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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말을 박제한 소설 — <순수 박물관>이 남긴 서늘함 뭐 이런 소름돋게 서늘한 아야기가 다 있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산 채로 박제하는 순간을 본 듯한 서늘함이었다. <순수 박물관>의 케말은 퓌순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 전체를 바쳐 그 사랑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살아있는 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과 그 순간에 붙들린 물건들이었다. 처음의 케말은 평범한 상류층 남자였다. 그는 시벨과의 약혼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 삶은 안정되고 완전해 보였다. 퓌순과의 관계 역시 처음에는 하나의 일탈에 가까웠다. 그것이 그의 삶 전체를 집어삼키는 절대적인 것이 되리라고는, 어쩌면 케말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변한 것은 퓌순을 잃고 난 이후였다. 그는 그녀를 잃었고, 바로 그 상실을 통해 비로소 그녀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귀걸이를 간직했고, 그녀가 사용했던 물건들을 모았으며, 그녀가 피우고 남긴 담배꽁초까지 버리지 않았다. 그것은 기억을 보존하려는 행위인 동시에, 기억을 통해 그녀를 붙잡아두려는 행위였다. 살아있는 퓌순은 그의 곁에 머물지 않았지만, 사물 속의 퓌순은 그의 곁에 영원히 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한 사람을 현실 속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 전시물로 바꾸어갔다. 더 섬뜩한 점은, 그 과정이 폭력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케말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고,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퓌순의 어머니마저 그의 집요한 방문을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이게 된다. 그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가 그것의 의미를 바꾸어놓았다. 집착은 헌신이 되었고, 소유는 순수가 되었다. 그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사랑이라는 형태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다른 사람들까지 믿게 만들었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존재는 케말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소설가였다. 그는 케말의 부탁을 받아 이 이야기를 소설로 남긴다. 겉으로 보면 그는 케말의 사랑을 세상에 전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케말이라는 인간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고정시킨다. 케말이 퓌순을 박제했다면, 소설가는 케말을 박제한다. 사랑을 통해 영원을 얻고자 했던 한 인간의 욕망은, 결국 하나의 소설 속에 남겨진 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형태로 남는다. 그래서 <순수 박물관>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순수를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사랑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소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케말이 사랑한 것은 퓌순이라는 한 사람이라기보다, 퓌순을 사랑했던 자신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존재했던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 소설이 남기는 것은 한 남자의 위대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한 사람을 영원히 멈추어 세우고자 했던 욕망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박제된 것은 퓌순만이 아니라 케말 자신이기도 하다. _________ “책에 나오는 나의 마지막 말은 이것입니다, 오르한 씨,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그는 퓌순의 사진에 사랑을 다해 입을 맞추고는, 재킷의 가슴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승리한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순수 박물관 | 오르한 파묵, 이난아 저 #순수박물관 #오르한파묵 #민음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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