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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 상세페이지

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5,000원
판매가
5,000원
출간 정보
  • 2026.06.23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8.5만 자
  • 65.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92364520
UCI
-
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

작품 정보

도수진의 ‘버티고 & 버티고(Vertigo & Vertigo)’
류병학 미술평론가


저는 지난 몇 년간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붙잡아 왔습니다. 그 관심은 저의 개인적인 불안과 고통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무사히 보내고 있었지만, 내면은 조용히 붕괴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붕괴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 근원을 따라가다 보니, 개인의 불안과 고통은 개인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의 부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카뮈(Albert Camus)는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를 다루는 것이 예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각이 ‘Vertigo & Vertigo/ 버티고 & 버티고’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전작 『Vertigo & Vertigo I / 버티고 & 버티고 I』에서는 불안이 만들어내는 현기증에 대한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이번 『Vertigo & Vertigo II / 버티고 & 버티고 II』는 현대 사회의 현기증(부조리)에 대한 버티기(반항)를 표현한 작품들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는 현대인이 처한 현기증 나는 상황과 사회 부조리를 시각화하기 위해 일종의 ‘지옥도’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물론 저의 ‘지옥도’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표현한 일종의 ‘현대판 지옥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옥도’를 아이러니와 귀여움, 싸이키델릭한 형상으로 전환하여 관객이 웃음과 불안을 동시에 마주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 도수진 작가노트 ‘Vertigo & Vertigo II / 버티고 & 버티고 II’ 2025


갤러리 R의 도수진 개인전 『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We’re all mad here)』는 전시 타이틀에서 암시하듯이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Adventures in Wonderland)’에 관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상한 나라’는 상상의 세계라기보다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 혹은 실재와 환상이 서로 뒤섞인 ‘예술의 세계’를 뜻한다. 따라서 도수진의 ‘회화의 세계’는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낯선 ‘운하임리히(Das Unheimliche)’나 ‘매지컬 리얼리즘(Magical Realism)’ 혹은 ‘몽타주적 리얼리티(Montaged Reality)’라고 할 수 있겠다.

도수진은 이번 갤러리 R 개인전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 44점을 선보인다. 장지에 먹으로 작업한 드로잉 <마지막 행진 / Last Parade>(2025) 시리즈 30점과 장지에 채색한 회화 <이.모.제.아(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2026) 시리즈 4점,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한 <자기파괴클럽>(2026), 스티로폼과 인형으로 작업한 설치작품 <복사꽃이 피어있는 세계로의 꿈속 여행(Dream Journey to the Peach Blossom Land)>(2026), 오브제 작품 3점(<자식을 먹는 사투르누스(Saturn Devouring His Son)>, <천흉국(穿胸國)>, <바쿠(Baku)>), 키네틱 작품 2점(<더 아이즈(The Eyes)>, <죽음의 춤(Dance of Death)>), 애니메이션 3점(<오 보이저(Oh Voyager)>, <빙글빙글(bingle bingle)>, <영원의 복숭아(Eternal Peach)>)이 그것이다.

도수진은 작가노트에서 갤러리 R의 개인전 『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를 『Vertigo & Vertigo II / 버티고 & 버티고 II』로 진술한다. 그녀의 전작 『Vertigo & Vertigo I / 버티고 & 버티고 I』은 3년 전인 2023년 갤러리 JY에서 열린 개인전을 뜻한다. 만약 관객이 이번 갤러리 R의 도수진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들로 한 걸음 더 들어가고자 한다면, 관객은 갤러리 JY의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을 참조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그녀의 ‘버티고 & 버티고’ 시리즈는 그녀의 독일 유학 시절(2004~2013)에 작업한 ‘방(The Room)’ 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다.

도수진의 <방들(The Rooms)> : 불안에 버티기

도수진이 독일 유학 시절 작업한 <방들(The Rooms)>(2010)은 그녀가 살아온 방들을 인간의 경험과 심리를 담고 있는 ‘기억의 방들’을 건축적 은유로 표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방들>은 어린 시절부터 2010년까지, 그녀가 실제 거주했던 13개의 각기 다른 지역의 방들을 건물에서 분리하여 엠디에프(MDF)를 이용하여 모형으로 제작한 뒤, 다시 탑처럼 쌓아 올린 설치작품이다. 그녀는 “독일 유학 시절 부분적인 기억상실로 불안을 겪었다”면서, 그녀는 “‘쌓는다’는 행위를 통해 흩어진 기억을 하나의 건축적 구조로 세워 불안정한 내면을 붙잡고자 했던 작업”이라고 진술한다.

한국의 아파트와 모텔, 교회, 고시원 : 사회의 부조리에 버티기

도수진은 2013년 9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다. 그녀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기억의 건축’이라는 개념을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하여 공간과 사회 구조를 연결하는 비판적 시선으로 전개한다. 이를테면 그녀는 당시 낯설게 다가왔던 한국의 아파트와 모텔 그리고 교회와 고시원 등에서 한국 사회의 집단적 심리와 숨은 구조를 읽어내고자 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모텔 파라다이스(Motel Paradise)〉(2014)와 〈드림 하우스(Dream House)〉(2014) 그리고 〈지금의 모뉴멘트(Monument of Present)〉(2014)와 <고시원(Goshiwon)>(2014) 작업을 “일상 속 건축물을 불안정한 거주 공간과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하는 ‘현대의 기념비’로 보고 그 안에 내재한 사회의 모순과 불안을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도수진의 <좋은 게 좋은 것> : 미술 세계의 부조리에 버티기

도수진은 이후 사회적 공간을 넘어 예술이 속한 시스템 자체의 구조로 시선을 던진다. 그녀는 “미술이 거대한 자본의 순환 속에서 소비되는 현실에서, 창작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생산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게 되었다”고 본다. 그녀의 설치 작업 <좋은 게 좋은 것 / What Is Good Is Good>(2017)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자각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상업적 컨베이어 벨트와 스시(sushi)라는 장인적 음식 문화가 결합된 회전초밥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고가의 미술작품 모형들을 설치하여, 예술이 상품처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소모되는 소비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창작이 자본주의적 리듬에 맞춰 강요되고 자기 착취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창작일까를 고민한 작업이었다”고 토로한다. 그녀의 문제의식은 ‘예술가로서의 자기소진’과 ‘불안’의 주제로 이어지게 된다.

