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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상세페이지

파란 파란

창비청소년문학 147

  • 관심 0
창비 출판
소장
종이책 정가
15,000원
전자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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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원
판매가
12,000원
출간 정보
  • 2026.04.30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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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0.7만 자
  • 55.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36484897
UCI
-
파란 파란

작품 정보

믿었던 꿈으로부터 내던져진 열아홉,
예상 밖의 경로로 나아갈 수 있을까?

거센 물살을 이겨 내기 위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온몸에 팽팽하게 힘을 주고 헤엄치는 ‘심해수영’ 선수 모파의 모습을 비추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생하게 묘사되는 ‘심해수영’ 경기 장면은 독자를 수중의 관객석으로 데려다 놓으며,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빚어낸 ‘심해수영’은 소용돌이로 이루어진 원형의 레인을 한 바퀴 도는 종목이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역방향의 물살에 맞서며 원을 그려야 하는 이 종목은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기이한 경쟁의 현실과도 닮았다. 가파른 기울기를 따라 맹목적으로 상승하고, 틈새를 비집고 나아가야만 하는 생존 게임.
모파는 어른이 되어서도 ‘심해수영’ 선수를 할 거라고, 꿈이 있으니 남들처럼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고 굳게 믿어 왔지만 스무 살을 앞둔 지금, 현실은 모파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는 물살에 휩쓸려 레인에서 튕겨 나오는, 초보자에게나 일어날 법한 사고로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중요한 경기가 코앞인데, 이대로 영영 레인에서 쫓겨나면 어쩌지? 난데없이 허우적거리는 신세가 된 모파는 반갑지 않은 상황에 괴로워한다.

온 세상이 무조건 나를 받아 주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 시기였다, 열아홉은.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언가를 냉큼 그만두기 어려운 나이라는 거였다. 그게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이라면 더더욱.
이대로 가다가 알 수 없는 해류에 휩쓸려서 영영 사라져 버려도 괜찮지 않나. 나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어두운 눈꺼풀 안쪽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 건지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19-20면)
어디에든지 의존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버텨 낼 힘을 잃고 만다

벼랑 끝에서 혼돈과 싸우다 보면 자꾸만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어진다. 약물이든, 조작이든, 혹은 그보다 더한 무엇이든. 이도 저도 못 한 채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던 모파의 손에 우연히도 ‘진화 촉진제’가 들어온다. 심해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수중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임신부들이 주로 복용하는 ‘진화 촉진제’는 원료가 귀하고 조제가 까다로워서 처방전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약물이다. 직접 처방받지도 않은 약을 먹었다가 뭔가 잘못될 수도 있고, 도핑으로 적발되면 대회 출전조차 막히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모파는 자꾸만 약봉지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파우치 안에 있는 약들은 어디 가서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딱 하나만 먹어 볼까.
그런 생각을 하니 손끝이 절로 차가워졌다. (114면)

그런 와중에 일종의 SNS인 스레드에서 누군가가 모파를 지속적으로 헐뜯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모파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괴롭힘의 수위를 높여 간다. 수상할 정도로 모파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아는 스토커의 모습에 가까운 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모파와 친구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스토커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순간, 모파는 문득 깨닫는다. 정작 자신을 가장 괴롭게 만든 존재는 따로 있었다는 것을. “나의 무능을 쉽게 비난하고, 나의 크고 작은 수치를 낱낱이 파헤치고, 내가 뒤처질 때마다 끔찍한 말로 날 몰아붙이고 함부로 대하던”(149면) 모파 자신의 모습을.

나는 내가 점점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었다. 과감하게 온몸을 앞으로 쏘아 보내지 못하고 그저 허덕이기 바빴다. 나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옆 레인에 있는 다른 사람만을 신경 쓰고 있었다. (218면)


나만의 고유한 시간과 경험,
나의 삶은 나에게 전혀 뻔하지 않다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인류는 둘로 나뉘었다. 높은 산이었던 땅에 터를 잡은 고산종과 바닷속 생활에 적응해 나간 심해종. 폐 호흡보다 아가미 호흡이 자연스럽고,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진 아기들이 흔하게 태어나는 바닷속 세상은 거대한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이후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 유지현은 이 세계를 결코 비관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수백 수천만의 발광 플랑크톤이 모여 만들어 낸 바닷속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을 선사한다.
『파란 파란』은 어떤 세계에 있든, 어떤 시대를 살든 청소년들에게 놓인 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주목한다. 아주 낯선 무대로 독자들을 데려가지만, 사실은 깊은 바다를 거울 삼아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 유지현은 첫 장편소설 『파란 파란』을 통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요구되는 ‘성공’과 ‘생존’의 과제, 불안과 좌절, 외부의 힘에 의지해서라도 승리를 쟁취하려는 기이하고 맹목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현실의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낯선 상상력으로 힘 있게 건설한 세계를 펼쳐 내면서도 청소년문학이 직시해야 할 현재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푸릇푸릇한 청소년소설의 기백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찬사에 값한다.

