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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제주도우다〉 3권은 제주4·3의 가장 참혹한 국면을 정면으로 통과하며, 그 처참함과 비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권과 2권이 해방 전후 제주의 불안과 균열, 그리고 폭력의 전조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면, 3권은 그 모든 불안이 마침내 폭발해 공동체 전체를 집어삼키는 순간을 처절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다른 편과는 달리, 선뜻 읽기를 이어가기조차 주저될 정도였다. 또한 이 비극이 단지 한 시기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오랜 침묵과 왜곡 속에서 생존자들의 몸과 삶에 깊이 각인되어 왔음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4·3 항쟁의 발발이 단순한 폭동이나 이념 대립으로 축소되지 않고, 억압과 탄압, 배제의 시간이 누적된 끝에 터져 나온 절규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남조선도 북조선도 아닌 제주도다”라는 외침은 어느 한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더 이상 외세와 권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한 소망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열망은 곧 국가폭력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짓밟히고, 제주 사람들은 삶의 터전과 가족, 그리고 존엄까지 한꺼번에 빼앗긴다. 소설의 주인공 안창세 할아버지는 4·3의 참혹한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현재까지 생존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사라지지 못한 기억 그 자체이며, 끝내 말해져야 하는 역사 그 자체다.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안창세 노인이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는 사실은, 4·3이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말할 수조차 없었던 기억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침묵해야 했고, 말하는 순간 다시 위험해질 수 있었던 세월. 그 긴 시간 끝에 비로소 꺼내놓는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빼앗긴 역사를 겨우 되찾아 오는 증언처럼 다가온다. 국가폭력은 사람을 죽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평생 침묵을 강요한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통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를 이어 꺾이지 않는 제주 민란의 역사처럼, 그 기억 또한 꺾일 수 없다. 불의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항거하려는 마음 역시, 대지의 깊은 자궁 어딘가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으리라 믿는다. _________ “우리는 죽지만 다시 태어날 거다. 대지의 자궁은 죽음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니까. 모든 것이 불에 타고 모든 사람이 죽었지만, 그러나 어머니 대지는 죽은 자식들을 끌어안을 거여. 땅속 혈맥들이 고동치는 소리가 지금 내 귀에 들려. 대지가 자기의 자궁 안으로 죽은 자식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라. 낭자한 피와 총성과 비명도, 죽창, 철창에 묻은 살점도 대지는 남김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아, 그리고 마침내 그 자궁에서 새 생명들은 솟아나 대지 위에 다시 번성할 거여.” 제주도우다 3 | 현기영 저 #제주도우다3 #현기영 #창비 #제주43
잠들지 않는 남도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과 무기력, 아픔이 큰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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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우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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