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문학사의 ‘거대한 뿌리’ 김수영
사후 50주년 기념 결정판 출간
이영준 교수가 새롭게 엮은
『김수영 전집』정본(定本)
“우리 시대의 가장 탐구적이고 가장 준열하고 우상 파괴적이며 가장 유연한 시적 양심” -유종호(문학평론가)
“그의 시가 노래한다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절규한다.” -김현(문학평론가)
“지금 김수영은 현장에서 시인들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동료다. 김수영은 현재다. -김행숙(시인)
“아무리 배우고 또 배워도 언제나 새로운 그를 누구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리라.-신형철(문학평론가)
김수영 연구의 권위자이자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의 편자인 이영준 교수가 새로 엮은 『김수영 전집』(시, 산문) 결정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수영 연구사에 한 획을 그은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은 초고에서 시상 메모까지 현존하는 354편의 육필 시 원고를 담은 정본으로, 김수영의 시 세계가 탄생하는 최초의 상태를 발생론적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김수영 연구에 결정적 자료를 제공했다. 1980~1990년대 민음사 편집주간으로 일하던 이영준 교수는 1997년 도미, 김수영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영문 문예지 《AZALEA》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김수영 전집』은 김수영 시인의 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 선생이 편집한 1981년판과 2003년판 전집, 엮은이가 2009년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비롯해 오랜 시간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하여 정본 확정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들을 바로잡았고 지금까지 발굴된 작품을 수록했음은 물론 시인이 공개하지 않은 미발표 시와 미완성 초고 시까지 더해 김수영 작품을 총망라했다. 전반적인 편집 체제를 수정하고 시각적 자료를 풍성히 하여 독자들에게 보다 생동감 있고 편리한 독서를 제공하게 된 것도 기존 판본과 달라진 점이다.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각각 63쇄(시), 47쇄(산문)를 중쇄하며 문학 전집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수영 전집』은 전집 출간과 같은 해 제정되어 젊은 시인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김수영 문학상〉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의 기념비로 자리 잡았다. 김수영 몰년(沒年) 50년을 맞이해 출간되는 이번 전집을 통해 김수영 읽기의 새로운 세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전집 2 산문』
김수영 시와 사유의 근간을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한 산문의 현장!
공백으로 남아 있던 포로수용소 시절에 대한 기록을 포함,
22편의 산문과 다수의 일기 및 편지 추가 수록
“시여, 침을 뱉어라!” “온몸의 시학” 등 김수영은 새로운 감수성의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밀도 높은 사유와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지닌 산문가이기도 했다. 전집 산문편에는 일상생활과 사회에 대한 글, 시와 문학에 대한 글, 시평, 그리고 일기와 편지 및 미완성 형태의 소설과 번역 목록이 담겨 있으며, 이번 전집에는 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그리고 1편의 편지 등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에 발굴된 작품이 상당량 수록되었다. 특히 시인이 한국전쟁 중에 북으로 끌려가고 거기서 탈출한 뒤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사정을 설명하는 산문은 공백으로 남아 있던 포로수용소 시절에 대한 의문을 풀어 줄 자료다. 전쟁 직후의 초기 산문이 상당량 발굴된 것은 김수영의 의식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부에 제목을 붙여 체제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글의 내용과 형식에 기준으로 1부 일상화 현실, 2부 창작과 사회의 자유, 3부 시론과 문학론, 4부 시작(時作)노트, 5부 시평, 6부 일기초(秒)·편지·후기, 7부 미완성 소설로 구분하였다. ‘시작노트’는 기존 판본에서 일기, 편지, 후기와 함께 수록되어 있었으나 시인이 문예지에 연재 형식으로 발표했던 글임을 참고하여 일기, 편지와 구분된 독립된 부로 편집했다. 추가된 산문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1부 일상과 현실
「내가 겪은 포로 생활」「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가냘픈 역사」「나와 가극단 여배우와의 사랑」「어머니 없는 아이 하나와」「해운대에 핀 해바라기」「초라한 공갈」「나에게도 취미가 있다면」「가난의 상징, 생활의 반성」「내실에 감금된 애욕의 탄식」「마당과 동대문」「격정적인 민주의 시인」
2부 창작과 사회의 자유
「생명의 향수를 찾아」「책형대에 걸린 시」「성격 있는 신문을 바란다」
3부 시론과 문학론
「초현실과 무현실」「시작(時作)에 있어서의 한자 문제」「정실 비평은 자신의 손해」「빠른 성장의 젊은 시들」「본색을 드러낸 현대성」「진정한 참여시」
5부 시평
「진지하게 다룬 생명과의 격투」
6부 일기초(秒)·편지·후기
21편의 일기와 「송지영에게 보낸 편지」
단순 번역이나 신문 좌담, 시사에 대한 단평 류의 글은 수록 목록에서 제외하되, 시인이 생존했더라면 넣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더라도 김수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은 과감하게 포함했다. 가령 이중 시집에 수록된 발문 「진정한 참여시」의 내용은 시인 스스로 「참여시의 정리」라는 글에서 당시의 평가를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번복된 의견은 그 자체로 김수영 시인이 참여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유의 테두리를 파악할 수 있어 가치 있는 자료라 판단했다.
맞춤법의 경우 현행 맞춤법을 따랐으나 시인 특유의 표현들은 가급적 그대로 두었다. 전쟁 직후의 초기 산문들은 문장이나 어휘 선택에 어색한 곳이 많지만 이 또한 우리 문학사의 생생한 모습이라는 판단에서다. 독자들에게 김수영 산문 특유의 생생한 감각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