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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가족은 당연히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믿어왔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지나왔으며, 서로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이 소설은 그 믿음이 얼마나 쉽게 착각이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버지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한다. 큰형 짐은 가족을 책임지는 중심이고, 쌍둥이 동생 수전과 밥은 그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관계의 바탕에는 이해보다 오해가 더 깊이 자리하고 있다. 짐은 어린 시절 자신의 잘못을 밥에게 떠넘겼고, 그 이후로도 줄곧 그 기억 위에서 밥을 대했다. 수전 역시 짐의 시선을 통해 밥을 바라보며, 동생을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이해하기보다 늘 부족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긴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밥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자신을 변호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가족이란 반드시 이해의 공간이 아니라, 어쩌면 오해가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은 너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새롭게 보려 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이미지 속에 상대를 가두어 버린다. 그 결과,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끝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밥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형의 그늘 아래에서 늘 작아져 있었고, 스스로를 내세우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면 그는 가장 약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족을 다시 잇기 위해 가장 애쓰는 사람은 오히려 밥이었다. 짐이 무너졌을 때, 그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사람도 밥이고, 흩어져 있던 가족의 관계를 끝까지 붙잡고 있는 사람 역시 밥이다. 그는 형을 원망할 이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끝내 형을 포기하지 않는다.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자신을 드러내고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자신감이나 성공이 아니라, 관계를 끝까지 놓지 않는 힘이야말로 더 깊은 의미의 강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지스 형제>는 종교가 다른 이민자들이 미국 땅에 적응해가면서 겪는 문제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가족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인듯 하다.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서로를 오해하고, 또 얼마나 늦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정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어쩌면 가족이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손을 가장 먼저 내미는 사람은, 때로는 가장 약해 보였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________ “어떻게 하면 좋지, 밥? 나는 이제 가족이 없어.” “형은 가족이 있어.” 밥이 말했다. “형을 미워하는 아내가 있잖아. 형한테 잔뜩 화난 자식들도 있고. 형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동생들도 있고. 머저리같이 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머저리가 아닌 조카도 있고. 그런 게 가족이야.” 버지스 형제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저 #버지스형제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문학동네 #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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