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전하는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
삶이 끝나는 지점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미국 최초로 불교계 호스피스(메타 인스티튜트)를 창립하여 지난 30여 년간 죽음을 앞둔 수천 명의 사람들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한 불교 선사 프랭크 오스타세스키의 『다섯 개의 초대장』이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과 함께하며 왜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를 아까워하며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야 비로소 행하게 되는 용서, 깨달음, 사랑 등을 죽음의 문턱에서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행하는 방법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알게 된 삶의 의미를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이것이 죽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다섯 개의 초대’를 말하고, 여기서의 ‘초대’는 다름 아닌 우리 삶으로의 초대를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 초대를 요약하면, 우리는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고’, 매 순간 삶을 ‘환영하고, 부딪히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열린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수십 가지의 죽음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온전한 삶으로의 방향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죽음이 전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성현이 되거나, 굳이 삶이 끝나는 지점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현재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죽음을 마주할 때 알게 되는
5가지 삶의 의미
죽음은 삶에서 멀리 있는 듯하지만, 실은 우리 삶 곳곳에 널려 있다. 이는 뉴스만 보면 곧바로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옆에 매 순간 죽음이 머무르고 있다고 느끼지는 못한다. ‘죽음’은 우리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이 ‘찰나와 같이 지나는 매 순간마다 우리의 동반자로 항상 곁에 머무른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기 보다는 오히려 직시하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비밀 스승’으로 삼자고 말한다. 저자가 수천 번 ‘꺼져가는 숨’을 목도하며 깨달은 것은 오히려 ‘생동하는 삶’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죽음이라는 스승이 알려주는 삶의 의미를 좇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이 책은 그 방법에 대해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알려 준다.
1.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자.
→세상 만물이 예외 없이 최후를 맞이한다는 불가피한 진실을 받아들일 때 삶에 두 발을 완전히 들여놓고 열심히 매 순간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2. 세상 그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자.
→삶의 모든 것에 대해 기꺼이 환영하고 받아들이면 유쾌하든 불쾌하든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참된 자유가 생긴다.
3.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자.
→오롯이 온전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부분을 끌어안고,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온전함은 완벽함이 아니라, 단 하나도 빠뜨리거나 빼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4.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자.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삶의 어떤 부분을 마무리하고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할 때 언제, 어느 순간에서도 우리 안에서 휴식을 찾아낼 수 있다.
5. ‘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자.
→죽음뿐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 처음 만나는 경험이기에 초심자의 마음을 가지면 특정한 관점이나 결과에 매이지 않는 순수한 의지를 갖게 된다.
이 다섯 가지를 통해 죽음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인생의 크나큰 이치를 지금 깨닫는 순간, 생동하는 삶과 함께하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의 마지막을 보낸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경이로움
이 책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다양한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데 있다.
죽음을 앞둔 블레이즈는 죽기 직전 어린 시절 자신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한 오빠 트레비스와 해후한다. 여동생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지난날에 대하여 사과를 하는 오빠 앞에서 블레이즈는 말한다. “오빠, 내 주변에는 온통 사랑뿐이야. 누구를 탓하거나 그런 일은 없어.” 에밀리는 서른네 살에 유방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어린 시절 자신을 끔찍이 학대한 계모와 마주했다. 에밀리는 죽기 직전 계모 루스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당신, 싫어요. 평생 증오해 왔다고요.”
블레이즈는 평생 하지 못했던 용서를, 에밀리는 평생 드러내지 못했던 증오를 드러내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죽음에 대해 저자는 위대하다거나 끔찍하다 하는 가치 판단을 내리는 대신, 죽음의 직전에 가서야 대면하게 되는 삶의 진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마주할 수 있음을 깨닫는 기회로 삼자로 말한다.
죽음을 앞두고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를 귀하게 여기게 될 때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되는 삶의 가치는 매 순간 깨어 있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있다. 블레이즈가 행한 용서를 살아 있는 순간 할 수 있었다면, 에밀리가 자신의 분노와 증오를 조금 더 일찍 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귀한 죽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차마 엄두가 나지 않고, 대면하기 어려워 기피했던 삶의 진실을 살아 있는 이 순간 만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죽어감’의 본질을 통한
‘살아감’에 대한 통찰
이 책이 알려 주는 삶의 진실은 생과 사라는 거대한 의미 안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죽음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를 우리 삶의 통합된 영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하는 일부터 친근한 인간관계를 맺거나 끊는 일, 그리고 자녀들 없이 사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일까지 온갖 유형의 과도기적 변화와 소리 없는 외침을 처리하는 데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 안에서 자신을 깔아뭉개는 내면의 비평가를 무찌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즉 이 책은 죽음뿐 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으로 그 시선과 관심을 옮긴다. 청소년기에 받았던 길고 잔인한 성적 학대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자신의 부주의로 아이의 죽음을 경험한 부모가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부모를 돕는 사람으로 거듭나기까지 저자 자신을 비롯한 살아남은 자의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죽음은 우리 삶 곳곳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매번 경험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우리는 그 와중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온전한 삶으로의 여정을 돕는다.
▶ 추천사
“옹졸한 마음들에 자주 휩쓸린다. 그럴 때마다 ‘내일 죽는다면 이런 걱정을 붙들지 않을 텐데’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다섯 개의 초대장』은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오히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삶의 생동이다. 이 책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죽기 위해 ‘지금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다섯 개의 챕터 속에서 우리는 그 비밀들을, 삶의 빛나는 힘의 원천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죽음이 드리워 있기에 더 생생하게 오늘을 살고 싶은 모두에게 권한다.”
-김보라(영화 <벌새> 감독)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모두 지금을 산다.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지금’은 여전히 생생하고 반짝였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금을 지키기 위해서, 나아가 더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유한함은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끝이 있기에 주말은 설레고 방학은 법석이고 삶은 빛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으로의 초대장이다.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하지 않을 수 없다. 기다리지 않고 오늘을 살기 위해서.”
-오은(시인)
나는 내과의사이자 신경외과의사로서,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죽음을 삶에 내재된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다섯 개의 초대장』은 이 진실을 함께 나누면서, 죽어감의 본질과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전해 준다.
-제임스 도티(스탠퍼드 의대 신경외과교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