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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중에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어서, 그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는지 멀리서나마 지켜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의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자폐는 아직까지 불치의 영역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치라는 선고가 우리 아이들의 삶이 불행해야 한다는 선고는 아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누군가가 자폐를 가졌다는 것은 파란 눈을 가진 사람, 초록색 눈을 가진 사람처럼 그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이 가진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인지도 모른다. 이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 당연한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부모가 곁에 있을 때는 어떻게든 아이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다. 문제는 부모가 늙고 병들고, 결국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토록 절박하게 ‘네버랜드’를 꿈꾸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나 치료법이 발견될 때까지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긴 시간을 안전하게 견딜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공간. 자폐인이 보호의 대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작가가 꿈꾸는 네버랜드가 하루빨리 현실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자폐는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조건’”이라는 문장이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자폐를 완전히 없애는 기적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폐를 가진 사람이 부모 없이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 역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기적일 테니까. 과연 부모의 힘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그 사랑의 크기 앞에서 다시금 숙연해지는 경험이었다. _______ “부모는 시간을 벌고, 세상은 답을 채운다.” 아우구스토가 신화로 완성한 이 역사적 교훈이, 기적의 오일로 시간을 벌어 완치의 시대를 열었듯, ‘24시간 돌봄 공동체’라는 우리의 응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폐가 여전히 불치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어쩌면 우리가 로렌조 부모처럼,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안전하게 버텨낼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만들 네버랜드가 언젠가 찾아올 의학의 해답을 기다리며, 아이들의 존엄을 지켜내는 거대한 시간의 발전소가 되기 바랍니다. 안녕, 피터팬 | 전경철 저 #안녕피터팬 #전경철 #이야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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