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자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용가 홍신자, 한국학자 사세, 소설가 김혜나가
인도 오로빌을 함께 여행하며 나눈
삶과 명상, 사랑과 관계,
변화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무용가 홍신자, 그의 남편이자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이며 함부르크대학 명예교수인 베르너 사세, 그리고 ‘오늘의 작가상’과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 김혜나.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뤄 온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에서 만나 삶과 명상, 사랑과 관계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여정을 담은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이 판미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단순한 대담집을 넘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삶의 의미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홍신자와 사세의 경험과 통찰,
익숙한 일상을 뒤집다
“뭔가를 많이 채워 놓는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는 단 하나의 오브제를 가지고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엄청나게 커다란 세계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자기 것이 없는 사람만이 다른 것을 가져다가 마치 자기 것인 양 많은 것을 보여 주는 법이죠.” [본문 중에서_홍신자]
무용가이자 명상가인 홍신자는 일상을 깊이 들여다본다. 요가, 식사, 마사지, 심지어 슈퍼마켓에서의 작은 만남조차도 영적 성찰의 기회로 삼는다. 그는 ‘비움’과 ‘내맡김’을 통해 진정한 자유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며, 인간 존재의 진화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 예술가로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전하는 동시에,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결혼이 내 삶에 행복을 보장해 준다는 확신 같은 것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이 곧 좋아하는 음식이고,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과 내 삶의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도 그저 자연스럽게 많은 날을 함께하는 것뿐이에요.” [본문 중에서_베르너 사세]
홍신자가 일상의 깊이를 들여다본다면, 독일 출신의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본다. 한국 문화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연애 및 결혼 문화, 의식주 등의 생활 방식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다. 그의 시선은 한국과 오로빌 공동체에서 경험한 국경을 초월한 인간적 연결로 확장되는데, 이는 독자들에게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삶에는 반드시 부서졌으면 하는 것과 절대로 부서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공존한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하지 못한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러한 ‘나’가 제발 부서지기를, 모두 부서져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부서지는 것이, 무너지는 것이, 망가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이제까지 내가 지켜 온 것, 일으켜 세워 온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면서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불안한 삶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본문 중에서_김혜나]
소설가 김혜나는 두 사람의 깊은 경험과 통찰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한다. 단순히 대화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고민으로 받아들이고 곱씹으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삶과 죽음, 자유와 두려움, 자아와 명상, 사랑과 관계, 노동과 소비와 같은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전달하여 마치 독자들이 오로빌을 함께 걸으며 사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인도 오로빌,
경계를 넘어선 삶이 펼쳐지는 곳
세 사람의 대화가 펼쳐지는 오로빌은 인도 폰디체리 북쪽에 위치한 공동체 마을이다. 국적, 정치,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삶을 지향하는 이곳에는 5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130여 개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간다. 자본주의적 경제 시스템을 최소화하고 공동체적 가치와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거대한 숲을 중심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활한다. 일과 여가, 식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존재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이 공유되고 명상이 실천되는 곳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세 사람은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과 한계를 고민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삶의 본질과 변화, 그리고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어진다. 오로빌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나눈 세 사람의 다양한 대화들은 독자들이 익숙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바쁜 일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나는 크게 절망했기에, 크게 희망할 수 있었다. 온전히 무너져 내렸기에, 온전히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 그리고 지금 여기 이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된다고, 선생님의 눈빛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