도수진의 〈불타는 집〉 : ‘자기소진’과 ‘불안’에 버티기

도수진은 설치 작업 〈불타는 집〉(2021)을 “저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외부적 환경을 매개로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의 심리적 풍경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타는 집>을 “번 아웃과 자기소진을 은유한 작업”이라면서, “반복되는 무의미한 행위와 억눌린 충동을 공간적 설치와 사운드 작업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불타는 집’ 속에서 불안과 무의식의 심층으로 직접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만약 그녀가 〈방들(The Rooms)〉에서 기억을 매개로 불안을 구조화했다면, 〈불타는 집〉에서는 내면의 불안을 그대로 체험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했다고 할 수 있겠다.

도수진의 〈곤충 인간〉 : 생존을 위해 ‘곤충 인간’으로 버티기

도수진의 〈곤충 인간〉(2022)은 내면 탐구를 돌연변이 형상으로 이동한다. 그녀는 “곤충은 약하고 하찮지만, 살아남기 위해 외부의 위협에 맞서 자신의 몸을 변이시켜온 존재”라면서, 그녀는 “오래된 생존의 언어 속에서 현대 인간의 초상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마치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연약한 살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굳히는 곤충의 껍질과 닮아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녀의 <곤충 인간>은 인간의 불안과 강박 그리고 자기방어적 태도를 곤충적 형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그녀의 <곤충 인간>은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억압된 감정들이 생존을 위해 기형적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전자도록 『세 개의 방』(출판사 케이에이알. 2022)에서 도수진의 독일 유학 시절 작업한 <방들>부터 <곤충 인간>까지 언급해 보았다. 따라서 그녀의 전작들에 관심을 있으신 분들은 도수진의 전자도록 『세 개의 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나는 이곳에서 2023년 갤러리 JY에서 열린 도수진의 개인전 『Vertigo & Vertigo / 버티고 & 버티고』에 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본 후 갤러리 R의 신작들에 관해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물론 나는 2024년 대전 스페이스 테미에서 열린 도수진 & 박정기 2인전 『그리고 그리고』에 출품한 도수진의 작품들과 서울 갤러리 호호에서 개최한 김태헌 & 도수진 2인전 『가끔은 너의 위로가 필요해』에 전시한 도수진의 작품들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겠다.

작가 소개

도수진 작가는 독일 뮌스터 예술대학(ACADEMY OF FINE ARTS MEUNSTER)에서 아카데미 브리프(석사)와 마이크 & 디억 뢰버트(Maik & Dirk Loebbert) 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Meisterschuler)로 사사받고 한국으로 귀국한 작가입니다.

그녀가 국내외에서 개최한 개인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독일 뮌스터 쿠바 쿨투어의 『텅 빈 방들(Empty Rooms)』과 프로젝트 하펜벡 22의 『Einsichten in Aussichten』 그리고 2013년 베베어카 파빌리온(Wewerka Pavillon)의 『Behind the Doors』과 2022년 인천 차 스튜디오(CHA studio)의 『곤충인간 / 昆蟲人間』 또한 2023년 갤러리 JY의 『Vertigo & Vertigo / 버티고 & 버티고』와 2026년 갤러리 R의 『이곳에선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야』입니다.

그녀는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녀가 해외에서 초대되었던 주요 그룹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8년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겔젠 키르센의 『New Grass』, 2009년 독일 하노버 슈티프퉁 호리존테 쿤스트라움 44의 『so fern-so nah』, 독일 뮤지엄 슐로스 슈바르첸베르거의 『Schwarzenberger Kunstpreis art-figura』, 2010년 독일 루어 프로젝트 『Uber Wasser gehen』, 2011년 독일 AZKM의 『Foderpreis 2011』,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알렌의 『The Temporary Institute of Retrospection』, 2012년 이탈리아 컨템포러리갤러리 메란의 『Die da ist mit der da da (...)_ES』, 독일 뒤셀도르프의 『KUNSTPUNKTE Duesseldorf 2012』, 2013년 예나 쿤스트 페어라인의 『Brandschutz』, 독일 두이스부룩 란트샤프츠 파크의 『Emscher Kunst 2013』, 독일 도르트문트 코커라이 한자의 『Emscher Kunst 2016』 등입니다.

그녀의 국내 주요 그룹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FOLLOW ME』, 송은아트스페이스의 『14th 송은미술대상』,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 전시실의 『Heavy Habit』, 2015년 울산 태화강 대공원의 『태화강 국제 설치 미술제』, 2016년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의 『What is art?』, 소마미술관의 『야외 프로젝트 S』, 인천 Cosmo40 메인 홀의 『겹 물결 : Living Fragment』, 2024년 스페이스 테미의 『그리고, 그리고』, 갤러리 호호의 『가끔은 너의 위로가 필요해』 등을 국내 주요 그룹전으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수진 작가는 2014년 SeMA 난지 창작 스튜디오와 2015년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했습니다. 그녀는 2014년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송은미술대상’과 2026년 갤러리 R의 케이에이알(KAR) 자화像/자화賞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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