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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리듬 분석지를 출력해서 구간별로 잘라낸 뒤 A4용지 여섯 장에 차례로 정리했다. 첫 장은 서머리summary, 요약본이다. 처음 심장 리듬을 분석한 순간부터 병원에 도착해 제세동기 패치를 몸에서 떼어낼 때까지의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다. 용지 여백에 인적 사항과 현장 상황을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길게 소설처럼 적어봐야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메마른 죽음은 그렇듯 낭만이 증발한 문장이라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두 번째 장은 이니셜initial, 최초 리듬,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 장은 가슴압박 및 이송 중 리듬이다. 그래프는 홀로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던 심장이 기계의 전원이 꺼지기도 전에 잠잠해진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병원 도착 전 리듬까지 정리를 마친 뒤 A4용지를 스캔해서 PDF 파일로 만들었다. 깔끔해서 보기 좋았다. “ 12층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12살 소녀를 수습하면서 소방대원인 작가가 진행한 업무보고서다. 이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는 보고서의 그 어디에도 소녀의 마음을몰아댔던 고민과 눈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12살 아이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 치고는 너무나 차갑고 딱딱하다. 매일 누군가의 죽음을 만나야 하는 일, 심지어 그 죽음의 과정을 복기하고 냉정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결코 따뜻하고 말랑거리는 심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을듯. 특히나 타인의 죽음을 그저 의미없이 관망하거나 심지어 그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 보이는 인간들의 존재를 목격할 때마다 저자는 분노하고 좌절한다. 비루하고 처절한 삶을 꾸역꾸역 이어가면서도 ’미안하다‘ ’감사하다‘를 입에 달고사는 사람들과 혹은 그런 사람들의 죽음 마저도 어느 순간 무감각해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작가에게 심폐소생술 같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던 작가가 우연히 틀었던 수도꼭지가 잠기지 않아 콸콸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펑펑 울었다는 책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그저 찡했다. “ 처음 심폐소생술을 한 날 손바닥 아래서 노인의 복장뼈가 박살 나던 감각이 떠올랐다. 나일론 줄로 목을 매고 죽은 남자를 바닥으로 끌어 내릴 때 맡은, 죽는 순간까지 살고 싶어 했던 사람의 진한 땀 냄새가 떠올랐다. 까마득한 동공 안에 세상의 한 줌 빛이라도 더 담아가려 했던 어린아이의 눈동자도 생각났다. 아이의 조막만 한 눈꺼풀을 열었다 닫는 순간 손끝을 적신 한기가 아직 생생했다. 그제야 외할머니의 죽음을 두고 울 수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건 내가 수도꼭지를 꼭꼭 잠가두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구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장 난 수도꼭지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울었다. ” 늘 우리를 경직되고 얼어붙게 만드는 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 냉기에 압도되어 내 심장까지 꽁꽁 얼음장처럼 변하게 놔둘 것인가 아닌가는 조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10킬로 달리기를 하면서 늘어지는 자신의 삶에 긴장을 주었다는 작가의 습관도 절대 상황에 지지않겠다, 따뜻한 피와 살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잃지않겠다는 투지와 힘을 느꼈다. 생존하기 갈수록 팍팍하고 ‘인간임’에도 그 ‘인간임’을 유지하기 힘든 날이 계속되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힘내면서 사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큰 격려가 된다. ________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떠올리며 시작한 글쓰기가 삶의 위로가 되어준 것이었다. 기운을 차린 나는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급차를 타면서 만난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유서 대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부풀린 연민이나 한 달에 2만 원을 후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배제된 것이었고, 오히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드러냈다. 그 사람들 또한 나와 같은 무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자 마침내 비구름이 걷혔다. 애초에 그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가난하고, 아프고,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언정 그들은 힘껏 살아가고 있었다. 당신이 더 귀하다 | 백경 저 #당신이더귀하다 #백경 #다산북스 #문재인추천도서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트위터 팔로워이고 백경님 트윗은 친한 친구한테 꼭 전달해서 제가 느낀 감동과 여운을 같이 나눠요. 출간 소식을 보고 바로 읽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눈에 힘을 주고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읽었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 책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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