싸, 시험지 앞에서 사달이 난다. 생물학을 제대로 익히고 생명 활동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 일은 주변의 생명 활동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관찰로 시작한다는 것,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는 큰 더듬이가 달린 곤충들의 생김새에 감탄하고 공룡백과를 한번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아이들이 학생이 되고 나면 생물을 암기과목으로 여긴다. 공룡백과와 교과서 사이에 생긴 이 커다란 간극은 공룡이 살던 시대와 현대의 2억 년의 간극만큼이나 아득하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는 교육계의 말을 듣노라면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재미있는 생물도 따분한 암기과목으로 만들어 버리는 곳에서 어떻게 제2의 파브르,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교과서 속 생물이 호기심 가득한 일상의 이야기로 새로 태어나다!
‘미모사는 어떻게 잎을 접어요?’
‘박쥐는 똥을 눌 때도 거꾸로 매달려 있나요?’
아이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다. 그런데 생물을 교과목으로 공부하면서부터 사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능력을 차츰 잃어버리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교과서가 그리 큰 잘못을 하진 않았다. 아주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들을 다루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 어른들도 이야기가 없는 문서를 읽으면 지루해 한다.
『생물에 둘러싸인 하루』는 교과서에 나온 생물학을 ‘일상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그것도 ‘재미있게’. 저자는 과학기자로 활동하면서 화석 탐사 캠프를 수차례 진행하여 눈높이를 맞춘 이야기로 어린이, 청소년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이러한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저자가 연재한 여러 기사들에서 검증되었다.「어린이 과학동아」에 연재 도중, 저자가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 공지되자마자 재미있게 읽던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린 독자들의 댓글이 달렸을 정도다. 이번에는 저자의 전공을 살려 생물 이야기를 쓴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다양한 생물 상식이 물 흐르듯이 전개된다. 김치의 신맛을 이야기하다가도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혐기성 미생물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적 좋아했던 공룡이 등장해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악어와 참새가 사촌이라는 황당한 얘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 무슨 말을 하든지 읽는 이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저자의 글재주가 놀랍다. 술술 읽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물 상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의 승리다.
100가지 질문 속에 생물 상식이 가득 담긴 ‘작은 백과사전’
『생물에 둘러싸인 하루』는 총 100개의 호기심 가득한 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별 볼일 없는 일상이라도 거기에 무엇이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한번 궁금히 여겨 보라’는 부드러운 권유의 말로 운을 뗀다. 책을 펼치면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어떻게 소화되는지, 여름이면 치르치르 울어대는 풀벌레는 언제 짝짓기를 하는지, 멀리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은 어떻게 먹이를 구하는지,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생물 이야기에 폭 빠져든다.
이 책은 집, 병원, 공원, 동물원, 바닷가라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공간을 골라 크게 5부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동식물, 인체, 생명 활동의 원리, 미생물과 바이러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생물들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교과서에서 자주 다루는 생물 지식부터 최신 생태이론까지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기 쉬운 생물 상식을 용케도 콕 집어내 바로잡아 준다.
파브르, 찰스 다윈 같은 생물 가정교사를 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생물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좋은 책을 한 권 구입해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생물에 둘러싸인 하루』는 마음 한켠에 파브르의 눈을 간직한 학생들의 호기심에 부응한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을 놀라게 할 정도로 예리한 질문, 혹은 다소 엉뚱하기까지 한 아이들의 질문에 그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부모에게도 좋은 생물학 지침서가 될 것이다.
▶ 추천의 글
“이 책은 생물 이야기의 ‘작은 백과사전’이라 부를 만하다.”
저자는 어려운 생물 이야기들을 아주 쉽게 풀어 쓰느라 애를 썼을 뿐더러 새로운 최신지식도 풍부하게 덧붙였다. 저자가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좋은 예시들을 골라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고백컨대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생물지식을 많이 배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세계를 다룰 때도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술술 읽힌다. 나도 생물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생물수필가’이지만 물 흐르듯 이어가는 저자의 글 솜씨가 부럽다 하겠다.
-권오길(생물학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추천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