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나쁜 놈이 된 거냐?”』
칼날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여 나선형의 탐색 끝에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이 책, 『“너는 왜 나쁜 놈이 된 거냐?”』은 그 제목부터가 묵직한 서사시의 첫 구절처럼 독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그림자와 마주하며 살아가지만 이 책은 그 그림자 중에서도 가장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나쁜 놈’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심연을 향해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저자는 비판과 단죄의 쉬운 길 대신,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면과 사회의 병폐를 동시에 직시할 것을 독자에게 요구한다. 이 책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거울 앞에 선 우리의 왜곡된 자화상을 비추며, 독자가 마땅히 겪어야 할 길고도 불편한 여정을 선물한다.
책의 초반부, 1장 「내 안의 그림자, 씨앗은 언제 뿌려졌나?」는 ‘악’의 기원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 즉‘타고난 본성(nature)’과 ‘환경 또는 양육(nurture)’의 논쟁 속으로 독자를 이끌며 지적 여정의 포문을 연다. 유전자 변형이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될 수 있다는 과학적 통찰을 제시하면서도, 본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단편적 사고를 경계하는 저자의 균형 감각은 돋보인다. 비옥한 토양에서도 시드는 씨앗과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씨앗의 비유는 인간에게 환경이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2장 「선과 악의 경계에서 길을 잃다」 는 도덕적 나침반이 고장 나는 과정을 ‘발가락만 살짝 담그기’ 효과처럼 미미한 자기 합리화와 군중심리, 피해의식에서부터 시작해 인지 부조화와 자기 정당화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섬뜩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죄책감을 무디게 만들고 악행의 나선형 계단을 더욱 깊숙이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정교하게 해부한다. 그리고 3장 「차가운 논리, 뜨거운 충동: 범죄자의 이중 가면」은 범죄자들이 '왜곡된 인지 메커니즘' 이라는 방패를 삼아 죄책감을 회피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비뚤어진 논리를 조명한다. 피해 최소화, 책임 전가, 타인 비난 등의 인지 왜곡 유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범죄를 단순한 광기가 아닌, 그들만의 뒤틀린 논리가 이끄는 비극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분석은 서늘한 통찰을 안겨준다.
탐색의 시야가 개인의 내면을 넘어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되는 중반부, 4장 「누가 이놈을 만들었는가?」 는 개인의 악행이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놈을 만들어낸 것일까?' 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사회의 불평등, 빈곤, 교육의 불균형, 차별과 소외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 한 인간의 삶을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이자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냉철하게 짚어낸다. 물질적 빈곤을 넘어선 정신적 빈곤, 즉 공동체의 유대감 상실과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 어떻게 극단적인 '폭력이라는 절규'로 표출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한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동일한 절망 속에서도 '선택의 키' 를 휘두르는 개인의 능동성을 언급하면서 사회와 개인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형태를 빚어내는 복잡성을 강조하는 균형 잡힌 시각은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5장 「균열된 공감 능력」 은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별 짓는 '가장 고귀한 능력'인 공감이 파괴될 때,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존재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사이코패스의 경우처럼 타인의 고통을 '소음'이나 '흐르는 액체'로 취급하는 무감각은 물론, '피해자의 가해자화'라는 비극적인 순환 고리까지 파헤치며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타인을 향한 칼날을 품게 되는 과정을 드러낸다는 아찔한 팩트는 우리의 간담을 싸늘하게 한다. 그리고 6장 「거울 속 왜곡된 세상」은 범죄자들의 뒤틀린 정의관과 자기 정당화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며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이들의 내면이 과도한 자기중심성과 피해의식, 그리고 복수심 미화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도덕적 해체'에 이르게 됨을 밝힌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정의'가 아닌 '오직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단된' 정의에 갇힌 그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윤리적 혼돈을 안겨준다.
저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나선과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향한다. 7장 「범죄의 나선 효과」 는 인간의 사소한 일탈과 방관이 어떻게 '개미지옥’과도 같은 '범죄의 나선'으로 이어지는지를 단계별로 추적한다. '조약돌 비유'와 '발가락만 살짝 담그기 효과'는 작은 파열음이 감지되지 않으면 어떻게 거대한 파멸의 산사태로 변모하는지 심리적, 사회적 메커니즘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나선 효과가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자들과의 연계해 사회적 단절로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죄는 죄를 낳고, 악은 악을 부른다'는 진실의 무게를 더해 간다. 8장 「이름 없는 트라우마」 는 '나쁜 놈'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바다 밑에 잠든' 치유되지 않은 고통의 기록들을 들춰낸다. 유년기 학대, 방치, 혹은 상실로 인해 '꽁꽁 언 얼음'처럼 닫힌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향한 분노와 공격성으로 폭발하는지를 다룬다. '피해자의 가해자화' 라는 비극적 순환의 근원에 다가가, '나쁜 놈'의 탄생이 때로는 '아파하는 아이'의 흔적을 찾는 탐색임을 역설하는 저자의 시선은 따뜻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9장 「“나쁜 놈”이라는 낙인」 은 '낙인 이론'을 통해 사회의 평가가 한 개인의 정체성과 행동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나쁜 놈'이라는 냉혹한 낙인이 어떻게 사회적 배제와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이어져 새로운 범죄의 동기가 되는지를 밝히면서 죄는 용서받을 수 없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박탈하는 사회적 낙인이 과연 옳은 길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저자는 던진다.
대장정의 마침표인 10장 「‘나쁜 놈’의 진정한 유래」 는 이 모든 분석을 아우르며 우리가 도착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나쁜 놈은 정말 어떻게 탄생한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해 쉬이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태어나는가" 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라는 이분법적 사고 자체가 오류일 수 있음을 그는 역설하면서 인간의 복잡다난함을 단 하나의 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깊은 통찰을 전한다. 유전적 취약성, 환경적 압력, 개인적 선택, 사회적 반응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나는 '비극적인 장미꽃'으로서의 '나쁜 놈'이라는 저자의 비유는 이 책이 획득한 문학적 승리라 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이 과연 더 중요한가?" 대신 "어떻게 이 복잡한 상호작용의 고리를 이해하고, 범죄의 파괴적인 결과를 최소화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 라는 진지한 질문으로 독자의 시선을 전환시키는 것은 이 책이 사회를 향한 근원적인 깨달음과 변화의 의지를 열렬히 품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끔찍한 범죄의 배경을 파헤치는 일은 결코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의 더 ‘나쁜 놈’을 예방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고 인간적인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근원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저자의 명확한 비전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책임감을 안겨준다.
『“너는 왜 나쁜 놈이 된 거냐?”』 는 그 제목처럼 인간 존재의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민낯을 직시하게 만든다. 저자는 ‘나쁜 놈’ 이라 명명된 이들을 손쉽게 정죄하지 않고 그들 안에 숨겨진 무수한 질문과 이야기들을 끈질기게 파헤친다. 이 책은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 구조,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인간의 '악' 을 빚어내는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우리 자신의 '슬픈 자화상' 역시 그 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며 “왜 어떤 아이는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도 어둠에 끌리는가?”, “왜 어떤 이는 모든 것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끝내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을 찾아 나설 용기를 비로소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