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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는 제주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두 차례의 민중 봉기, 곧 방성칠의 난(1898)과 이재수의 난(1901)을 바탕으로, 민란의 본질과 그 배후에 놓인 구조적 모순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지역 소요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억압과 수탈이 폭발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래전 민란의 전개 과정과 그 사이에 끼어 있던 백성들의 피해가 제주4·3의 모습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란은 언제나 비슷한 얼굴로 시작된다. 관리들의 과도한 세금 징수와 수탈, 이에 반발하는 백성들의 목숨을 건 저항, 그리고 뒤따르는 참혹한 처형. 반란군 내부를 교란시키는 공작과 배신, 마침내 와해되는 민란 세력과 살아남은 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잔인한 징벌까지. 이재수의 난은 프랑스인 신부와 천주교가 개입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그 본질과 진행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성칠의 난 이후에도 수탈 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새로 부임한 관리 역시 가혹한 세금 징수를 반복한다. 여기에 천주교 신부의 권위를 등에 업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은 교인들이 또 다른 권력처럼 작동하면서 일반 백성들과의 갈등은 더욱 고조된다. 심지어 포교를 위해 들어온 신부들이 관아에 들어가 옥문을 부수고 잡혀 있던 교인들을 꺼내는 일까지 벌어지며, 갈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권력 충돌의 양상으로 번져간다. 이에 백성 일부가 민란을 일으키고, 성을 포위한 채 문제의 중심에 있던 교인들과 신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양측이 대치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희생자는 늘어나고, 상대를 향한 폭력은 점점 더 잔인해지고 서슴없어진다. 성 안에 있던 백성들 역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교인들을 색출해 성 밖으로 내보내자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고, 결국 성문은 열린다. 그러나 그 이후 벌어지는 일은 또 다른 비극이다. 이재수를 비롯한 민란 세력은 천주교인들을 향해 잔인한 처형을 감행하고, 그 폭력은 점차 경계를 잃으며 교인뿐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까지 집어삼킨다. 억압과 수탈에 저항하며 시작된 봉기는 어느 순간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백성들이 희생된다.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과, 살아남고도 죄책감 속에 남겨지는 사람들. 이 세 사건은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비극이 시간을 갈아입고 반복된 것처럼 느껴진다. <순이 삼촌>으로 인해 정부 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현기영 작가가, 제주4·3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방성칠의 난과 이재수의 난을 통해 그 구조를 비추고 있다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_______ 애당초 나라에 기대를 건 것이 잘못이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가렴주구에 혈안이 된 조정의 무리들인데, 더럭더럭 세를 걷어다주는 교인들을 왜 배척하겠는가. 아마 교인들이 아니었더라면 민란이 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관권은 땅에 떨어지고 관령이 한갓 휴지 조각인데, 종전처럼 목사에게 이런 가혹한 집세를 맡겼다간 민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환한 이치인지라 조정에서는 막강한 천주교 세력에 의지하여 마음껏 욕심 부려보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봉세관 강봉헌은 왕명을 직접 받들어 공행(公行)한다고 어사 마패를 차고 있으니, 어찌할 것이냐. 어사를 거역함은 곧 왕을 거역함이었다. 개정판|변방에 우짖는 새 | 현기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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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변방에 우짖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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