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암호 <에기유 크뢰즈>를 풀어라!
고등학교 3학년 보트를레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암호?에기유 크뢰즈?(속이 빈 바늘)와 총에 맞은 뤼팽의 시체를 찾다가 뤼팽과 일대일로 마주치게 되고, 유괴되었다고 생각했던 레이몽드는 뤼팽을 치료해주다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을 뒤따라온 가니마르 형사, 결국 셜록 홈즈와 마주치게 되는데……. 뜨거운 조국애와 연인을 보호하려는 뤼팽의 갸륵한 노력은 과연 결실을 맺을 것인가? 유럽 최고의 보물들이 보관된 ?기암성?을 찾기 위한 숨막히는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모험소설 형식과 추리소설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뤼팽 시리즈의 백미로써 도둑으로서 뤼팽의 탁월한 재능과 탐정으로서의 뛰어난 추리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추리문학의 최고봉 “아르센 뤼팽‘, 시대가 요구한 영웅의 탄생!
국내에서는 1918년 〈태서문예신보〉에 코난 도일의 작품이 번역 소개된 이래 해방 전까지 적지 않은 수의 추리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작품이 번역된 작가는 모리스 르블랑이며, 1945년에는 〈뤼팽 전집〉이 나왔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희대의 괴도이자 모험가이며 때로는 탐정의 역할까지 맡아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르센 뤼팽.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한 그는 1905년 〈주 세 투〉(Je sais tout) 지(誌)에 『아르센 뤼팽의 체포』라는 추리소설로 대중에게 최초로 선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864년 프랑스 루앙에서 부유한 해운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르블랑은 플로베르, 모파상, 졸라, 공쿠르 형제와 친분을 갖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에 비견될 만한 아르센 뤼팽을 창조하면서부터였다. 뤼팽은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였고, 그들의 자존심을 지킨 인물로 평가되어 프랑스 최고의 영웅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뤼팽은 누구인가?
작품 속에서 뤼팽은 괴도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대 도둑이자 신사이며, 모험가이자 철학자, 또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다. 그의 호적상의 이름은 아르센 라울 뤼팽. 아버지 테오팔리스트 뤼팽은 권투와 발차기의 교사로서 세계 각지를 유랑하다가 미국에 머무르던 중 사기죄로 체포되어 옥사한다. 그리고 어머니 앙드레지 뤼팽은 수도원 시절의 친구인 드루 스비즈 백작부인의 집에서 일하며 뤼팽을 키웠으며 1886년 병으로 사망한다. 고아가 된 뤼팽은 유모인 빅투아르가 키웠다. 유모는 정직한 여성이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남의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 이로 인해 뤼팽은 친구가 없는 소년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뤼팽은 자유자재로 용모와 신분을 바꾸는 변장의 명인으로, 청년 귀족에서 부랑자까지 어떤 신분이나 직업의 인물이라도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뤼팽 자신도 그렇게 말한다. “내 자신조차도 이제 내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소. 거울을 보아도 내 자신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무엇 때문에 같은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하죠? 왜 늘 같은 성격으로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한편으로는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스러워하는 인물, 바로 그가 뤼팽이다.
작품 속의 그는 명석한 두뇌, 강철과도 같은 몸,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면을 잃지 않는 성격, 그리고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갖춘 거의 완벽한 인물이다.
사실주의와 낭만주의, 논리와 환상의 결합을 완성한 근대 추리소설의 결정판!
뤼팡은 도둑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모험가이자 탐정이라는 양면성을 갖추고 있다.
그가 등장하는 작품을 분류하자면 첫 번째로 명성 그대로인 도둑으로 등장하는 경우이다. 〈뤼팽의 탈출〉이 대표적인 경우이며, 셜록 홈즈가 등장해 대결을 벌인 작품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성격을 가진 도둑이다. 피비린내가 나는 범죄를 싫어하며 개인적인 소장품들만 노린다. 특히 그는 대부호들 중에서 대상자를 고르며 『수정마개』에서의 도브레크 의원처럼 음흉한 정치인들을 고르기도 한다. 그는 피해자들에 대해서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도 정당화될 수 있다. 『813』에서 뤼팽은 케셀바흐라는 은행가에게 말한다.
“나는 겉으로 드러나게 물건을 훔치지만, 당신은 합법적인 증권을 통해서 도둑질하지 않는가?”
뤼팽은 일반 대중에게 있어 그들을 대신해 복수를 해주는 인물인 것이다.
‘나는 훔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듯한 그의 인생관에는 본능과 지성이라는 요소가 있다. 그리고 아르센 뤼팽에게는 이 본능과 지성 중 그 어느 것도 부족한 것은 없다.
아르센 뤼팽이라는 인물은 그가 기사도(騎士道)적인 모험소설, 즉 낭만주의 소설과 근대 추리소설 사이의 접점에 있다. 르블랑은 근대 추리소설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상황을 창조해냈다. “뤼팽과 더불어 기사소설, 즉 낭만소설 이후에 신문연재소설을 거쳐 드디어 추리소설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환상이 창조되었다. 논리와 환상간의, 이성적인 것과 꿈 사이의 화합이 완성된 것이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한 인간이 우리들의 꿈을 자극하고 고취시켰다. 옛 신화 속의 헤르메스가 아르센 뤼팽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나타났다.” 라고 말한 토마 나르스자크(Thomas Narcejac)의 지적은 정확하다.