저 옛날에도 고등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구나. 자기가 뭘 잘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해서 막막했구나. 내가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세계가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인물들로 인해서. (105면)

수많은 사람이 으레 겪는 일들을 풀어놓는 게 남에게는 흔해 보일지 몰라도, 나의 삶은 나에게 전혀 뻔하지 않다. 그건 나만의 고유한 시간이고 경험이다. (105면)


▶줄거리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버린 미래. 인류는 바닷속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는 심해종과 높은 산이었던 땅에 터를 잡은 고산종으로 나뉜다. 심해 도시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청운시에 사는 모파는 심해수영 선수다. 남들보다 튼튼한 아가미와 지느러미, 더 많은 비늘을 가진 모파는 타고난 진화 특성에 힘입어 선수로서 재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록이 멈추어 버렸다. 조급한 마음에 잠을 줄여 가며 몰두했지만, 기록은 더 나빠지기만 했고, 급기야 모파는 훈련 도중 레인에서 튕겨 나오며 부상을 당한다. 모파가 주춤하는 사이, 라이벌 운하는 모파를 제치고 저 멀리 나아간다. 운하는 타고났는데 열심히 하기까지 하는 선수,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발전하는 선수다. 그런 운하를 보고 있자니 모파는 허우적거리다 못해 가라앉는 기분이다. 코치님은 모파에게 2주간 훈련 금지 처분을 내린다. 심해수영에만 몰두하며 심해수영으로 꽉꽉 채워 왔던 시간이 텅 비어 버렸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가 스레드에서 모파를 조롱하고, 스토킹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친구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못된 말이 날아와 꽂힌 자리가 욱신거린다. 모파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모파는 의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진화 촉진제가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해수영 종목에서는 타고난 신체 조건이 중요한 만큼 진화 촉진제가 기록을 단축해 줄지도 모른다. 마침 이모가 두고 간 파우치 속에 진화 촉진제가 들어 있다. 한두 알 먹는 정도로는 도핑에 걸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모파는 약봉지를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진다.

추천의 말



지구가 물에 잠긴 뒤, 인류는 바닷속에 새로운 문명을 일군다. 생존 방식에 따라 심해종과 고산종으로 갈라진 세계는 오늘의 다인종·다문화 사회를 보여 주는 알레고리다.

그 낯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 우정과 경쟁은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익숙한 현실을 ‘심해’라는 낯선 공간에 옮겨 놓음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 준다. 독자들은 깊은 바다를 거울 삼아 자신의 삶과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 소재인 ‘심해수영’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요구되는 ‘성공’과 ‘생존’의 과제를 상징한다. 경쟁 속에서 흔들리고, 상처 입고, 다시 일어서는 인물들의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이며, 독자 또한 이 이야기 속에서 마침내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낯선 상상력으로 가장 현재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파동 치길 바라며, 새로운 세계를 힘 있게 건설한 작가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이금이(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요즘은 모두 1등을 목표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인생을 여기서 다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사는 건 좀 가벼워졌을까?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등 뒤에서 밀어주는 힘의 격차는 커지는 중이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이 그만둘 수 없는 쇳덩이가 되어 마음을 누르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심해수영’이라는 가상의 운동 종목은 기이하고 맹목적인 직진의 현실을 정확히 겨냥한다. 어떻게든 틈새를 비집고 헤엄쳐 내려가라고, 가파른 기울기를 따라잡으라고 재촉하는 이 세상은 청소년들에게 불신을 먼저 가르친다. 열심히 단련해 온 자신의 몸조차 믿지 못하게 한다. 후회를 담보로 한 위협 속에 청소년은 지쳐 간다. 약물이든, 조작이든 외부의 힘에 의지하고 싶어진다.

『파란 파란』은 이러한 현실의 위기 속에서 학습된 무기력과 맞서 싸우고, 좌절하고, 마침내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다. 불안을 다스리려면 오래도록 지친 나를 먼저 놓아 줘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혼돈 끝에 기꺼이 자신을 텅 비우기로 결심하고 물 위로 올라오는 모파의 결단이 뭉클하다. 누구에게나 끝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재생 지점이 있다. 방황을 딛고 청명한 처음을 준비하는 여러분에게 이 작품을 권한다. 모파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심해를 헤매는 당신에게 산소를 공급할 것이다. 심사위원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이 아름다운 서사를 어떤 말로 추천해야 할까. 내가 아는 깊고, 다정하고, 자유로운 단어를 모두 펼쳐 두고 한참을 고심해도 골라낼 수가 없다. 뚜렷한 이유 없이 기록이 곤두박질친 심해 수영 선수 ‘모파’를 무엇보다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 나는 재능이 없었던 것 아닐까?’라는 의심이다. 흔들림 없는 듯 앞서 나가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모파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부서져 내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멈춤은, 동시에 모파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는 계기가 된다. 뚜렷한 확신 없이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심해까지 내려온 수림, 태어날 아이를 위해 낯선 세계로 이주를 결심한 이모의 모습은 예상 밖의 경로로 내딛는 걸음이 실패가 아님을 증명한다. 모파 역시, 조바심을 비워 낸 자리에서 자신만의 유영을 시작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가미와 물갈퀴가 있는 수생종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읽히지 않는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옥죄고, 정작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애정을 쏟을 수 없는 ‘내 안의 모파’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멈추어 서기와 실패를 다정한 눈길로 응시하는 이 소설을 더 많은 청소년이 읽길 바란다. 그리고 각자의 모파를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기를.

김영희(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소속 교사)

본문 중에서

그런 레인의 눈이 오늘은 크게 일렁였다. 언제든지 나를 끌어갈 준비가 된 것처럼. 나는 꼭대기에 도달해 보지도 못하고 레인의 눈이 당기는 힘에 흔들렸다. 무엇이든 보여 줄 것 같던 레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고,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물살에 휩쓸렸다. 그리고 레인에서 튕겨 나오고 말았다. (15-16면)

이대로 가다가 알 수 없는 해류에 휩쓸려서 영영 사라져 버려도 괜찮지 않나. 나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어두운 눈꺼풀 안쪽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 건지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20면)

시원한 물이 온몸을 감싸며 나를 떠받쳐 주었다. 그 감각이 새삼스러워 나는 손으로 물을 조금 휘저어 보았다. 잡히지도 않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것이 그곳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세상 어디선가는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76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야. 아직 레인에 남아도 된다고 허락받았으니까.”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었다. 레인이 나를 남겨 둘지 말지 정하는 거였다. 한 번 레인에서 튕겨 나왔으니 두 번은 없었다. 나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누가 허락하는데?”
“코치님도 그렇고, 내 성적도 그렇고. 레인에 있을 자격이 있어야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레인에 있을지 말지는 네가 스스로 정하는 거지.” (83면)

수많은 사람이 으레 겪는 일들을 풀어놓는 게 남에게는 흔해 보일지 몰라도, 나의 삶은 나에게 전혀 뻔하지 않다. 그건 나만의 고유한 시간이고 경험이다. (105면)

문제를 고치겠다고 지난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계속 나아가야 했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물살을 헤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차게 발을 굴러 최대한 속도를 냈다.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107면)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힌 건 내 머릿속의 스토커였다. 시시때때로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의 무능을 쉽게 비난하고, 나의 크고 작은 수치를 낱낱이 파헤치고, 내가 뒤처질 때마다 끔찍한 말로 날 몰아붙이고 함부로 대하던 그는, 누구보다 나의 얼굴을 더 많이 닮아 있었다. (149면)

‘머리로만 생각하는 거랑 실제 세상은 정말 다르네. 너무할 정도로.’ (174면)

“좀 트집 잡는 것 같긴 한데, 모두한테 좋은 결과가 있을 순 없지 않아?”
“모두의 목표가 1등이면 그렇겠지. 하지만 봐 봐. 각자 다른 연습을 하잖아. 이루고 싶은 게 다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 (199면)

어디에든지 의존하기 시작하면 내가 스스로 버텨 낼 힘을 잃고 만다. (223면)

나는 나를 빠르게 쏘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아니지, 유연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딘가에 부딪혀 부서질 바위가 아닌 바다를 유영하는 해파리가 되기 위해서. 어디로 흘러가더라도 여유롭게 숨 쉬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231면)

‘좋아, 모파. 네가 해 온 연습량을 믿어.’
내가 운하에게 한 말을 누군가 나에게도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지만 나에게는 내가 덕담을 해 줘야겠다. 나는 긴장되어 죄어 오는 속을 풀려고 몇 번이나 심호흡하면서 레인 앞에 자리를 잡았다. (236면)

두 발을 강하게 박차면서 손끝부터 레인으로 진입했다. 아차, 출발이 조금 늦었다. 몸이 살짝 흔들려서 처음부터 물살을 말끔하게 가르지 못했다.
‘괜찮아.’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시작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뒤에 따라올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망한 것도 아니다. (237면)

새로운 파도가 끝없이 나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나는 모든 파도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 (245면)

작가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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